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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3. 연중 제31주간 목요일                                                                          필리3,3-8ㄱ 루카15,1-10


                                                                             하느님의 기쁨


엊그제 ‘모든 성인 대축일’에 이은 어제 ‘위령의 날’의 아름답고 행복했던 체험을 잊지 못합니다. 마치 앞당겨 선종善終체험을 한 느낌입니다. 어제 하루가 아름답고 행복한 선종 장면을 상징하는 듯 했습니다. 이 역시 무아의 집 피정집에서 만 10일간 수녀님들 피정지도후의 무아無我의 체험이라 함이 맞을 듯 합니다. 


아름답고 거룩한 위령의 날 아침 미사를 마친후 수녀님들은 피정지도를 마치고 떠나는 저를 위해 성 프란치스코의 ‘태양의 찬가’와 대데레사 성녀의 ‘아무것도 너를’ 이란 참 좋은 찬미가를 불러줬습니다. 마지막 선종때도 꼭 이 두 찬미가를 들으며 잠들 듯이 세상을 떠났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 감미로와라 가난한 내맘에 한없이 샘솟는 정결한 사랑

 오 감미로와라 나외롭지 않고 온세상 만물 향기와 빛으로

 피조물의 기쁨 찬미하는 여기 지극히 작은 이몸 있음은

 오 아름다워라 저 하늘의 별들 형님인 태양과 누님인 달은

 오 아름다워라 어머니신 땅과 과일과 꽃들 바람과 물

 갖가지 생명 적시는 물결 이 모든 신비가 주 찬미 찬미로

 사랑의 내 주님 노래 부른다.-


-아무것도 너를 슬프게 하지 말며

 아무것도 너를 혼란케 하지 말지니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다 지나가는 것

 오 하느님은 불변하시니 인내함이 다 이기느니라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미사후 성전에서 즉시 수녀님들의 고운 목소리로 찬미가를 듣는 느낌이 찬미가를 들으며 잠들 듯이 세상을 떠나는 선종체험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사제관도 말끔히 정리했기에 떠날 준비도 완료됐던 것입니다. 날씨는 얼마나 쾌청하고 맑은, ‘태양의 찬가’와도 잘 어울리는 만추의 아름다운 날이었던 지요. 


“선종체험을 앞당겨 한 느낌입니다.”


제 짧은 언급에 수녀님들은 유쾌한 폭소로 응답했습니다. 이어 성지순례차 베티성지에 들렸던 신심깊은 부부가 천사天使처럼 저를 태워 순례성당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진천성당과 감곡성당 순례지로 인도했고 불편했던 무릎 치료차 많은 이들이 추천했던 ‘하늘병원’에서 참으로 흡족한 진료를 받았고 제 고향집 하느님의 집, 수도원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하늘병원 원장의 밝고 부드럽던, 친절하고 겸손하던, 미소 가득하고 자상하던 환대의 진료에도 깊이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큰 규모의 병원을 운영하면서 하루 종일 진료후 피곤한 상황일텐데도 어찌 이런 모습일 수 있나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가식이나 꾸밈이 전혀 없는 수도원에서도 보기 힘든 성인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이 또한 깊은 신심의 반영일 것입니다.


마침내 최종목적지인 하늘나라를 상징하는 듯한 하늘병원과 하느님의 집인 수도원에 도착함으로 하루의 아름다운 일정을 끝냈습니다. 아름답고 행복했던 하루가 흡사 선종장면을 앞당겨 체험한 느낌이었습니다. 위령의 날 하느님 주신 참 좋은 선물의 선종체험입니다. 정말 소원대로 이루어져 이런 선종의 죽음이라면 하느님께도, 남은 이웃에게도 기쁨의 선물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강론 제목도 하느님의 기쁨으로 정했습니다.


하느님의 기쁨은 우리의 존재이유입니다. 우리 삶의 의미입니다. 우리 삶의 분별의 잣대입니다.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삶이 하느님의 기쁨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할 수록 하느님 중심의 삶으로 변모될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하느님의 기쁨이 되는 선종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바로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독서의 바오로가 그 답을 줍니다.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습니다. 죽음은 삶의 요약이자 결론입니다.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죽음입니다. 겸손히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바오로의 가르침대로 살면됩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이와 같이 하늘에서는 회개할 필요가 없는 의인 아흔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


‘되찾은 양’의 비유후 들려주시는 주님의 말씀에 이어, ‘되찾은 은전의 비유’후에도 대동소이한 말씀을 주십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이와 같이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하느님의 천사들이 기뻐한다.”


예수님의 관심사는 의인 아홉이 아닌 회개하는 죄인 하나요, 평생 잃은 양처럼 가난하고 소외된 죄인들과 병자들을 구원하는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에 혼신을 힘을 다 쏟았던 예수님이셨고, 바로 이런 삶이 하느님의 기쁨이 되는 삶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살 때 비로소 아름답고 행복한 하느님의 기쁨이 되는 선물같은 선종의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요셉의원의 창립자인 고 선우경식 요셉 원장이 이의 좋은 본보기입니다. 또 하나는 바오로와 같은 그리스도 중심의 초연하고 자유로운 삶이 하느님을 기쁘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에게 이롭던 것들을,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두 해로운 것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나의 주 그리스도 예수님을 아는 지식의 지고한 가치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을 해로운 것으로 여깁니다.”


그리스도 중심의 복음선포의 삶으로 모든 이들을 회개에로 이끄는 것 역시 하느님의 기쁨이 되는 삶임을 깨닫습니다. 누구나 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산하며 그리스도 중심의 복음선포의 삶을 살 때 하느님의 기쁨이 된다는 것입니다. 바로 어제 저와 하루종일 함께 했던 천사같은 부부가, 하늘병원의 원장이 이의 좋은 본보기입니다.


눈만 열리면 곳곳에서 하느님의 기쁨이 되는 주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살아야 하느님의 기쁨이 되는 하느님 선물같은 선종의 죽음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하느님의 기쁨이 되는 삶을 살게 하시고 하느님의 기쁨이 되는 선종을 맞이하게 하실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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