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3.25.수요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이사7,10-14;8,10ㄷ 히브10,4-10 루카1,26-38

 

 

 

“하닮의 여정”

-“우리 모두가 ‘임마누엘’입니다”-

 

 

 

오늘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입니다. 예전에는 ‘성모 영보領報 대축일’이라 불렀는데 ‘영보領報’는 성모님께서 천사에게 예수님의 잉태 소식을 들으셨다는 뜻입니다. 사순시기 먼저 번의 3월19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과 쌍벽을 이루는, 참 반갑고 고마운, 참 아름답고 은혜로운 축일입니다. 

 

흡사 ‘사막’의 사순시기에 맞이하는 ‘오아시스’ 축일같은 느낌도 듭니다. 오늘 대축일 은총으로, 성모님의 전구로 ‘코로나 사태’가 결정적으로 진정되는 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새벽에 읽은 반가운 뉴스를, 즉 두 세계 지도자를 겸손하게 만든 코로나 사태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기사를 소개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문대통령에게 “한국이 코로나19 대응을 굉장히 잘하고 있다”며 “의료장비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고, 문대통령은 “국내 여유분이 있으면 최대한 지원하겠다” 화답했다는 기사입니다. 

또 하나는 아베 일본 총리가 세계 각국의 올림픽 강행시 보이콧 경고에 결국 도쿄 올림픽을 1년 연기하기로 고개 숙여 백기를 들었다는 보도입니다.’-

 

또 하나 “제발 말 들으세요” 란 재미있는 글이 있어 소개합니다. “지금처럼 역병이 창궐할 때 우리는 어디에 있어야 하나요?! 집에! 순종은 우리를 보호합니다. 집에 있으세요! 잠언에도 ‘그러나 내 말을 듣는 이는 편안히 살고, 불행해질 걱정없이 평온히 지내리라’(잠언1,33)는 말씀이 있어요. 그러니 제발 말 들으세요.”

 

성모님도 나자렛 고을의 집에서 정주의 삶에 충실하던중 주님 천사의 방문을 받았습니다. 오늘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방금 부른 화답송 후렴도 오늘 말씀을 요약하며 평생 화두로 삼고 싶은 말마디입니다.

 

“주님, 보소서, 당신 뜻을 이루려 제가 왔나이다.”

 

바로 우리 믿는 이들의 삶의 숭고한 존재이유를 깨닫게 하는 성구입니다. 무의미한, 무목적의 인생이 아니라 우리 각자 주님 뜻을 이루려 세상에 파견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을 ‘하느님의 성모 마리아 방문 축일’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당신 천사를 통해 나자렛 벽촌의 마리아를 방문하신 하느님의 지극한 겸손이 놀랍습니다. 인류 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마음이 얼마나 절박하고 다급했는지 짐작이 갑니다. 

 

마침 어제 모임을 대표해 선물을 들고 수도원을 방문한 후 집무실을 청소하고 간 예수 성심회 회장 자매와 주고 받은 덕담의 메시지도 나눕니다.

 

-“감사합니다! 흡사 ‘성녀 수산나 자매님 방문 축일’처럼 생각됩니다. 집무실 분위기도 상쾌하기가 사람은 떠나도 향기는 남아있는 느낌입니다.”-

-“아멘, 신부님, 집에 잘 도착했습니다. 수도원이 천상의 낙원같아 우울했던 맘이 치유되었습니다.”-

 

반가운 이들의 방문은 흡사 방문 축일처럼 생각됩니다. 꼬박 1년 기다렸다 피어나는 다양한 종류의 무수한 파스카의 청초한 봄꽃들의 1년만의 방문은 얼마나 놀랍고 반가운지요! 언젠가 어느 자매가 들려준 일화도 잊지 못합니다. 일곱 살 꼬마 아들이 ‘하느님이 오신다’ 말하기에 문밖을 나가 봤더니 한 자매가 모임차 오고 있었고 아이는 그렇게 표현했고 참 많이 깨달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참으로 놀랍고도 아름다운 하느님께서 마리아를 방문 하신 축일인 오늘입니다. 꼭 기억하고 싶은 세 말마디 성구를 집중적으로 나눕니다. 마리아를 만나자 마자 주님 천사의 인사말입니다. 이 인사말에 마리아가 얼마나 놀랐겠는지 짐작이 갑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곧 마음을 추슬러 침착하게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곰곰이 생각하였습니다. 과연 관상가의 모범이요 렉시오 디비나의 대가입니다.

 

1.“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최고의 인사말이요 찬사입니다. 그대로 마리아는 물론 참으로 믿는 우리 각자의 자랑스런 신원입니다. 얼마나 고귀하고 기품있는 존엄한 인간의 모습인지요! 과연 이 모습대로 부끄럼 없이 품위있게 살아가고 있는지 묻습니다. 주님께서 함께 계시다는 자체가 은총의 축복이요 기쁨이며 참 행복의 원천입니다. 도대체 주님이 함께 계신데 무엇이 부족하겠는지요. 이 성구는 제가 고백성사 보속 말씀 처방전으로 가장 많이 써드리는 말씀입니다. 언젠가 이 말씀을 써드렸을 때 수녀님의 환희 가득한 탄성도 잊지 못합니다.

