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8. 목요일 

한국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창세3,9-15.20 에페1,3-6.11-12 루카1,26-38



“너 어디 있느냐?”

-“예, 여기 있습니다”-



오늘은 한국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그레고리오 16세 교황은 성모님과 더불어 요셉 성인을 한국교회의 공동 수호자로 정해 주셨습니다. 한국교회 자체는 물론 한국이 예수, 요셉, 마리아의 성가정이 된 느낌입니다. 얼마나 축복받은 한국교회이자 한국 나라인지 깨닫게 됩니다.


“너 어디 있느냐?”


오늘 대축일 제1독서 창세기를 읽을 때 마다 마음에 와닿는 구절입니다. 지체 없이 오늘 강론 제목으로 택했습니다. 아담이 선악과 열매를 먹은 뒤 주 하느님께서 물으시는 대목입니다. 아담뿐 아니라 흡사 우리 모두를 향한 물음 같습니다. 하느님께서 불러주신 제자리에 늘 정주하고 있는가 묻습니다.


오늘 창세기에서 보면 아담뿐 아니라 하와도 숨기에 급급합니다. 아담은 하와와 더불어 하와를 아내로 주신 하느님께 책임을 전가하고, 하와는 뱀에게 책임을 전가합니다.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변명에 급급한 참으로 비겁한 모습입니다. 죄로 얼룩진 참으로 절망스런 인간의 자화상 같습니다.


“예, 여기 있습니다!”


대답하고 나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지요? 바로 이런 자세로 나선 분이 오늘 복음의 주인공, 창세기의 하와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우리의 어머니입니다. 하와의 실패를 완전 만회한 마리아입니다. 하와와는 달리 마리아의 자세는 얼마나 깊고 신중한지요. 말 그대로 보고 배워야 할 어머니 성모 마리아입니다. 오늘 제2독서 바오로의 에페소서 말씀이 그대로 실현된 모습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께서 찬미받으시길 빕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의 온갖 영적인 복을 우리에게 내리셨습니다. 세상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시어, 우리가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흠없는 사람이 되게 해 주셨습니다.”


바로 하느님의 놀라운 은총을 받은 우리의 복된 운명을 보여줍니다. 이 복된 운명의 선두 주자가 바로 오늘 복음의 마리아입니다. 찬미로 시작하여 찬양으로 끝나는 오늘 에페소서 말씀이 참 고무적입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이미 그리스도께 희망을 둔 우리가 당신의 영광을 찬양하는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 


매 주일 저녁 성무일도때마다 우리가 부르는 에페소서 찬가(에페1,3-10)입니다. 그리스말 본문에는 3절에서 14절까지 한 문장으로 되어 있어 그야말로 숨을 멈추지 않고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총을 내리 노래합니다. 새 아담인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 옛 아담의 실패를 완전 만회케 하신 하느님의 섭리가 참 고맙습니다.


“너 어디 있느냐?”


우리의 정주의 제자리가 어디인지 환히 드러났습니다. 바로 ‘그리스도 안에서’입니다. 오늘 1독서에 4차례 나옵니다만 바오로의 핵심 말마디가 ‘그리스도 안에서’입니다.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신 우리의 제자리 꽃자리가 바로 ‘그리스도 안에서’ 입니다. 늘 ‘그리스도 안에서’ 정주할 때 하느님께서 언제 부르셔도 ‘예, 여기 있습니다.’ 말하고 나설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희망입니다. 그리스도께 희망을 두고 그리스도 안에 정주하여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복된 성소聖召입니다. 바로 이의 모범이 우리의 어머니 마리아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인류에게 주신 참 좋은 선물이자 우리 인류의 영원한 자부심이 바로 그리스도 예수님이자 성모 마리아이십니다. 이런 분이 계시기에 살 맛이, 살 희망이 생깁니다.


참으로 이런 보고 배울 분을 선물로 주신 하느님께 감사합시다. 믿음, 희망, 사랑, 신망애信望愛의 원형이자, 참되고 어질고 아름다운 진선미眞善美의 원형이신 참 사람이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성모 마리아의 됨됨이를 보고 배우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시켜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란 고을로 마리아를 찾아가게 하셨습니다. 마리아는 물론 삶의 제자리에 충실한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이 말씀 역시 제가 고백성사 처방전 말씀으로 많이 써드리는 구절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늘 주님과 함께, 주님 안에서 정주하는 이보다 더 자유롭고 행복한 부자도 없습니다. 이 인사말에 몹시 놀랐지만 무슨 뜻인지 곰곰이 생각하는 마리아의 내면은 얼마나 깊고 넓은지요. 관상가의 진면목을 봅니다. 


