2015.8.20. 목요일 성 베르나르도 아빠스 학자(1090-1153) 기념일

                                                                                                                                                           판관11,29-39ㄱ 마태22,1-14


                                                                                                     초대와 응답

                                                                                                    -열정과 분별-


믿는 우리는 모두 초대받은 손님들입니다. 우연히 세상에 온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세상에 파견된 존재들입니다. 우리를 파견하신 하느님은 우리를 끊임없이 부르시며 초대하십니다. 부르심은 바로 초대입니다. 주님은 누구나 예외 없이 활짝 구원의 문을 열고 초대하시고 환대하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이 구원의 초대에 응답하는 것은 순전히 우리의 몫입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의 ‘혼인 잔치의 비유’에 나오는 이들은 모두 어리석게도 주님의 초대를 저버렸습니다. 가장 중요한 구원의 초대에 응답하지 못했습니다. 


어제에 이어 계속되는 하늘 나라의 비유가 의미심장합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늘 나라를 살라는 말씀입니다. 죽어서 가는 하늘 나라가 아니라 하늘 나라 삶의 원리를 배워 오늘 지금 여기서 부터 살아가야 하는 하늘 나라입니다. 여기서 하늘 나라를 살지 못하면 죽어서도 하늘 나라를 살지 못합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천국을 살라고 하늘 나라에로 초대하시는 주님이십니다. 그러나 복음의 사람들은 구원의 초대에 응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초대에 아랑곳 하지 않고, 어떤 자는 밭으로 가고 어떤 자는 장사하러 갔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종들을 붙잡아 때리고 죽였다 합니다. 


예수님 당대에 예수님과 그 제자들이 받은 고초가 얼마나 컸겠는지 눈에 선합니다. 완전히 현재에 매몰되어 사는 영적 시야를 잃은 사람들입니다. 삶이 어려울수록 활동주의의 중독에서, 일에서, 돈에서 벗어나 자주 구원의 초대에 응답해야 하는데 오늘 복음에 나오는 사람들은 절호의 구원의 기회를 잃었습니다. 주님은 우리의 무관심과 태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날마다 구원의 잔치인 이 거룩한 미사에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하느님 찾는 열정이 있을 때 구원의 초대에 적극적으로 응답합니다. 아니 열정만으론 부족합니다. 열정에 필히 분별의 지혜가 뒤따라야 합니다. 열정에 분별의 눈이 있어야 맹목적 눈먼 열정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열정은 영적 삶의 기초입니다. 열정을 전제하고 분별에 따른 삶의 방향입니다. 


오늘 판관기의 입타는 열정은 탁월했지만 분별의 지혜는 부족했습니다.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합니다. 열정에 하느님께 덜컥 서원을 해버립니다. 완전히 지나친 것입니다. 하느님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방적 서원입니다.


“당신께서 암몬 자손들을 제 손에 넘겨만 주신다면, 제가 암몬 자손들을 이기고 무사히 돌아갈 때, 저를 맞으러 제 집 문을 처음 나오는 사람은 주님의 것이 될 것입니다. 그 사람을 제가 번제물로 바치겠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하느님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려 믿었다면 이런 천추의 한이 될 서원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입타의 하느님 신뢰 부족을 반영합니다. 승리한 후 집에 돌아 왔을 때 손북을 들고 춤을 추면서 그를 맞이하는 외동 딸을 보았을 때 그 마음은 얼마나 찢어질 듯 아팠겠는지요. 하여 그의 어리석고 믿음없는 서원으로 말미암아 그의 승리는 비극으로 변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열정만 있고 분별의 지혜가 없었기에 자초한 비극입니다. 세상에 사랑하는 딸을 번제물로 바치라 할 하느님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구원의 잔치에 초대받았다 하여 끝난 것은 아닙니다. 오늘 복음의 구원의 혼인잔치에 참여한 온갖 계층의 사람들은 바로 교회의 현실을 상징합니다. 의인과 죄인, 남자와 여자, 부자와 빈자, 강자와 약자, 건강한 자와 병든 자, 청년과 노인 모두가 공존하는 교회공동체입니다. 그러나 구원의 초대에 응답하여 교회에 몸담고 있다하여 구원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세례성사를, 성체성사를 받았다 하여 구원의 보장이 아닙니다. 분별의 지혜에 따라 계속되는 응답이 있어야 합니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을 많지만 선택된 이들을 적습니다.


“친구여, 그대는 혼인 예복도 갖추지 않고 어떻게 여기 들어왔나?”


이 사람은 분명 무의욕, 무감각, 무기력의 준비 없는 나태한 삶을 살았음이 분명합니다. 여러분은 각자 고유의 아름다운 하늘 나라 잔치의 예복을 입고 계십니까? 기쁨의 예복, 믿음의 예복, 희망의 예복, 사랑의 예복을 입었습니까? 날로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내 삶의 예복인지요.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하늘 나라의 잔치인 미사에 진선미眞善美 삶의 예복을 입고 참석한 우리 모두에게 풍성한 축복을 내려주십니다. 다음 ‘삶의 열매’란 시를 읽으며 내 삶의 열매를, 삶의 예복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봄이 꽃이라면/가을은 열매다

꽃만 아름다운게 아니라/열매는 더 아름답다


꽃만 향기가/있는게 아니라

열매의 향기는/더욱 깊고 그윽하다


활짝 피어나는/꽃의 때가 있는가 하면

둥글게 열매 익어가는/가을 원숙圓熟의 때도 있다


끊임없이 피어났던/내 꽃같은 강론들

이제 서서히 익어/삶의 열매로 드러나는 것 같다


하느님 향한/신망애信望愛 크고 둥근 삶의 열매로

아, 이제 살펴볼 때다/삶의 열매를!- 아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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