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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5. 주일 예수 성탄 대축일 낮미사

                                                                                                               이사52,7-10 히브1,1-6 요한1,1-18



말씀의 신비, 인간의 신비

-빛, 생명, 진리-



“땅끝마다 우리 주의 구원을 모두가 우러러 보았도다.”

방금 우리는 성탄 낮미사 화답송 후렴을 흥겹게 노래했습니다. 땅끝마다 모두의 눈길이 오늘 탄생하신 구원자 예수님을 우러러 보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끊임없이 노래하며 예수님 성탄의 기쁨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몸이 불편하면서 바오로 사도의 위 권고 말씀을 더 깊이 깨닫게 됩니다. 건강할 때는 물론이고 아플 때도 감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처지에서든지 사람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요, 제 운명의 십자가, 제 책임의 십자가를 기꺼히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존엄한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예수 성탄 대축일 낮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지난 밤 대축일 미사에 이어 주님 성탄을 경축하는 우리들입니다. 지난 밤은 가난한 목자들과 함께 베들레헴이라고 불리는 다윗 고을에서 탄생하시어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를 관상했지만, 오늘 우리는 예수 아기 탄생을 통해 인간의 신비를 더 깊이 관상하는 날입니다. 지난 밤 복음의 성탄의 이야기를 ‘아래로부터의 그리스도론’으로 명명한다면 오늘 로고스(말씀) 찬가는 ‘위로부터의 그리스도론’이라 명명할 수 있습니다.


말씀으로 탄생하신 주님이 우리의 인간 품위와 긍지의 원천이 됩니다. 예수 성탄으로 말미암아 참으로 존엄한 품위의 인간으로 살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의 ‘말씀 찬가’를 통해 환히 드러나는 인간의 신비입니다. 하느님의 신비, 그리스도의 신비, 인간의 신비를 푸는 구원의 열쇠가 바로 말씀의 신비입니다. 


“한 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그분께서는 한처음에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오늘 화두처럼 펼쳐지는 ‘말씀찬가’의 서두 말씀입니다. 하느님의 뿌리에 닿아있는 말씀이신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뿐 아니라 우리 인간의 본질 역시 하느님 뿌리에 닿아있는 말씀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히브리서 역시 말씀으로 탄생하신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해 명쾌히 고백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을 만물의 상속자로 삼으셨을뿐 아니라, 그분을 통하여 온 세상을 만들기까지 하셨습니다. 아드님은 하느님 영광의 광채이시며 하느님 본질의 모상으로서, 만물을 당신의 강력한 말씀으로 지탱하십니다.”


한 번으로 끝난 창조가 아니라 말씀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끊임없이 세상을 창조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온 만물이 지탱되고 있음은 바로 하느님 영광의 광채이시며 하느님 본질의 모상이신 주 그리스도 예수님의 말씀 덕분임을 깨닫습니다. 


도대체 하느님께서 천사들 가운데 그 누구에게 “너는 내 아들, 내가 오늘 너를 낳았다.” 하고 말씀한 적이 있습니까? 또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되리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까? 바로 오늘 하느님은 우리를 위해 당신 외아드님이신 예수님을 탄생시키셨습니다. 


이사야가 삶에 지친 우리를 고무합니다. ‘예루살렘의 폐허’들이 상징하는 바, 고단한 삶으로 피폐해진 우리들입니다.


“예루살렘의 폐허들아, 다 함께 기뻐하며 환성을 올려라. 주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위로하시고, 예루살렘을 구원하셨다.”


마침내 말씀이신 예수님 탄생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습니다. 우리 삶의 영원한 좌표가 되시는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말씀은 바로 우리 인간의 본질임을 깨닫습니다. 인간은 누구입니까? 영원히 풀릴 수 없던 질문이 예수님 탄생으로 그 답이 나왔습니다.


첫째, 말씀의 본질은 빛입니다. 

인간은 빛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빛입니다. 빛의 자녀들입니다. 어둠이 아니라 빛인 사람들입니다. 빛이 어둠 속에 비치고 있지만, 어둠 속에 있는 이들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이 빛이신 예수님을 증언하라 하느님이 보내신 사람이 바로 세례자 요한입니다. 그는 빛을 증언하여 모든 사람이 빛이신 주님을 믿게 하려는 것입니다. 우리 역시 요한처럼 빛의 증언자로 살아야 합니다. 


마침내 오늘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주님 빛을 반사하는 주님의 반사체로 주님의 빛이 되어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 어둠을 몰아내는 세상의  빛으로 살라고 우리 안에 빛으로 탄생하신 예수님이십니다.

 

둘째, 말씀의 본질은 생명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활동적active’입니다. 말씀은 ‘명사noun’라기 보다는 ‘동사verb’입니다. 하여 말씀은 ‘만들고makes’, ‘생산하고produces’, ‘창조합니다creates.’ 지금도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움직이며 활동하십니다. 인간은 생명입니다. 죽음이 아니라 생명입니다. 말씀이신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습니다. 생명의 빛입니다. 생명은 저절로 빛을 발하기 마련입니다. 


