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8.12.연중 제19주간 목요일                                  여호3,7-10ㄱㄴㄹ.11.13-17 마태18,21-19,1

 

 

 

 

파스카 신비의 삶

-끝없는 회개, 끝없는 용서, 끝없는 인내, 끝없는 자비-

 

 

 

입추立秋도 지나고 말복末伏이 지나니 완연히 가을입니다. 흡사 어머니 품같이 고맙고 반갑게 느껴지는 가을의 자연입니다. 새벽 밤하늘의 많은 별들도 계속 맑고 밝습니다. 잠시 수도원 정원 잔디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는 순간 언젠가 인용했던 “땅의 행복”이란 시가 떠올랐습니다.

 

-“땅의 행복은

밤마다 

누워 하늘 바라보며

별들 

가득 담아 두었다가

사랑의 꽃들로

피어내는 것이다”-2001.8.20

 

어제 수도원을 순례했던 어느 자매와 주고 받은 진솔한 문답의 대화도 생각납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은 우리의 의무요 권리이자 책임입니다. 하느님께 갔을 때도 단 하나 ‘너는 행복하게 살았느냐?”고 물어 볼 것입니다. 하느님을 많이 사랑하십시오. 하느님 사랑과 행복은 함께 갑니다.”

“어떻게 하느님을 사랑합니까?”

“내키든 내키지 않든 상관없이, 기분따라 감정따라가 아닌 한결같이, 끊임없이 간절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기도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공부하고 실천하십시오. 그리고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했던 성인들의 삶을 배우십시오. 오늘 성녀 클라라 축일에는 성녀의 삶을 배우는 것입니다. 주변에서 하느님을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을 통해서도 사랑을 배우면 됩니다.”-

 

그렇습니다. 평생 사랑의 학인이 되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공부하고 실천할 때 참 행복입니다. 하느님 사랑의 결정체結晶體가 바로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님의 파스카 신비입니다. 파스카 신비의 삶을 살아갈 때 끝없는 인내, 끝없는 용서, 끝없는 자비의 사랑이 가능합니다. 무지無知에 대한 답도, 허무虛無와 무의미無意味에 대한 답도 주님의 파스카 신비의 사랑이자 삶뿐입니다. 

 

우리 모두 파스카 신비의 원조인 모세처럼, 오늘 제1독서 여호수아서의 여호수아처럼 사는 것입니다. 이집트 노예 살이로부터 홍해를 건너 해방의 자유의 땅으로 넘어선 ‘파스카의 사람’ 모세요, 이런 모세를 닮아 역시 요르단강을건너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한 ‘파스카의 사람’ 여호수아입니다.

 

바로 이런 파스카 신비를 결정적으로 완성한 여호수아와 이름이 같은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하느님이 구원하신다’ 바로 여호수아와 예수님의 이름 뜻이 똑같습니다. 죄와 율법, 죽음의 노예살이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 진리의 연인, 자유인으로 살게 해 주신 파스카의 예수님이십니다. 모세가 홍해를 건넜고, 여호수아가 요르단강을 건넜듯이 우리는 세례성사의 강을 건너 자유인이 되어 파스카 신비의 행복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제의 깨달음이 새롭게 떠오릅니다. ‘1945년 8월15일 광복절! 일제의 압제에서 해방되어 빛을 찾은지 어언 76년이 지났지만 정신적 독립과 해방은 아직도 요원하구나! 일제 식민지 치하의 잔재가 아직도 우리의 의식 깊이 곳곳에 암세포처럼 남아있구나, 정말 독립운동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이래서 토착 왜구라는 말도 나왔나 보다.’ 하는 깨달음의 현실 진단이었습니다. 정녕 우리 의식안 적폐부터 들어내는 참된 회개의 삶이, 파스카 신비의 영성과 삶이 더욱 절실하게 마음에 와닿습니다. 

