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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8. 연중 제5주일(성모영보수녀원 피정4일째)

                                                                                        욥기7,1-4.6-7 1코린9,16-19.22-23 마르1,29-39 마르1,29-39


                                                                                  선물인생, 축제인생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물인생, 축제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Life is drudgery! Wow!“

영어 강론을 읽던 중 첫 구절 중 'drudgery' 단어의 뜻을 알 수 없어 사전을 찾았더니, '명사;(지루하고 따분한)고된 일, 싫은 일, 고역'이라 설명되어 있고 이어 문장의 뜻이 담박 환히 들어났습니다.

"인생은 고역(苦役)이다! 아!“

그대로 오늘 말씀의 분위기를 요약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삶의 체험입니다. 대부분 너무나 힘들게 살아갑니다. 삶을 즐기는 게 아니라 힘든 삶에, 노예처럼 자유를 잃고 살아갑니다.


많은 분들이 사느냐 죽느냐 생존의 문턱에서 허덕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초라하고 비루한 삶 같아, 예수님이 오셔도 연민 가득한 눈길을 보낼 것입니다. 예수님 오신지 2000년이 지났어도 현실은 여전히 힘겹기 짝이 없습니다.


"삶은 선물이냐, 짐이냐?“, "삶은 고해(苦海)냐, 축제냐?" 묻는 다면 여러분의 대답은 어느쪽이겠는지요? 믿는 이라면 삶은 선물이요 축제라 대답하겠지만 선뜻 이런 답이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삶은 짐이요 고해라 함이 훨씬 현실적으로 공감이 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는 이들로서의 분명한 결론은 '삶은 선물이요 축제다.'라는 것입니다. 예전 초등학교, 교사시절 제자들이 40여년이 지나 50대에 접어드니 선생님인 저를 찾습니다. 이 또한 인터넷, 스마트폰, 카톡 등 문명의 혜택입니다.


"선생님, 저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옥현이예요. 김옥현“ 

"툴립 표지 일기장 선물해주시고요. 넘 뵙고 싶어요.“ 

"선생님, 넘넘 멋지세요. 선생님 그 온화한 미소 그대로세요.“ 

"네, 선생님 꼭 갈께요. 눈물 나요. 얼마나 그립고 그리운 선생님 이었는데요. 친구들 잘못하면 선생님이 잘못 가르치셨다 하시며 선생님 종아리 직접 때리시고. 그때 참 마음 이팠었어요.“

"와우! 우리쌤 짱이예요. 선생님 넘 멋지신거 아녜요.ㅎㅎ. 선생님 뵐 수 있다니 꿈만 같아요. 제가 선생님 사진 밴드에 올렸더니 3.5학년 담임이었다며 난리들이 난 거예요. 뵙고 싶다고요. 선생님 인기 짱이세요. 선생님, 친구들이 선생님이 날짜 시간 정해 주면 무조건 시간 비우고 간다니까 선생님이 정해 주세요"


40년 만에 제자에게 받은 카톡내용입니다. 40년전, 20대 교사시절 순수와 열정은 하늘에 닿을 때 였었고 제 인생 가장 행복했던, 제 젊음 모두를 바쳐 가르치고 사랑했던 제자들이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험하고 어려워도 지난 세월의 아름다웠던 추억은 여전히 살아있고 마냥 그리워지나 봅니다. 바로 이 그리움의 뿌리에 하느님이 계십니다. 옛 스승이었던 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상징하는바 하느님께 대한 원초적 그리움입니다. 


사막이 사막인 것은 그 중심에 오아시스를 품고 있어서이듯, 인생이 인생인 것은 그 중심에 영원한 그리움의 샘이신 하느님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하느님을 만날 때, 하느님을 살 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사막은 낙원이 되고, 고해인생은 축제인생이, 허무인생은 충만인생이 됩니다. 찰나의 삶은 영원한 삶이 되고, 부정적 비관적 인생관은 긍정적 낙관적 인생관으로 변합니다. 오늘은 선물인생, 축제인생을 살 수 있는 비결을 소개합니다.


첫째, 살아계신 하느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지금 여기 살아계신 하느님이십니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늘 우리와 함께 계신 사랑의 하느님이십니다. 바로 하느님을 만나지 못해 고해인생, 허무인생입니다. 속절없이 무너지고 망가지는 인생입니다. 하느님은 우리 희망, 생명, 기쁨, 행복, 힘, 모두입니다. 사막같은 뉴튼수도원에서 3개월 살다보니 하느님 희망이, 하느님 기쁨이 얼마나 절대적인지 깨닫습니다. 


결코 의식주의 보장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영혼의 목마름, 배고픔입니다. 오늘 의인 욥의 탄식이 가슴을 칩니다.

"인생은 땅 위에서 고역이요, 그 나날은 날 품팔이의 날과 같지 않은가? 그늘을 애타게 바라는 종, 삯을 고대하는 품팔이꾼과 같지 않은가? 그렇게 나도 허망한 달들을 물려받고, 고통의 밤들을 나누어 받았네. 나의 나날은 베틀의 북보다 빠르게 희망이 없이 사라져 가는구나.“

갖가지 사정으로 불면의 밤을 지새는 분들에겐 너무나 공감이 가는 실존적 체험입니다. 


그러나 욥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간절한 기도로 끝을 맺습니다.