생명의 살림의 문화가 아닌 죽임의 문화가 팽배한 세상입니다. 말씀으로 탄생하신 주님만이 생명의 원천입니다. 주님 안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을 때 영원한 생명입니다. 끊임없이 생명의 말씀이신 주님을 추구하시시 바랍니다.


셋째, 말씀의 본질은 진리입니다.

인간은 진리입니다. 거짓이 아니 진리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시게 되었으니 바로 이것이 복음입니다. 우리는 이 거룩한 미사중 그분의 영광을 봅니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이 부분에 대한 주석이 은혜로와 소개합니다. 직역하면 ‘말씀이 살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로 해야 합니다. 그것은 말씀이 ‘사람human being’이 된 것이 아니라 ‘살flesh’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요한 사가의 언어로는 ‘살flesh’은 우리 인간 본성상 약하고 죄스런 모든 것을 가리킵니다. 바로 이런 약하고 죄스런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된 말씀이신 예수님이라는 것입니다. 하여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죄빼놓고는 우리와 똑같이 되신 주님이십니다. 


우리 모두 탄생하신 그분의 충만함에서 은총에 은총을 받았습니다. 율법은 모세를 통하여 주어졌지만, 은총과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왔습니다. 은총의 진리, 진리의 은총, 은총과 진리는 둘이자 하나입니다. 


말씀이신 주님과 하나될 때 우리 역시 은총의 진리로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진리가 우리를 치유하고 온갖 거짓의 노예상태에서 자유롭게 합니다. 말씀의 진리에 순종할 때 진정 자유인의 삶입니다. 


진리자체이신 주님을 떠나 살기에 거짓의 노예되어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살아있으나 영혼은, 정신은 죽은 사람들입니다. 진리이신 말씀과 하나되어 살 때 정직하고 솔직하고 지혜롭고 단순한 삶입니다.


아무도 하느님을 본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와 가장 가까우신 외아드님,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알려주셨습니다. 바로 오늘 탄생하시는 말씀이신 주님께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아버지를 알려 주십니다. 


인간의 본질은 말씀입니다. 말씀은 빛이요 생명이요 진리입니다. 말씀이신 주님과 하나되어 갈수록 우리 역시 빛과 생명, 진리의 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새삼 말씀공부가 참사람 되는 데 얼마나 중요한 공부인지 깨닫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났음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아야 합니다. 인생은 선물이자 평생과제입니다. 빛의 사람, 생명의 사람, 진리의 사람, 즉 주님을 닮은 존엄한 품위의 참사람이 되는 평생과제를 선물로 받은 우리들입니다. 오늘 저는 제 현실진단을 소개드리고 싶습니다.  


육신의 암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실 것입니다. 전신에 전이되기 시작하면 속수무책입니다. 겉은 멀쩡한데 속으로 전이되어 죽어가는 암환자는 얼마나 많습니까? 바로 우리나라 상태 그렇다는 것입니다. 육신의 암 못지 않게 무서운 것이 영혼의 암, 정신의 암, 마음의 암입니다. 


어디 하나 암이 전이되지 않은 곳이 없는 나라의 지체들 같습니다. 수술하려고 개복했다가 덮을 수 뿐이 없다고 합니다. 혹자는 내 안의 최순실을 찾아내라고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퇴진시킨다고 암조직이 깨끗이 제거됩니까? 아닙니다. 퇴진 이후의 후속 조치가 중요합니다. 전이된 암세포이기에 또 고약한 암덩어리가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이된 부위를 전부 도려내다간 나라가 죽습니다. 


하루이틀 시작된 나라의 암이 아니라 저 먼 조선시대, 아니 그전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를 전신으로 전이된 암을 단번에 제거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종교, 교육, 언론, 문화, 경제, 사회, 경찰, 검찰 등 곳곳에 전이되어 있는, 어둠에 속한  무지, 탐욕, 교만, 불의, 불신, 불화, 분열, 불륜, 부패, 폭력, 절망, 미움, 증오, 혐오, 나태, 분노, 허영, 질투, 무시, 차별, 악의 등 이 모든 것들이 바로 정신의 암, 영혼의 암, 마음의 암입니다. 어느 하나 성한 곳이 없어 보이는 나라 상태입니다. 


참으로 지혜롭게 멀리 내다 보며 로드맵에 따라 영적 항암제를 적절히 사용하며 회생토록 해야 할 것이며 이미 시작되었다 봐야 합니다. 온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참 좋은 정권이 들어서 오랫동안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예수 성탄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의 빛과 생명과 진리보다 더 좋은 영적 항암제도 없기 때문입니다. 부작용이 전혀 없을뿐만 아니라 마음과 영혼, 정신을 튼튼히 하는 보약이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말씀으로 탄생하신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빛과 생명과 진리의 은총으로 우리 모두를 충만케 하십니다. 여러분 모두가 아기 예수님의 성탄의 축복을 가득히 받으시기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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