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7. 연중 제29주간 금요일                                                                           로마7,18-25ㄱ 루카12,54-59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이 답이다

-분별력의 은총-



“내 한평생을 예수님 안에/내 온전하게 그말씀 안에

 내 결코 뒤를 바라봄 없이/그분만을 따릅니다.”(성가445장)


28년전 1989.7.11일 늦은 나이 만 40세, 사제서품미사때 입당 성가를 들으며 입장할 때 흐르던 눈물의 추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모두가 은총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입니다. 


오늘은 제 아버지 44주기를 맞는 기일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는 교대에 들어갈 것을 간곡히 권했습니다. “수철아, 교대가라.”, 길을 걸으시며 말씀하시던 아버지의 음성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당시는 참 싫었지만 결국은 교대敎大에 가게 되었고 수도사제 성소聖召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뒤돌아보니 우연은 없고 모두가 주님 은총의 섭리였음을 깨닫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이 답입니다. 바로 오늘 강론 제목입니다. 사부 성 베네딕도도 ‘아무것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더 낫게 여기지 말라’(성규4,21)고 당신 수도승들에게 권고합니다. 바오로 사도 역시 답은 오직 하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였음을 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이 은총의 샘입니다. 분별력은 모든 덕의 어머니입니다. 분별의 지혜, 분별력의 은총입니다. 사랑할 때 알고 아는만큼 보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면 할수록 분별력의 은총을 선물로 받습니다. 인간 지혜를 뛰어 넘는 분별력의 은총, 천상지혜와 같은 분별의 지혜입니다.


세 측면에서 전개되는 분별력의 은총입니다. 첫째는 시대의 징표를 깨달아 아는 은총이고, 둘째는 회개의 은총이요, 셋째는 인간존재의 실상을 깨달아 아는 은총입니다. 


“위선자들아,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루카12,56)


시대의 표징에 무지한 군중들을 일깨우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시대를 알아볼 수 있는 분별의 지혜를 지니라는 말씀인데 이 또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입니다. 간절히 청해야 할 바 이런 시대의 표징을 알아볼 수 있는 분별의 지혜입니다.


다음 복음 단락의 주제는 ‘늦기 전에 화해하라’는 즉 하느님의 심판이 박두했으니 지체없이 서둘러 회개하라는 취지의 비유입니다.


“너희는 왜 올바른 일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 너를 고소한 자와 함께 재판관에게 갈 때, 도중에 그와 합의를 보도록 힘써라.”(루카12,57-58ㄱ).


이런 즉각적인 회개와 화해 역시 분별력의 은총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분별력의 은총이 올바른 일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합니다. 무지의 어리석음에 대한 유일한 답은 하느님의 지혜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뿐입니다. 말씀의 빛으로 무지의 어둠을 몰아내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이십니다.


다음은 바오로 사도의 치열한 내적투쟁의 실존적 체험에서 참 나를 깨달아 알 수 있는 분별의 지혜는 오직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임을 깨닫게 됩니다.


“여기에서 나는 법칙을 발견합니다. 내가 좋은 것을 하기를 바라는데도 악이 바로 내 곁에 있다는 것입니다. 나의 내적인간은 하느님의 법을 두고 기뻐합니다. 그러나 내 지체 안에는 다른 법이 있어 내 이성의 법과 대결하고 있음을 봅니다. 그 다른 법이 나를 내 지체 안에 있는 죄의 법에 사로잡히게 합니다.”(로마7,21-24)


