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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6.10. 연중 제10주간 금요일                                                         열왕기상19,9ㄱ.11-16 마태5,27-32


                                                                       관상觀想과 극기克己


오늘은 ‘관상과 극기’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오늘 복음의 소주제가 공동번역에는 ‘간음하지 마라.’는 직접적 언급이지만, 새번역은 ‘극기하여라.’로 포괄적으로 넓게 봅니다. 이어 ‘아내를 버려서는 안된다.’라는 주제의 말씀인데 역시 간음과 관련됩니다. 


요즘 신안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 했습니다. 비단 수도자뿐 아니라 절제, 극기 수행이 참으로 절실한 시대입니다. 이런 수행의 영적훈련이 없이는 관상도 공중누각입니다. 


어제 복음에서 보았다시피 분노는 살인의 뿌리인 것처럼 음욕은 간음의 뿌리임을 오늘 복음은 가르쳐 줍니다. 마음의 음욕을 잘 다스리며 극기하지 못하면 엄청난 불행으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요즘 빈번히 발생하는 대부분의 성폭행 사건을 보면 누구나 수긍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진단과 처방이 과격하다 싶지만 음욕의 실상을 누구보다 잘 아시기에 이런 충격적 요법의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는 자는 누구나 이미 마음으로 그 여자와 간음한 것이다.”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어제처럼 예수님의 확신에 넘친 권위있는 말씀입니다. 여기에 해당되지 않을 성인 남성은 몇이나 될런지요. 아마 거의 모두 해당될 것입니다. 때로는 여성을 보자 마자 음욕이 솟기도 할 것입니다. 이어지는 예수님의 극단적 표현이 죄의 엄중함을 일깨웁니다.


“네 오른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어 던져 버려라.”

“네 오른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던져 버려라.”


말 그대로라면 천국에 있는 남성들 대부분이 애꾸요 외발일 것입니다. 죄의 엄중함을 일깨우는 충격요법의 표현입니다. 죄의 뿌리인 마음을 살피고 그 뿌리를 뽑아 버리라는 것입니다. 절제와 극기의 수행에 충실하라는 말씀입니다. 


노인 남성들의 말을 들어도 몸은 늙어도 성욕은 늙지 않는다 합니다. 문지방을 건널 힘만 있어도 여전히 성행위를 할 수 있다 합니다. 식욕처럼 근본적인 욕망이 성욕이요, 성욕과 직결되는 식욕입니다. 하여 에바그리우스 여덟가지 악덕중 첫째 번이 탐식의 식욕이요 두 번째 오는 것이 성욕입니다. 


성욕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기에 잘 사용하면 선물이지만 계속 잘못 사용하면 성중독이요 간음이란 중죄를 지을 수 있습니다. 성욕에 대한 왕도의 대책은 없습니다. 성욕의 에너지에 통로를 내주는 것입니다. 성욕의 에너지를 하느님 향한 좋은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절제와 극기의 수행이 절대적입니다. 


하느님과 이웃을 섬기는 일에 성적 에너지를 쏟도록 하는 것입니다. 분도규칙 ‘72장;수도승들이 가져야 할 좋은 열정에 대하여’라는 이상적인 형제적 공동체를 위한 대헌장과 같은 아름다운 장이 좋은 지침이 됩니다. 72장의 서두 말씀입니다.


“하느님께로부터 분리시켜 지옥으로 이끄는 쓰고 나쁜 열정이 있듯이, 악습에서 분리시켜 하느님과 영원한 생명에로 이끄는 좋은 열정이 있다.”


나쁜 열정을 좋은 열정으로 승화시키는 항구한 수행의 노력입니다. 마음을 다해, 힘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듯이 마음을 다해, 힘을 다해 하느님을 섬기고 이웃을 섬기는 수행입니다. 우리가 매일 평생 끊임없이 바치는 공동전례 수행보다 더 좋은 절제와 극기의 영적훈련도 없습니다. 그대로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는 시간이요 주님의 은총으로 성에너지는 하느님을 향한 에너지로 승화되는 시간입니다. 


오늘 엘리야가 관상의 좋은 모범입니다. 이런 하느님 관상체험이 저절로 극기의 은총을 줍니다. 극기를 통한 관상체험이요 관상체험을 통한 극기의 은총입니다. 관상과 극기는 함께 갑니다. 엘리야의 하느님의 관상체험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바로 이 거룩한 미사 중 침묵을 통해 우리도 엘리야처럼 하느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바람 가운데에 계시지 않았다. 바람이 지나간 뒤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지진 가운데에 계시지 않았다. 지진이 지나간 뒤에 불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불 속에서도 계시지 않았다. 불이 지나간 뒤에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 왔다.


“엘리야야, 여기서 무엇을 하느냐?”-


이어 전개되는 엘리야와 주님과의 친밀한 대화입니다. 주변이나 마음의 시끄러움으로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님을 음성을 듣지 못하는 경우는 얼마나 많겠는지요. 


주님을 보고 주님의 음성을 듣는 관상체험을 통해 비로소 자기를 객관화하여 볼 수 있는 힘도 생기니 이 또한 은총입니다. 가만이 거리를 두고 내 욕망을 들여다 보면 지나가는 구름처럼 욕망의 구름도 곧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 오늘 주석에서 읽은 내용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엘리야와 인간 예수는 모두 우리와 똑같은 ‘질그릇들(earthen vessels)’이다. 엘리야와 예수님을 통해, 그리고 우리를 통해 하느님의 힘은 계시된다. 그들처럼 우리도 자주 기도의 장소로 산을 찾아야 한다. 거기에서 하느님은 조용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씀하신다.”


굳이 산이 아니라도 침묵과 고독의 외딴곳이면 충분합니다. 정말 내적 깊이의 삶을 위한 하느님 관상 체험이 절실한 시대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질그릇 같은 우리에게 은총을 가득 채워주시어 자발적 극기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 제가 당신 얼굴을 찾고 있나이다.”(시편27,8ㄷ).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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