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5.27.연중 제8주간 목요일                                                    집회42,15-25 마르10,46ㄴ-52

 

 

 

“주 예수 그리스도님!”

-갈망渴望, 떠남, 만남, 개안開眼, 따름의 여정旅程-

 

 

 

“당신을 향하여 두 손을 펴들고, 내 영혼 마른땅처럼 당신을 그리나이다.”(시편143.6)

“어디로 가야할 길 내게 알려 주소서, 내 영혼 당신을 향하여 있나이다.”(시편143,8ㄴ)

 

새벽 시편 성무일도 아침기도시 마음에 와닿은 구절입니다. 참으로 잘 살고 싶습니까? 한번뿐이 없는 각자 고유의 유일회적인 삶, 누구나의 깊고 간절한 소망일 것입니다. 우리 믿는 모든 이들에게 답은 단 하나 분명합니다. 바로 주 예수 그리스도님입니다. 평생, 날마다, 하루하루, 늘, 끊임없이 우리 삶의 목표이자 방향, 중심이자 의미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님과의 사랑과 신뢰의 관계를 깊이하는 것입니다. 

 

그분을 찾는 그리움의 갈망으로 떠남, 만남, 개안, 따름의 여정에 한결같이 충실하는 것입니다. 비단 수도자뿐 아니라 믿는 모두에게 해당되는 진리입니다. 32년전 사제서품 미사중 입당시 성가 445장을 들을 때 가슴이 뭉클, 눈물지으며 입장하던 때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1.“내 한 평생을 예수님 안에, 내 온전하게 그 말씀 안에

내 결코 뒤를 바라봄 없이, 그분만을 따릅니다.”

2.“모두가 나를 외면하여도, 모두가 나를 외면하여도

내 결코 뒤를 바라봄 없이, 그분만을 따릅니다.”

3.“이 땅위에서 산다하여도, 이땅위에서 산다하여도

십자가만을 바라보면서 그분만을 따릅니다.”-

 

요즘 새롭게 발견한 ‘뭉클하다(북받치는 감정으로 가슴속이 갑자기 꽉 차 넘치는 듯하다)’란 참 좋은 순수한 우리말입니다. 이번 제자들이 열창해줬던 ‘스승의 은혜’의 동영상을 많은 지인들과 나누면서 들은 공통적 말마디가 ‘뭉클하다’라는 표현입니다.

 

“신부님, 행복하셨겠어요. 옛날 제자들이 부르는 스승의 날 노래가 뭉클합니다. 감사합니다!”

 

과연 일상의 삶에서 가슴 뭉클했던 감동의 순간이 얼마나 되는지요? 모든 아름다움은 사랑의 표현입니다. 바로 가슴 뭉클한 이런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이 우리 마음을 치유하고 순화합니다. 얼마나 많이 무뎌져 있고 거칠어진 우리 감성이요 정서인지요. 아름다운 사랑의 주님과의 살아있는 만남이 우리를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인도합니다. 주님을 만날 때 마음의 눈이 활짝 열려 주변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 장미꽃 어디에 피었나요?”

“수녀원 가는 길가 담벼락 넘어입니다. 요즘 자연책 읽기만 해도 바쁩니다!”-

 

어제 도반과 저녁식사시 주고 받은 대화입니다. 요즘 곳곳에 끊임없이 이어 활짝 피어나는 ‘환대의 꽃들’이 참 감사하고 반갑습니다. 참 좋은 살아있는 성경책이 자연입니다. 주님을 만나 눈이 열리면 온통 사랑의 기적으로 가득한 자연성경책임을 깨닫습니다. 1.신구약 성경, 2.내 삶의 성경만 렉시오 디비나 할 것이 아니라 3.자연성경도 렉시오 디비나 하는 것입니다. 이런 렉시오 디비나의 한결같은 수행이 우리를 참 관상가로 신비가로 만듭니다. 

