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5.7.1. 연중 제13주간 수요일                                                                                                               창세21,5.8-20 마태8,28-34


                                                                                                       집과 무덤


오늘 말씀 묵상중 떠오른 주제는 '집과 무덤'입니다. 집은 문이 있고 무덤은 문이 없습니다. 수도원의 앞문은 세상의 사람들에게, 뒷문은 사막의 하느님께 열려 있어야 합니다. 때로는 방이 무덤같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앞문, 뒷문이 있기에 무덤이 아니라 방입니다. 


사람의 몸 역시 집도 될 수 있고 무덤도 될 수 있습니다. 바로 몸의 문 역할을 하는 것이 눈과 귀입니다. 눈과 귀를 활짝 열고 보고 들어야 하느님과 이웃 간의 소통이요 생명입니다. 눈이, 귀가 닫힐 때 몸은 그대로 무덤이 됩니다. 마음 역시 집이 될 수 있고 무덤이 될 수 있습니다.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리면 집이요, 마음의 문이 닫혀 고립단절의 상태가 되면 바로 무덤입니다.


집이 생명의 소통을 상징한다면, 무덤은 죽음의 불통을 상징합니다. 오늘 1독서에서 집의 아브라함과 복음의 무덤에서 나온 마귀들린 사람 둘이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하느님과 이웃에 활짝 열린 집에서 살아야 비로소 아브라함 같은 온전한 사람이요, 하느님과 이웃에 단절되어 닫힌 무덤같은 집에서 살 때 마귀들린 사람입니다. 오늘날 무덤같은 집에서 자폐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하여 무수한 정신질환이나 치유 불능하다 싶을 정도의 중독 현상 역시 일종의 마귀들린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소통의 생명을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저절로 눈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나, 방이나 집에 들어갔을 때 저절로 창문으로 향하는 눈길 역시 문을 찾는 사람임을 보여 줍니다. 마음 문이 닫혀 무덤이 될 때 누구나 마귀들린 사람의 가능성입니다.


"마귀들린 사람 둘이 무덤에서 나와 그분께 마주 왔다. 그들은 너무 사나워 아무도 그 길로 다닐 수가 없었다.“


오늘 복음의 장면이 섬찟합니다. 누구나 닫힌 자폐적 삶을 살다보면 사나워지고 거칠어지기 마련입니다. 열두해 하혈병을 앓으며 재산을 탕진한 여자가 주님을 만나 치유되었듯이 마귀들린 이들의 치유도 파스카의 주님을 만날 때만 가능합니다. 주님을 만남으로 마귀로부터 해방된 마귀들린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치유보다는 유비무환의 예방이 백배 낫습니다. 마귀들린 중독 상태에서 벗어나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입니다.


바로 1독서의 아브라함이 그 모범입니다. 하느님이 계신 곳을 찾지 말고 하느님을 찾으라는 사막교부의 권고도 있습니다. 하느님은 어디에나 계시기 때문입니다. 아브라함은 사제도 아니었고 수도자도 아닌 세상속의 평범한 신앙인이었습니다. 말그대로 평범한 성인입니다. 오늘 1독서 창세기에서 사라와 하가르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아브라함의 모습은 얼마나 인간적인지요. 


무덤의 마귀들린 사람과는 달리 늘 하느님 향해 문을 활짝 열고 하느님과 부단한 소통중에 살아온 기도와 믿음의 사람 아브라함이었습니다. 고뇌의 밤샘 기도후 주님 말씀대로 아침 일찍 일어나 하가르 모자에게 만반의 준비를 갖춰준 후 집에서 내보내는 아브라함입니다. 


아브라함의 분별력의 지혜가 빛을 발합니다. '비정非情의 사람' 아브라함 같지만 하느님의 뜻에 따른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모든 것을 다 혼자 해결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따랐고 하느님은 광야에 버려진 하가르와 그 아들 모자를 살려 주셨습니다.


오늘 새벽 잠시 수도원 정자에 누워 사방 하늘과 이웃에 활짝 열려 있는 집, 정자같은 사람, 아브라함에 대해 묵상했습니다. 미사 퇴장 후 빠코미오 원장수사와 웃으며 나눈 대화입니다.


"원장은 사방 하늘과 이웃에 활짝 열려 있는, 또 언제나 누구든 쉬어갈 수 있는 집, 정자같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과 이웃에 문을 활짝 열때는 아브라함이요, 문을 닫고 살 때는 무덤의 마귀들린 사람입니다. 이 둘다 우리의 가능성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주시어 필요한 은총을 풍성히 나눠 주시고 우리 안에 내재해 있는 온갖 어둠의 세력을 일소시켜 주십니다.


"주님을 경외하여라. 그분을 경외하는 이에게는 아쉬움이 없으리라. 부자들도 궁색해져 굶주리게 되지만, 주님을 찾는 이에게는 좋은 것뿐이리라.(시편34,10-11).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22 진실과 겸손-2015.6.17. 연중 제11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5.06.17 189
3221 주님의 기도-2015.6.18. 연중 제11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15.06.20 232
3220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2015.6.19. 금요일 성 로무알도 아빠스(10세기 중엽-1027)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5.06.20 343
3219 사랑의 신비가-2015.6.20. 연중 제11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5.06.20 422
3218 성공적 인생항해(人生航海) 비결-2015.6.21. 연중 제12주일 프란치스코 2015.06.21 287
3217 향기로운 복福의 사람-2015.6.22. 연중 제12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5.06.22 274
3216 천국의 열쇠 -천국天國의 '좁은 문門'-2015.6.23. 연중 제12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5.06.23 410
3215 내 삶의 존재 의미-2015.6.24. 수요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15.06.24 506
3214 일치(一致)의 길-2015.6.25. 목요일 남북 통일 기원미사 프란치스코 2015.06.25 254
3213 기도의 사람 -아브라함의 웃음-2015.6.26. 연중 제12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15.06.26 239
3212 하느님 체험-2015.6.27. 연중 제12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5.06.27 238
3211 "하느님 소원을 풀어드립시다"-2015.6.28. 연중 제13주일(교황주일) 프란치스코 2015.06.28 275
3210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2015.6.29. 월요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5.06.29 327
3209 '살아있는 성경책' 사람 -회개의 여정-2015.6.30.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5.06.30 348
» 집과 무덤-2015.7.1. 연중 제13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5.07.01 340
3207 믿음의 승리-2015.7.2.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5.07.02 292
3206 공동체의 품격-2015.7.3. 금요일 성 토마스 사도 축일 프란치스코 2015.07.03 318
3205 믿음이 답答이다-믿음의 여정-2015.7.4.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5.07.04 462
3204 어떻게 살아야 하나?-2015.7.5. 주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1821-1846)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5.07.05 392
3203 주님을 꿈꾸는 사람들-2015.7.6.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5.07.06 197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170 Next
/ 170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