이어 전개되는 가브리엘 천사를 통한 주님과의 깊고 친밀한 대화입니다.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속내를 다 털어놓은 주님이요 주님의 마리아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깊은지 깨닫습니다. 마침내 마리아의 감동적인 고백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바칠 고백도 이것 하나뿐입니다. 이 대답이 나오기 전 온 우주가 조마조마한 긴박감에 침묵이 감돌았다는 성 아우구스티노의 주석도 생각이 납니다. 인류 구원의 열쇠가 마리아의 응답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아담과 하와를 통해 맺힌 한을 완전히 풀어주신, 하느님의 궁극의 소원을 이뤄주신 마리아의 응답에 하느님은 얼마나 고마워 하셨겠는지요.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성모 마리아를 닮은 당신의 아름다운 ‘순종의 사람’으로 변모시켜 주십니다.


“정의의 태양, 그리스도 우리 하느님을 낳으셨으니, 마리아님, 저희가 모두 당신게 영광을 드리나이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02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세가지 깨달음-2015.10.5. 연중 제27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5.10.05 338
3301 “가장 작은 사람이 가장 큰 사람이다” -침묵이 가르쳐 주는 진리-침묵 예찬 2023.10.2.연중 제26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3.10.02 212
3300 “거룩한 사람이 되십시오.”-2016.5.24. 연중 제8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6.05.24 192
3299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분별의 잣대는 사랑의 예수님-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2024.1.15.연중 제2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4.01.15 142
3298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2016.10.17. 월요일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110)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6.10.17 143
3297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사랑합시다” 십자가 예찬 -한반도의 십자가-2023.9.14.목요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프란치스코 2023.09.14 228
3296 “그분 안에 머무르십시오!” -그리스도와의 우정, 너와 나의 우정-2021.1.2.토요일 성 대 바실리오(330-379)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330-390) 기념일의 1 프란치스코 2021.01.02 122
3295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우리 모두 승천하신 마리아 성모님과 함께-2023.8.15.성모 승천 대축일 프란치스코 2023.08.15 285
3294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회개, 사랑, 평화-2018.4.15. 부활 제3주일 1 프란치스코 2018.04.15 175
3293 “길을, 희망을, 빛을, 진리를, 중심을 잃은 병든 사회” -답은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뿐이다-2023.9.6.연중 제22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23.09.06 214
3292 “깨달음의 여정”을 살아가는 하늘 나라의 제자들 -기도와 회개, 분별과 선택, 협력과 훈련, 종말과 심판-2022.7.28.연중 제17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2.07.28 236
3291 “깨어 사십시오!” -회개와 사랑-2018.11.16. 금요일 성녀 제르투르다 동정(1261-1302)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8.11.16 123
3290 “깨어 있어라!” -거룩하고 슬기로운 삶-2019.8.30.연중 제21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8.30 152
3289 “깨어 있어라!” -충실하고 슬기로운 삶-2017.8.31. 연중 제21주간 목요일 2 프란치스코 2017.08.31 381
3288 “깨어 있어라” -충실하고 슬기로운 행복한 하느님의 자녀들!-2018.8.30. 연중 제21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8.30 148
3287 “끝은 새로운 시작, 절망은 없다” -희망하라, 찬미하라, 인내하라-2022.11.24. 목요일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1785-1839)와 116명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2.11.24 261
3286 “나는 누구인가?” -너는 나의 종, 너에게서 나의 영광이 빛나리라-2024.3.26.성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24.03.26 125
3285 “나는 누구인가?” -주님과의 관계-2018.12.15.대림 제2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8.12.15 118
3284 “나는 문門이다” -벽壁이 변하여 문門으로-2018.4.23. 부활 제4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4.23 150
3283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믿음이 답이다-2019.7.15.월요일 성 보나벤투라 주교 학자(1217-1274)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9.07.15 13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0 Next
/ 170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