 

오늘 제1독서 집회서는 ‘제5부 하느님의 영광’이란 주제 아래 전개되는 자연 안에서의 하느님 체험입니다. 집회서의 저자는 제가 볼 때, 참 관상가이자 신비가요 렉시오 디비나의 대가입니다. 

 

-“나는 이제 주님의 업적을 기억하고, 내가 눈에 본 것을 묘사하리라. 주님의 업적은 그분의 말씀으로 이루어졌고, 그분의 결정은 선의에서 나왔다. 찬란한 태양은 만물을 내려다 보고, 주님의 업적은 그분의 영광으로 가득 차 있다.”

 

“그분께서는 지나간 일과 다가올 일을 알려 주시고, 숨겨진 일들의 자취를 드러내 보이신다. 어떤 생각도 그분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분 앞에는 말 한마디도 숨길 수 없다. 당신 지혜의 위대한 업적을 질서있게 정하신 주님께서는, 영원에서 영원까지 같은 한 분이시다. 그분에게는 더 보탤 것도 없고 뺄 것도 없으며, 어떤 조언자도 필요없다. 그분의 업적은 모두 얼마나 아름다우며, 얼마나 찬란하게 보이는가! 누가 그분의 영광을 보면서 싫증을 느끼겠는가!”

 

얼마나 좋습니까? 제가 요즘 제일 좋은 시절 성모성월 5월의 수도원 주변의 자연경관을 보며 느끼는 감정과 흡사합니다. 살아계신 파스카의 우리 예수님을 만날 때 무지에 가린 눈이 활짝 열리는 개안의 은총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은 복음중의 복음입니다. 상징으로 가득 한 말마디들로 이뤄진 오늘 복음이야말로 참 좋은 렉시오 디비나의 대상입니다. 

 

‘길가에 앉아있는 눈먼 거지 발토로매오’, 바로 무지의 가난한 우리 인간 실존을 상징합니다. 길복판이 아닌 길가에 앉아서 길이신 주 예수님을 간절히 찾으며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눈먼 무지의 거지신세인 줄도 모르고 평생 탐욕의 무지에 눈멀어 살다가 인생 허무하게, 억울하게 마치는 이들은 얼마나 많겠는지요! 나자렛 사람 예수님이라는 소리를 듣자 전광석화電光石火, 눈먼 거지 발토로매오의 반응이 신선한 감격이자 충격입니다.

 

“다윗의 자손 에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그대로 발토로매오의 갈망과 열망의 반영이자 믿음의 표현입니다. 갈망과 열망은 성소의 원천입니다. 저는 주님 갈망의 그리움이 간절할 때는 불암산 정상을 바라보든지 또는 수도원 집무실 앞 푸른 풀밭 정원을 수없이 동그라미 원을 그리며 걷곤 합니다. 오늘은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로 시작되는 ‘얼굴’ 노래를 불러야 하겠습니다. 문득 정지용의 ‘호수’란 글과 더불어 역시 제 자작시 ‘호수’도 생각납니다.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밖에”-정지용

 

-“나무에게 하늘은

가도가도 멀기만 하다

아예 고요한 호수가 되어

하늘을 담자”(1997.2월)–이수철

 

간절히 찾아야 만나는 주님입니다. 이런 주님을 찾는 갈망이 없어 지나가시는 예수님을 못만나는 이들은 얼마나 많겠는지요! 우리가 바칠 궁극의 기도는 이 자비송 하나뿐입니다. 여기서 유래한 ‘예수의 이름을 부르는 기도’입니다. 예수님 주변 사람들의 꾸짖음에도 결코 좌절함이 없이 주님을 불렀을 때 주님의 응답입니다.

 

“그를 불러 오너라.”

“용기를 내어 일어나게. 예수님께서 당신을 부르시네.”

