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6.18. 주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신명8,2-3.14ㄴ-16ㄱ 1코린10,16-17 요한6,51-58



왜 우리는 미사(성체성사)를 봉헌하는가?

-하느님 자랑-



요즘 주일 전례는 계속되는 대축일 전례입니다. 예수 부활 대축일에 이은 주님 승천 대축일, 성령강림대축일, 삼위일체 대축일, 그리고 오늘은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이며 6월23일 금요일은 마지막 결정적 예수 성심 대축일입니다. 모든 대축일을 통해 찬연히 빛나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를 증거하는 대축일이기에 결국은 하느님의 사랑을 기리는 대축일 하나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도 참 풍요롭습니다. 시간되면 매일미사책 2독서후 부속가 성체송가를 묵상해 보십시오. 성령강림대축일 미사때 부속가인 성령송가가 10절로 역시 은혜로운 축복의 내용으로 가득했는데, 오늘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미사때의 성체송가는 무려 24절까지 그 풍부하고 깊은 내용은 성령대축일때와는 비교도 안 됩니다. 무궁무진한 보물밭 같습니다.


오늘 아침성무일도중 한 개의 후렴과 즈가리야의 노래 후렴의 내용과 멜로디도 참 아름다웠고 메마른 가슴을 촉촉이 적시는 단비와 같았습니다.


“당신 백성을 천사들의 음식으로 배불리셨고 하늘의 빵을 그들에게 주셨도다. 알렐루야!”


“나는 하늘로부터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로다. 이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든지 영원히 살리라.”


하느님 사랑을 먹어야 살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 사랑의 결정적 표지인 천사들의 음식이자 하늘의 빵인 말씀과 성체를 먹고자 이 거룩한 미사에 참석하고 있는 하느님의 백성인 우리들입니다. 


몇 가지 예화를 더 나눕니다. 지금 사용하기 전의 제대는 작았습니다. 후에 기존의 작은 제대판 위에 큰 제대판을 감쪽같이 붙인 것입니다. 그때의 소감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아, 밥상 참 커서 좋다!”


주님의 제대이자 주님의 밥상입니다. 매일 미사때 마다 주님의 큰 밥상에서 생명의 빵을 모시니 마음도 참 넉넉하고 부자된듯한 느낌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또 하나는 양로원에 거주하시는 어느 퇴임아빠스님의 말씀입니다.


“여기 노인들에게 낙樂이라곤 미사 하나뿐인데, 나 노인들 놔두고 휴가 못간다.”


미사 낙 하나뿐이라는 얘기는 하느님 낙 하나뿐이라는 근본적 진리에 대한 고백입니다. 하느님 사랑의 깊이는 미사의 깊이며, 하느님의 아름다움은 미사전례의 아름다움입니다. 진정 하느님을, 예수님을 사랑하는 이들은 미사를 사랑합니다. 미사의 힘은 그대로 하느님의 힘으로 여기 수도자들 역시 미사의 힘, 하느님의 힘으로 살아갑니다. 


언젠가의 체험도 생생합니다. 아주 오랜만에 찾은 초등학교 동창이 장 시간에 걸쳐 자랑을 늘어 놓고 저는 듣기만 했습니다. 자랑을 요약하니 딱 둘이었습니다. 자식자랑과 돈자랑이었습니다. 즉시 제 자랑은 무엇인가 생각했습니다. 하느님 자랑이었습니다. 하느님 자랑하는 재미로 삽니다. 하느님 자랑은 하느님 찬미와 감사로 표현됩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보다 더 좋은 하느님 자랑은 없습니다. 


하여 오늘 강론 제목은 ‘왜 우리는 미사(성체성사)를 봉헌해야 하는가?’이고 부제는 ‘하느님 자랑’으로 정했습니다. 오늘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맞이하여 왜 우리는 미사를 봉헌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나누고자 합니다.


첫째,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말씀과 성체로 오시는 주님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살아 게신 주님을 만나 찬미와 감사의 영적제사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주님 사랑의 표현이 찬미입니다. 전례의 궁극의 목적도 살아계신 주님과의 만남에 있습니다. 만남의 행복, 만남의 기쁨, 만남의 은총 등 살아계신 주님과의 만남을 능가하는 만남은 이 세상 어디도 없습니다. 


주님을 만날 때 놀라운 내외적 변화입니다. 미사를 통한 주님의 위로와 치유입니다. 주님이 아니고는 세상 그 누구도 줄 수 없는 위로와 치유입니다. 주님을 만날 때 정화와 성화은총으로 영육은 깨끗해지고 거룩해집니다. 


이어 주님은 기쁨과 평화를 선물하시고 주님과의 끊임없는 만남을 통해 우리는 주님을 닮아 신망애信望愛의 사람, 진선미眞善美의 사람, 온유와 겸손의 사람이 됩니다. 이 모두가 미사를 통해 살아 계신 주님과의 만남을 통한 선물들입니다.


둘째, 살기위해서입니다. 

절박한 용어가 살기위해서입니다. 영혼과 육신이 살기위해서입니다. 주님과 함께 파스카 신비의 진짜 삶을 살기위해서입니다. 밥으로 오시는 생명의 빵인 주님을 먹고자 주님의 밥상 앞에 앉아 있는 우리들입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주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삽니다. 


