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3.28. 성주간 수요일                                                                                        이사50,4-9ㄴ 마태26,14-25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유다가 문제라면 답은 예수님뿐이다-



예수님과 더불어 영원히 회자되고 있는 유다입니다. 예수님과 유다가 너무 대조적입니다. 영원히 인류의 구원자로 향기를 발하는 아름답고 거룩한 이름 예수와 영원히 배반자로 기억되는 오명汚名의 대죄인 유다입니다. 죄의 유혹에 떨어진 결과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깨닫습니다. 예수님의 유다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이 가슴을 칩니다.


“사람의 아들은 자기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된 대로 떠나간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


예수님은 유다를 저주하지도 단죄하지도 않으시고 그저 담담히 그가 처한 불행한 상황을 확인하실 뿐입니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이란 말을 듣는 다면 얼마나 슬프고 절망스러울까요. 오늘 지금 이 시간도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보이지 않는 비난을 온몸에 받으면서 또 자책하면서 씻을 수 없는 큰 죄로 회한속에 살아있으나 죽어있는 불쌍한 삶을 살아가는 안타까운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때로 견딜 수 없는 죄책감에 유서를 써놓고 생을 비극적으로 마감하는 이들을 대할 때 마다 겪는 안타까움은 얼마나 큰지요. 유다의 이야기는 옛 이야기가 아니라 영원한 현재진행형입니다. 과연 유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단언컨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유다는 약한 죄인들인 우리 모두의 가능성이기 때문입니다. 유다를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갖게 하기 위함입니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제자들 모두가 불안하여 묻습니다. 자신도 자신할 수 없는 제자들이자 우리입니다. 주님은 뭐라 대답하셨을까요? “바로 너다.” 모두에게 대답하셨을 것입니다. 유다는 우리 모두의 가능성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물음이 영원한 화두처럼 들립니다.


예수님이 제자로 선택한 유다입니다. 애초부터 배반자 유다가 아녔을 것입니다. 돈을 관리하며 제자공동체의 살림살이를 책임졌던 유다의 소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없는 살림하느라 회의懷疑도 많이 들었을 것이며 하늘나라 비전도 하느님 찾는 열정도 잃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주님과의 관계도 소원해졌을 것이며 주님과 함께 살아도 남남의 관계였을지도 모릅니다.


새삼 유다를 통해 우리의 주님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됩니다. 며칠 사이에 깊어질 수 있는 주님과 관계가 아닙니다. 평생과정의 관계입니다. 관계의 여정을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바로 유다는 가장 중요한 이 점을 놓쳤던 것입니다. 돈을 관리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돈이 우상이 되어 주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주님과 날로 깊어지는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신망애 관계가 바로 답입니다. 이런 주님과의 신망애 관계라면 죄의 유혹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죽으면 죽었지 결코 변절, 변질, 변심, 배신, 배반은 상상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하여 끊임없는 기도요 회개입니다. 평생 기도의 여정, 회개의 여정을 살아가며 주님과의 관계를 깊게 하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 이사야서는 주님의 종, 셋째 노래에 속합니다. 바로 초대교회 신자들은 주님의 종에서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아마 예수님께서 롤모델로 삼은 대상이 이사야서에 계속 나오는 주님의 종같습니다. 예수님을 닮고 싶습니까? 이사야서의 주님의 종을 롤모델로 삼으십시오. 얼마나 주님과 깊은 신뢰와 사랑의 관계인지요. 마치 예수님의 고백처럼 들립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제자의 혀를 주시어 지친 이를 말로 격려할 줄 알게 하신다. 그분께서는 아침마다 일깨워 주신다. 내귀를 일깨워 주시어 내가 제자들처럼 듣게 하신다.”


날마다 주님과 친교의 나눔이 답입니다. 주변의 온갖 모욕과 수모중에도 요지부동 의연할 수 있는 비폭력적 무저항의 자세도 이런 주님과의 깊은 관계에서 나옵니다. 진정 이것이 내적 힘입니다. 주님과의 깊은 믿음, 희망, 사랑의 신망애信望愛 관계에서 나오는 하느님의 힘, 내적 힘입니다. 악에 대한 최고의 처방도 이런 비폭력적 ‘무저항의 저항’의 사랑뿐임을 깨닫습니다. 하여 주님의 종의 확신의 고백은 예수님의 고백이자 우리의 고백이 됩니다.


“그러나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나를 의롭다 하시는 분께서 가까이 계시는데 누가 나에게 대적하려는가?--- 보라,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 주시는데 나를 단죄하는 자 누구인가?”


유다가 문제라면 답은 오직 예수님뿐입니다. 끊임없는 기도와 회개를 통해 주님의 종 예수님을 닮아감으로 주 하느님과의 관계를 날로 깊게 하는 것뿐입니다. 이래야 변절, 변질, 변심, 배신의 ‘부패腐敗인생’이 되지 않고 주님의 향기를 발하는 ‘발효醱酵인생’으로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믿는 이들에게 매일미사보다 더 좋은 영적선물은 없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과 신망애信望愛 관계를 날로 깊게 해주시며 강한 내적 힘을 선사하십니다. ‘십자가의 길’ 11처와 12처의 기도로 강론을 마칩니다.


“구세주 예수님, 혹시라도 영원히 주님을 떠날 불행이 저희에게 닥칠양이면 차라리 지금 주님과 함께 죽는 행복을 내려 주소서. 구세주 예수님, 저희도 성모님 품안에서 효성스러운 자녀로 살다가 마침내 그 품안에서 죽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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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젤로 2018.03.28 09:17
    “구세주 예수님, 혹시라도 영원히 주님을 떠날 불행이 저희에게 닥칠양이면 차라리 지금 주님과 함께 죽는 행복을 내려 주소서. 구세주 예수님, 저희도 성모님 품안에서 효성스러운 자녀로 살다가 마침내 그 품안에서 죽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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