 

적대적이든 주변사람들이 예수님 말씀에 호의적으로 변합니다. 감사해야 하는 이웃들임을 깨닫습니다. 순수한 주님과의 만남은 없습니다. 이웃사람들을 통해, 성경을 통해, 교회를 통해, 전례들을 통해, 성사들을 통해, 자연을 통해 만나는 주님입니다. 이런 예수님 주변인들이 없었다면 눈먼 거지 발토로매오는 주님을 만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매일 강론을 쓸 수 있는 것도 예수님 중심의 도반들 공동체 덕분입니다.

 

“용기를 내어 일어나게. 예수님께서 당신을 부르시네.”

 

길가에 실의에 빠져 시들어가는 우리 영혼들 모두를 향한 평생 화두로 삼아야 할 말씀입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서 우리의 영적 부활을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넘어지면 곧장 일어나 새롭게 주님을 따르는 여정에 올라야 함을 배웁니다. 그는 겉옷을 벗어 던지고 벌떡 일어나 예수님께 갑니다. 불운했던 과거와의 극적 결별의 떠남의 순간입니다. 모두를 버리고 주님을 따랐던 어부 제자들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한 두 번 떠남이 아니라 매일 평생 끊임없이 떠나야 합니다. 산티아고 순례시 가장 좋았던, 기다리던 시간이 새벽에 일어나 새롭게 떠남의 여정에 올랐을 때임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끊임없이 주님을 따라 떠나야 흘러야 맑은 강같은 인생입니다. 주님을 만나지 못해 무지에 눈먼 안주의 삶을 살다보면 십중팔구 웅덩이에 고인 썩은 물 인생이 됩니다. 주님과의 극적인 만남의 순간이 참 감동적입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스승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참으로 정답은 ‘개안의 은총!’ 이것 하나뿐입니다. 흡사 간명하기가 선사禪師와 구도승과의 문답같습니다. 참으로 간절하면 말도 글도 군더더기 없이 짧은 법입니다. 어제 주님의 똑같은 질문에 주님께서 영광중에 오실 때 주님의 양쪽에 앉게 해달라는 야고보와 요한 형제와는 얼마나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지요. 진짜 무지에 눈먼 두 제자들과는 달리 발토로매오의 내면의 눈은 활짝 열려 올바른 분별을 한 것입니다. 

 

주님을 찾는 갈망, 떠남, 만남, 개안이 하나로 연결됨을 봅니다 새삼 우리의 영적 여정은 갈망과 떠남, 만남과 개안으로 이뤄졌음을 봅니다. 마지막 주님의 말씀이 참으로 고맙고 반갑습니다. 그대로 우리 모두를 향한 감동적, 결정적 말씀입니다 헤피엔드로 끝나는, 주님과의 만남은 새로운 시작임을 보여줍니다.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무지의 눈은 활짝 열려 다시 주님을 보게 되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예수님을 따르는 등정登程에 오르니 이제부터 진짜 참 삶을 살게 된 눈먼 거지 발토로매오입니다. 새삼 주님을 보라 있는 두눈이요, 주님의 말씀을 들으라 있는 두귀요, 주님을 따라 걸으라 있는 두발임을 깨닫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님!”-

은 우리의 모두입니다. 저절로 나오는 고백의 기도입니다. 

 

-“주 예수님! 당신은 저희의 모두이옵니다.

저희 사랑, 저희 생명, 저희 기쁨, 저희 행복이옵니다.

하루하루가 감사와 감동이요 감탄이옵니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아름다운 선물의 하루이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한결같이 ‘갈망과 떠남, 만남과 개안, 따름의 여정에 충실함으로 참으로 잘 살 수 있게 해주십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요한8,12). 아멘.

 

 

 

 

 

 

 

 

 

  • ?
    고안젤로 2021.05.27 09:04
    "사랑하는 주님, 주님을 향한 간절한 믿음으로 주님이 주신
    세상의 빛 생명의 빛을 보게
    하소서. "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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