생명의 빵인 말씀과 성체를 모셔야 영육의 갈증과 배고픔도 해결됩니다. 오늘 복음의 주님 말씀도 온통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인 당신을 먹어야 살 수 있음을 강조하는 내용들입니다.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 이것이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 너희 조상들이 먹고도 죽은 것과는 달리, 이 빵을 먹는 이는 영원히 살 것이다.”(요한6,57-58)


주님의 성체가 참된 양식이고 주님의 성혈이 참된 음료입니다. 도대체 미사가 아니곤 어디서 이런 참된 양식, 참된 음료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다음 대목도 생략할 수 없습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살릴 것이다.”(요한6,54).


우리가 모시는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장차 있을 부활의 씨앗이 된다는 놀랍고도 기쁜 소식입니다. 알게 모르게 부활신앙을 촉진시켜 주는 주님의 성체성혈의 은총입니다.


예외없이 누구나 광야여정의 인생을 살아갑니다. 이집트 백성의 사십 년 동안의 광야여정은 그대로 우리의 인생여정을 상징합니다. 광야여정인생이 힘들고 고달파 생명의 만나, 생명의 빵을 먹고자 이 오아시스와 같은 수도원 성전미사에 참석한 우리들입니다. 


셋째, 친교와 공동체의 일치를 위해서입니다.

혼자서는 못삽니다. 끊어져 단절되어 있을 때 죽음의 지옥입니다. 이어져 연결될 때 비로소 모두가 삽니다. 연결은, 연대는 사랑이며 생명입니다. 끊어져 단절된 이들을 하나로 이어 연결시켜 주어 공동체의 일치를 이루어 주는 미사은총입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요한6,56)


미사중 성체성혈을 모심으로 주님과의 상호내주相互內住의 일치입니다. 이래야 진짜 삶입니다. 주님이 빠진 삶은 온전한 삶이 아닌 헛개비 같은 반쪽 삶입니다. 주님과 친교의 우정을, 더불어 형제들과 친교의 우정을 깊게 하는 주님의 성체성혈의 은총입니다. 다음 바오로의 말씀 그대로입니다.


“우리가 축복하는 그 축복의 잔은 그리스도의 피에 동참하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가 떼는 빵은 그리스도의 몸에 동참하는 것이 아닙니까? 빵이 하나이므로 우리는 여럿일지라도 한몸입니다. 우리 모두 한 빵을 나누기 때문입니다.”(1코린10,16-17).


단절된 혼자는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 한 빵인 주님을 나누기에 우리는 여럿일지라도 한몸입니다. 성체성사의 사랑이 주님과의 우정과 더불어 형제들간의 우정도 깊이함을 깨닫습니다. 이런 공동체야말로 하늘나라 유토피아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넷째, 사랑의 주님을, 주님의 사랑을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 성체성사, 미사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예수님은 세상을 떠나셨어도 당신과 영원한 친교를 나누시고자 우리에게 참 좋은 선물인 성체성사를 남겨 주셨습니다. 교회공동체의 고향이, 복음서의 고향이 성체성사입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을 떠나신후 제자들이 성찬례를 거행하면서 교회공동체가 생겨났고 여기서 살아 생전 주님이자 스승이신 예수님께 대한 추억을 나눴던 것이 바로 복음서입니다. 우리 역시 추모식이나 제사 때에 돌아가신 옛 분들의 덕을 기리며 이야기하듯 말입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끊임없이 반복되는 전례거행입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입니다. 영성생활은 기억입니다. 기억하고 기념해야 지금 여기서 진리를 살아낼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기억 훈련을 해야 치매에도 걸리지 않습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신신당부하는 것도 기억입니다. 기억하지 않고 잊으면 배은망덕背恩忘德의 죄를 짓기 마련입니다.


“너희는 이 사십 년 동안 광야에서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를 인도하신 모든 길을 기억하여라.”(신명8,2ㄱ).


“너희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 내신 주 너희 하느님을 잊지 않도록 하여라.”(신명8,14)


저 또한 늘 하느님을 기억하라고 만나는 이들마다 휴대폰에 요셉수도원 로고를 붙여드립니다. 미사중 성찬 제정과 축성문에서도 주님은 기억을 강조하십니다. 미사때 마다 필히 기억해야 할 바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회개한 우리와 화해하시는 주님입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오늘은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성체성사의 은총이 무궁무진無窮無盡하기에 여기서 끝내고 싶습니다. 미사의 깊이는 하느님의 깊이이며, 미사의 힘은 하느님의 힘이며, 미사의 아름다움은 하느님의 아름다움이며, 미사의 맛은 하느님 맛입니다. 역시 미사예찬을 하면 끝이 없겠습니다. 


미사는 하루로 확산擴散되고 하루는 미사로 수렴收斂됩니다. 미사가 삶의 리듬과 더불어 하루 삶의 중심과 질서를 잡아 주며 고해苦海인생을 축제祝祭인생으로 바꿔줍니다. 많은 미사같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미사를 드린다면 결국은 한번뿐인 미사임을 깨닫습니다. 우리를 한없이 사랑하셔서 영원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성체성사를 선물하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며 우리 모두 정성을 다해 이 거룩한 미사를 봉헌합시다.


“주님, 저희가 주님의 보배로우신 몸과 피를 받아 모셨으니, 주님과 하나되어 영원한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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