 

“신부님, 보속補贖이 아니라 살아 있는 보석寶石 말씀입니다!” 더불어 노 수도선배와 나눈 기분좋은 깨달음의 유머도 생각납니다. “신부님은 보물寶物입니다.”에 대한 “아닙니다. 고물古物입니다.”라 답한 수도선배입니다. 겸손할 때 고물은 보물로 변함을 깨닫습니다.

 

두 번째 말마디 성구는 마리아의 순종의 응답입니다. 아주 예전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이 부분에 대한 주석도 잊지 못합니다. 이 대답이 나오기전 온 우주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깊은 정적에 잠겨 있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인류 역사의 구원이 마리아의 응답에 달린 절체절명絕體絕命의 순간이었기에 참으로 하느님을 비롯하여 피조물 모두가 참으로 조마조마 긴장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순간 마리아의 사랑의 순종의 고백입니다.

 

2.“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떠나갔고 하느님께서도 마리아의 순종이 참으로 고마웠을 것입니다. 참 사람 하나 만나는 느낌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우리 인류의 자부심’인 마리아란 어느 신학자의 언급도 생각납니다. 아마 하느님은 마리아에게 다음과 같이 고백했을 것입니다. “그대 마리아 나의 자랑이듯이, 나 하느님도 그대의 자랑이어라.” 하여 우리는 마리아 성모님의 덕을 본받고자 평생 매일 저녁성무일도 마지막에 마리아의 찬가를 부릅니다.

 

부전자전이기 보다는 모전자전, 그 어머니에 그 아들 예수님이십니다. 바로 오늘 제2독서 히브리서에서 예수님의 거듭된 고백이 그대로 성모 마리아를 닮았습니다.

 

-“보십시오, 하느님! 두루마리에 저에 관하여 기록된 대로,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

 

이 “뜻”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 단 한 번 바쳐짐으로써 우리가 거룩하게 되었습니다. 하여 우리 또한 예수님처럼, 성모님처럼 주님의 뜻을 이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제1독서 이사야의 예언은 성모님의 사랑의 순종으로 실현되었습니다. 세 번째 주목되는 성구입니다.

 

3.“보십시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영예로운 이름, 임마누엘인지요! 예수님뿐 아니라 주님께서 함께 계신 마리아도 임마누엘이고 참으로 믿는 이들이 모두 또 하나의 임마누엘입니다. 그러니 인간이 물음이라면 답은 하느님뿐임을 깨닫습니다. 참 사람이, 하느님의 자녀가, 빛의 자녀가 되는 유일한 길은 평생 도반인 하느님과의 우정관계에 있음을 봅니다. 

 

사람만 있고 하느님이 빠져버리고 그 자리에 세상 우상들이 자리 잡으니 사람은 더러운 영들에 오염되어 타락 변질되니 괴물도, 악마도, 야수도, 폐인도, 광인도, 좀비도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는 뜻의 임마누엘 참으로 존엄한 인간 품위의 근거입니다. 그러니 평생공부, 평생과제가 영원한 도반이신 하느님 공부와 하느님 과제요, 참으로 함께 계신 주님과 깊어지는 우정 관계와 더불어 무지로부터 해방에 참 자유인의 참 사람의 실현임을 깨닫습니다. 하여 우리 삶의 여정을 ‘예닮의 여정’에 이어 하느님을 닮아가는 ‘하닮의 여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참 하느님이자 참 사람이라 칭하는 예수님은 100% 하느님을 닮은 ‘하닮의 여정’에 전무후무의 최우수생이요, 마리아 성모님 역시 분명히 90% 이상을 닮았을 것입니다. 참 역설적인 것이 하느님을, 예수님을 닮아감으로 참 나의 실현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함께 하는 하느님을 잊고, 모르고, 하여 자기를 잊고, 모르고, 평생 무지의 어둠속에서 살아가다 인생 마친다면 얼마나 헛되고 억울한 인생이겠는지요! 

 

김남조 마리아 막달레나 원로 저명 시인의 말마디도 잊지 못합니다. “가톨릭 신앙을 못 가졌더라면, 내 문학은 척추가 없는 동물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나에게 절대자였습니다.” 하느님 빠진 삶은 영적으로 척추가 없는, 줏대가 없는, 중심이 없는 동물같은 삶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믿는 이들은 모두가 또 하나의 임마누엘입니다. 과연 하닮의 여정중에 우리는 현재 몇% 주님을 닮은 임마누엘이겠는지요?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하닮의 여정’에 충실함으로 참 나의 임마누엘이 되어 살게 하십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20.03.25 05:58
    사랑하는 주님, 부족한 저희가 주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주님 닮은 삶을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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