"기억해 주십시오, 제 목숨이 한낱 입김일 뿐임을. 제 눈은 더 이상 행복을 보지 못할 것입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하느님 믿음의 끈을 꼭 잡고 있어야 무너지지 않고 삽니다. 하느님 믿음의 끈을 놓으면 '허무의 심연'에 떨어져 죽습니다. 욥의 눈물겨운 믿음의 시련, 믿음의 투쟁입니다. 온갖 회의중에도 결코 하느님 믿음의 끈을, 희망의 끈을 꼭 잡고 있는 믿음의 의인, 하느님의 사람 욥입니다. 살아계신 사랑의 하느님과의 만남만이 유일한 구원의 출구이자 답입니다.


둘째, 참 나를 발견하고 내 사명을 깨닫는 것입니다.

살아계신 하느님을 만날 때 참 나의 발견이요 사명감 충만한 삶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내 신원을, 내 정체성을 발견합니다. 평생을 살아도 자기를 모르고 사는 이들은 얼마나 많겠는지요. 아무리 오래 살아도 자기를 모르고 살면 헛 산 인생입니다. 이보다 억울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은 없습니다. 하느님을 만나 참 나를 발견해야 참 기쁨, 참 행복, 참 평화입니다. 


하느님 없이는 참 나의 발견도 실현도 불가능합니다. 예전 구도자들 역시 하느님을 찾아, 참 나를 찾아 사막에 갔듯이, 우리 역시 하느님을 찾아 참 나를 찾아 수도원에 왔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의 지칠줄 모르는 열정도 바로 사명감의 자각에서 기인됨을 봅니다.


"다른 이웃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하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세상에 온 이유를 너무나 잘 알았기에 복음 선포에 전념한 예수님이셨습니다. 과연 나는 무엇하러 이 세상에 파견됐는지요. 자주 물어야 하는 내 삶의 의미입니다.


사도 바오로의 확신에 넘친 감동적인 고백 역시 그대로 사명감의 표출입니다.

"나는 아무에게도 매이지 않은 자유인이지만, 되도록 많은 사람을 얻으려고 스스로 모든 사람의 종이 되었습니다. 약한 이들을 얻으려고 약한 이들에게는 약한 사람처럼 되었습니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려고,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었습니다. 나는 복음을 위하여 이 모든 일을 합니다.“


주님을 만나 참 사명의 발견과 더불어 참 나를 발견한 바오로 사도입니다. 완전히 참 나를 살았던 바오로는 물론 우리의 존재의미는 바로 그리스도이자 복음뿐임을 깨닫습니다. 


셋째, 끊임없이 기도하는 것입니다.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만나고 참 나를 만납니다. 기도는 사막 인생에 오아시스입니다. 생명과 빛은 기도를 통해 하느님께로부터 옵니다. 고역 인생을 살아낼 수 있는 힘도 기도를 통해 하느님께 받습니다. 하느님과 대화의 소통이 기도요, 끊임없는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의 우정(友情)도 깊어지며, 사랑도 믿음도 희망도 성장합니다. 진정한 성장은 외적성장이 아니라 이런 내적, 영적성장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삶을 얼마나 역동적인지요. 정말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짐을 진 주님이지만 참 경쾌해 보입니다. 스트레스 받기로 하면 주님보다 바오로 사도보다 스트레스 많이 받은 이는 없을 것입니다. 모두가 기도의 힘입니다. 바로 예수님의 역동적 삶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외딴곳의 기도처입니다.


'다음 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 일어나 외딴 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


이렇게 하느님을 만나 영육을 충전해야 사막인생 살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외딴 곳은 어디입니까? 영육이 살기위해 하루 중 머물 수 있는 나름대로 외딴곳의 장소와 시간 마련은 필수입니다.


여기 외딴 곳의 관상기도와 더불어 꼭 강조해야 할 것이 수도공동체의 외딴 곳인 성전에서 바치는 공동전례기도입니다. 공동체 형제들이 한 마음, 한 몸으로 바치는 영적 삶의 주식과도 같은 미사와 성무일도의 찬미와 감사의 공동전례기도입니다. 


아, 이렇게 끊임없이 하느님께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공동전례기도가 우리를 치유하고 위로하고 구원하며, 공동체의 일치를 이뤄주고 고해인생을 축제인생으로 바꿔줍니다. 악마들도 발붙일 자리를 잃습니다. 정말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바로 이 공동전례기도입니다. 분명 예수님께서도 외딴 곳에서의 개인기도와 더불어 전통에 따라 제자들과 함께 시편 기도를 바쳤음이 분명합니다. 


제 좌우명은 '하루하루 살았습니다.'에 이어 또 하나가 있습니다.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입니다. 사제서품 25주년 상본에 택했던 성구입니다. 주님을 만날 때 좌우명이요, 좌우명을 통해 나의 신원과 사명을 확인합니다. 마침내 내 삶을 요약하는 좌우명은 묘비명이 됩니다. 


제가 수년 전 수도형제들의 연피정 지도때 받은 충격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피정을 마칠 무렵 묘비명을 써서 자기 삶을 요약해 보도록 했습니다.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코헬렛1,2ㄴ).

한 수도형제의 가칭 묘비명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생명과 빛이 충만한 그 많은 구절들을 놔두고 이런 구절을 묘비명으로 택했으니 말입니다. 주님을 만나지 못했음을 반증합니다.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습니다만 성소까지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살아계신 하느님을 믿는 우리들에게 삶은 분명 짐이 아니라 선물이요 축제입니다. 허무한 인생이 아니라 사랑 충만한 인생이요, 고해 인생이 아니라 축제 인생입니다. 바로 매일의 이 주님의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사랑 충만한 축제인생을 살게 합니다. 아멘.


  • ?
    부자아빠 2015.02.08 05:56
    아멘! 존경하는 신부님.
    강론말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오늘도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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