 

하루하루가 파스카 신비의 삶, 구원의 삶입니다. 제게는 첩첩산중疊疊山中, 하루하루가 넘어야 할 산山이요, 하루하루가 건너야 할 강江입니다. 바로 여기 구원과 행복이 있습니다. 파스카 신비의 주님 사랑 체험이 우리 삶의 마르지 않는 샘이 됩니다. 아주 오래전 써놨던 시 2편이 떠오릅니다. 

 

-“자리 탓하지 말자

그 어디든 뿌리 내리면 거기가 자리다

하늘만 볼 수 있으면 된다

회색빛 죽음의 벽돌들 그 좁은 틈바구니

집요히 뿌리 내린 연보랏빛 제비꽃들!

눈물겹도록 고맙다

죽음보다 강한 생명이구나

파스카 신비의 사랑이다

절망은 없다”-2001.4.18

 

수도형제가 준 ‘제비꽃’이란 시제詩題에 즉각 응답하여 썼을 때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내심 많이 흡족해 했던 시입니다. 이어 ‘하늘길’이란 시도 생각납니다.

 

-“참 많이도 굽었다

하늘빛 찾아가는 길 순탄대로 곧은 길만은 아니다

첩첩의 장애물 나무들옆 좁은 틈바구니

하늘빛 찾아 이리저리 빠져나가다 보니 참 많이도 굽었다

조금도 부끄러울 것 없다

거룩한 아름다움이다

살아있음이 찬미와 감사다

하늘빛 가득 담은 소나무야!”-2001.4.21.

 

20년전이나 지금이나 진리는 시공을 초월하여 영원합니다. 20년전 시를 이렇게 오늘 강론에 인용할 수 있다니 참 신비의 기적이요 감동입니다. 수도원 성전 앞 여전히 건재한 굽이굽이 굽은 소나무입니다. 바로 이런 파스카 신비의 하느님 사랑이, 그리스도의 사랑이 끝없는 용서의 원천이 됩니다. 매일매일 주님께 용서받아 살고 있고 또 평생 주님께 용서 받고 살아갈 우리들인데 어찌 일곱 번의 용서뿐이겠는지요!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바로 파스카 신비의 무한한 하느님 사랑 체험이 이런 예수님께서 명하신 무한한 끝없는 용서를 가능하게 합니다. 우리가 저마다 자기 형제를 마음으로부터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의 우리 아버지께서도 우리에게 그와 같이 하실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무자비한 종의 하늘나라 비유도 흥미롭습니다. 하늘나라 삶의 비결도 배웁니다. 참으로 주님을 닮아 자비를 실천할 때 바로 거기가 지상 천국 하늘 나라라는 것입니다. 만 탈렌트 빚을 탕감받은 자, 바로 하느님의 무한한 은혜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탐욕의 무지에 눈이 먼 그 사람은 고작 백 데나리온 빚진 자기 형제에겐 참으로 인색했고 무자비했습니다. 주님으로 상징되는 주인의 준열한 꾸짖음입니다. 

 

“이 악한 종아, 네가 청하기에 나는 너에게 빚을 탕감해 주었다.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하지 않느냐?”

 

탐욕의 무지에 눈먼 결과 무자비와 인색함으로 스스로 자초한 심판입니다. 이 또한 우리의 회개를 촉구합니다. 새삼 파스카 신비의 하느님 사랑의 체험이 우리에게 얼마나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매일 용서받으며, 매일 하느님 자비에 빚지며 살아가는 파스카 신비의 열매들인 우리들임을 깨닫는 다면 끝없는 용서에, 끝없는 자비행의 삶만이 있을뿐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끝없는 회개, 끝없는 용서, 끝없는 인내, 끝없는 자비행의 파스카 신비의 삶을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21.08.12 08:54
    주님께서 저희에게 말씀하십니다

    "이 악한 종아, 네가 청하기에 나는 너에게 빚을 탕감해 주었다.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하지 않느냐?”

    다시금 허리끈 조아 매고 간절한
    기도와 말씀공부로 흐틀어진
    마음을 잡아 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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