정도의 차이일뿐 인간 누구나 겪는 내적분열의 모순적 인간의 내적실상입니다. 바오로는 이런 내적분열의 실상을 깨달아 알게 하시고 분열된 영혼을 치유하시는 분은 오직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뿐임을 절규하듯 고백합니다.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 누가 이 죽음에 빠진 몸에서 나를 구해 줄 수 있습니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를 구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로마7,24-25ㄱ)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치유되어 비로소 내적일치의 통합적 인간입니다. 시대의 징표를 알아볼 수 있는 ‘분별의 지혜’, 즉각적인 상황판단에 의한 ‘회개의 은총’, 우리의 내적갈등과 분열에 대한 유일한 ‘치유의 은총’은 모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뿐이라는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회개한 우리 모두의 내적분열을 치유해 주시고 참 좋은 분별력의 은총을 선물하십니다. 끝으로 성가 61장 1절로 강론을 마칩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와 바꿀수는 없네/이세상 부귀영화와 권세도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신/예수의 크옵신 사랑이여

 세상 즐거움 다 버리고/세상 명예도 버렸네

 주 예수 그리스도와 바꿀수는 없네/세상 어떤 것과도.”


‘필요한 것 한 가지’, ‘참 좋은 몫’은 단 하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뿐입니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50 ‘늙어가는 삶’이 아닌, ‘익어가는 삶’ -하루하루, 한결같은 삶-2021.7.9.연중 제14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7.09 179
3349 ‘더불어(together)’, 구원의 여정 -“우리는 ‘섬島’도 아니고, ‘경주競走’중에 있지도 아니하다”-2020.4.12.주일 부활 대축일 낮미사 1 프란치스코 2020.04.12 127
3348 ‘무지無知의 어둠’을 밝히는 ‘말씀의 빛’ -말씀과 기도-2018.1.9. 연중 제1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8.01.09 132
3347 ‘비움(kenosis)’이 답이다 -비움의 여정-2017.9.15. 금요일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7.09.15 230
3346 ‘살아 계신’ 주님과 만남의 여정 -희망과 기쁨, 찬미와 감사-2023.6.7.연중 제9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23.06.07 272
3345 ‘삶의 아마추어’가 아닌 ‘삶의 프로’가 됩시다. -한결같고 아름답고 매력적인 ‘삶의 프로’-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1785-1839)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0.11.24 143
3344 ‘새 인간’의 삶 -허무, 사랑, 천상의 그리스도, 무욕, 새 인간-2019.8.4. 연중 제18주일 1 프란치스코 2019.08.04 145
3343 ‘새 하늘과 새 땅’의 ‘하느님 나라’를 삽시다 -오늘 지금 여기에서-2020.11.27.연중 제34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20.11.27 207
3342 ‘생각’에 대한 묵상2017.6.24. 토요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17.06.27 113
3341 ‘생명의 말씀’과의 친교 -충만한 기쁨-2019.12.27.금요일 성 요한 사도 복음 사가 축일 1 프란치스코 2019.12.27 159
3340 ‘씨뿌리는 삶’에 항구한 사람들 -믿음이 답이다-2019.7.24.연중 제16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7.24 182
3339 ‘아나빔anawim’의 노래-2016.12.22. 대림 제4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16.12.22 180
3338 ‘여강여산如江如山’, 무공해의 삶 -무지에 대한 답은 성령과 회개뿐이다-2021.5.12.부활 제6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5.12 125
3337 ‘열림’과 ‘살림’의 아름답고 참된 공동체 -하느님 중심-2019.2.8.연중 제4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2.08 123
»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이 답이다 -분별력의 은총-2017.10.27. 연중 제29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17.10.27 141
3335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살기-2015.9.12. 연중 제23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5.09.12 200
3334 ‘주님과의 관계’가 답이다 -관계의 깊이-2018.6.16. 연중 제10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6.16 123
3333 ‘참’ 멋지고 아름다운 삶 -한평생 맡겨진 책임을 ‘참으로’ 다하는 사랑-2021.11.17.수요일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1207-1231)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1.11.17 279
3332 ‘파스카의 꽃’같은 삶 -영원한 삶-2024.4.18.부활 제3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4.04.18 146
3331 ‘하느님의 꿈’의 현실화-오늘이 바로 그날이다-2016.11.29. 대림 제1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6.11.29 20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