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14. 수요일 재의 수요일                                                       요엘2,12-18 2코린5,20-6,2 마태6,1-6.16-18



“아름답고 거룩한 사순시기를 삽시다!”

-회개, 지금, 진실, 사랑-



오늘 재의 수요일부터 설렘과 대망大望의 사순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순시기는 결코 무겁고 어둡고 음울하게 지내는 시기가 아닙니다. 예전에는 모르고 고행과 극기, 절제의 시기로만 알아 그렇게 지냈지만 요즘은 반대로 명랑하고 밝고 경쾌하게 지냅니다. 억지로, 마지못해서가 아닌 자발적 사랑의 기쁨으로 하는 절제와 극기의 수행들이기에 삶은 밝고 깊습니다. 73장으로된 긴 분도규칙서에는 기쁨이란 말이 ‘사순절을 지킴에 대하여’라는 제49장에서 꼭 2회 나옵니다.


-“그리하여 각자는 ‘성령의 기쁨gaudio’을 지니고 자기에게 정해진 분량 이상의 어떤 것을 하느님께 자발적으로 바칠 것이다. 즉 자기 육체에 음식과 음료와 잠과 말과 농담을 줄이고 ‘영적 갈망의 기쁨gaudio’으로 거룩한 부활 축일을 기다릴 것이다(성규49,6-7).”-


재의 수요일 사순시기 초부터 벌써 부활의 기쁨을 앞당겨 살기에, 부활의 주님을 기다리기에 설렘과 대망의 사순시기를 살 수 있게 된 행복한 우리들입니다. 하여 어제는 기다림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수도원길, 하늘길 사진을 많은 분들에게 선물로 전송했습니다. 부활의 봄을 기다리는 봄꿈을 꾸는 듯 가로수 메타세콰이어 겨울나무들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여 오늘 강론 제목은 “아름답고 거룩한 사순시기를 삽니다!-회개, 지금, 진실, 사랑”으로 정했습니다. 끊임없이 지금 회개할 때, 진실할 때, 사랑할 때 우리 모두 아름답고 거룩한 사순시기를 살 수 있습니다.


첫째, 회개하십시오.

회개가 답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회개입니다. 믿는 이들의 삶은 바로 회개의 삶입니다. 회개가 삶의 기초요 출발점입니다. 한 두 번이 아니라 매일 평생 죽을 때가지 끊임없이 회개하는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도, 예수님도 하느님 나라에 앞서 우선 촉구한 것이 회개였습니다. 우리 역시 부활의 주님을 기다리는 준비로 회개보다 더 필요한 것은 없습니다.하느님 안 제자리에로의 철저한 방향전환이 회개입니다. 요엘 예언자 역시 우리의 회개를 촉구합니다.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옷이 아니라 마음을 찢어라. 주 너희 하느님께 돌아오너라.”


회개는 의지적이고 전인적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마음은 숙고하고 문제를 온전히 깨달은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는 인간의 중심을 가리킵니다. 이렇게 마음을 늘 새롭게하여 하느님께 돌아감이, 넘어지면 곧장 일어나 하느님을 향해 새롭게 시작함이 바로 회개입니다. 


우리 하느님은 너그럽고 자비로운 분, 분노에 더디시고 자애가 큰 분, 재앙을 내리시다도 후회하시는 마음 여린 분이십니다. 끊임없는 회개를 통해 우리 마음 역시 이런 하느님을 닮아 너그럽고 자비로운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지금하십시오.

어제도 내일도 아닌 여기서 지금 회개하는 것입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지금을 잡으십시오. 회개의 자리는, 하느님과 화해의 자리는 여기 지금입니다. 지금을 생각할 때 지체없는 회개에 늘 깨어있는 삶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입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하느님의 은총을 헛되이 받는 일이 없게 하십시오. 하느님은 말씀하십니다. ‘은혜로운 때에 내가 너의 말을 듣고, 구원의 날에 내가 너를 도와 주었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


지금이 바로 회개의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깨어있을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하느님과 화해할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은혜로운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 회개를 통해 하느님을 만나야할 자리는 바로 지금 여기입니다. ‘지금’이란 말마디 마음 깊이 새겨 두시기 바랍니다.


셋째, 진실하십시오.

진실이 구원입니다. 진실할 때 사람입니다. 진실이 겸손입니다. 회개의 열매가 바로 진실과 겸손입니다. 회개를 통해 하느님을 만날 때 하느님을 닮아 진실과 겸손입니다.


진실과 겸손의 반대는 위선과 교만입니다. 누가 진실치 못한 위선적 사람입니까? 하느님 중심이 아닌 ‘자기ego’ 중심의 사람입니다. 하느님을 의식하지 않고 사람들을 의식하는 사람입니다. 주님은 자선과 기도와 단식의 수행에서 진실치 못한 위선적 행태를 단호히 거부할 것을 당부하십니다.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을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


예수님이야말로 심리학의 대가이십니다. 위선적 삶의 행태를 예리하게 통찰하십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의 보편적 위선적 어리석은 삶의 모습입니다. 여기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에고를 만족시키는 삶은 알맹이가 아닌 껍데기의 삶이요 결과는 공허일 뿐입니다. 예수님이 표리부동의 위선자들을 얼마나 혐오하시는지 깨닫습니다. 진실이 바로 구원입니다. 진실해야 참 사람입니다.


넷째, 사랑하십시오.

사랑이 답입니다.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입니다. 사랑할 때 진실합니다. 사랑이 진실입니다. 무엇보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모든 수행은 하느님 사랑의 자발적 표현입니다. 하느님을 참으로 사랑할 때, 자선, 기도, 단식 등 모든 수행들을 사랑합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수행을 사랑할 때 진실한 수행입니다.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이미 고인이 된 불가의 대선사 성철 큰 스님이 극찬했던 말씀이라 합니다.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너는 단식할 때에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그리하여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늘 반복해 읽어도 늘 새롭게 마음에 와닿는 감동적인 말씀입니다. 이런 자발적 사랑의 참된 자선, 기도, 단식 수행이 하느님을 향해 우리 마음을 활짝 열어줍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할 때 이런 거룩하고 아름답고 향기로운 수행자의 삶입니다. 이런 수행자들이 진정 깊고 깊은 영성가요 관상가입니다. 자랑과 위선, 허영과 교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박輕薄하고 천박淺薄한 우리 수행자들을 한없이 부끄럽게 하는 말씀입니다.


이렇듯 하느님 중심의 철저한 사랑의 수행이 우리를 참으로 순수하게, 초연하게, 자유롭게 합니다. 진실하고 지혜로운, 맑고 향기로운,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의 본질적 삶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수행자들이 진정 내적부요의 참행복한 사람들입니다.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순시기를 삽시다. 


1.회개하십시오.

2.지금하십시오. 

3.진실하십시오. 

4.사랑하십시오. 


이래야 하느님 중심의 진실하고 지혜로운, 맑고 향기로운, 거룩하고 아름다운,  본질적 알맹이의 관상적 신비가의 삶입니다. 바로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렇게 살도록 해 주십니다.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아멘.

  • ?
    안젤로 2018.02.14 13:11
    끊임없이 지금 회개할 때, 진실할 때, 사랑할 때 우리 모두 아름답고 거룩한 사순시기를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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