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5.28.연중 제8주간 금요일                                                     집회44,1.9-13 마르11,11-25

 

 

 

성전정화의 은총

-전우애, 학우애, 형제애의 성김 공동체-

 

 

 

“네 근심 걱정을 주님께 맡겨 드려라. 당신이 너를 붙들어 주시리라. 의인이 흔들리게 버려둘리 없으리라.”(시편55,23)

“하느님, 내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내 안에 굳센 정신을 새로 하소서.”(시편51,12).

 

수도원 성전에서 아침 시편성무일도시 새롭게 마음에 와닿은 성구입니다. 믿는 이들의 가시적 삶의 중심은 성전입니다. 수도원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주님의 집 성전입니다. 성전에서 기도로 시작해서 기도로 끝나는, 하느님으로 시작해서 하느님으로 끝나는 여기 수도자의 하루하루의 삶입니다. 가시적 성전이 얼마나 깊이 수도생활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지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신후 우선 살핀 곳이 바로 예루살렘의 중심인 성전이었습니다. 성전정화에 앞선 무화과 나무의 저주도 의미심장합니다. 바로 잎만 무성하고 열매는 없는 무화과 나무의 현실이 그대로 당시 속화俗化되어 있는 예루살렘 성전을 상징합니다.

 

‘예수님께서 마침 잎이 무성한 무화과 나무를 멀리서 보시고, 혹시 그 나무에 무엇이 달렸을까 하여 가까이 가 보셨지만, 잎사귀 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예수님의 실망이 짐작이 갑니다. 실망하신 예수님의 무화과 나무의 저주에서 성전정화의 전조前兆를 봅니다.

 

“이제부터 영원히 어느 누구도 너에게서 열매를 따 먹는 일이 없을 것이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성전을 상징하는 무화과 나무입니다. 이 또한 열매없이 잎만 무성한 신자들에 대한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이어 예루살렘 성전에 들어가신 예수님은 본격적으로 성전을 정화하십니다. 그곳에서 사고팔고 하는 자들을 쫓아내시고 환전상들의 탁자와 비둘기 장수들의 의자도 둘러엎으십니다. 그대로 속화된 성전, 속물俗物이 된 사람들에 대한 의노義怒의 표현입니다.

 

“‘나의 집은 모든 민족들을 위한 기도의 집이라 불릴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느냐?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습니다. 주님의 집은 모두를 향해 활짝 열려 있는 ‘기도의 집’이자 ‘환대의 집’, ‘평화의 집’ 입니다. 바로 모든 이에게 개방되어 있는 수도원 성전이 이런 진리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도원 성전뿐 아니라 모든 성전이 세상에 활짝 열려 있어야 하는 주님의 집, 기도의 집입니다. 이런 세상의 중심이자 세상을 정화하고 성화해야 할 성전이, 세상의 마지막 영적 보루와 같아야 할 성전이 속화되어 있다면 얼마나 절망스러운 현실이겠는지요! 

 

성전정화에 이어 저주로 인해 뿌리째 말라버린 무화과 나무를 앞에 두고 예수님은 믿음과 기도에 대한 귀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구체적 성전정화를 위해 우리들의 믿음과 기도가 얼마나 결정적인지 깨우쳐 주십니다. 그대로 당대의 제자들은 물론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입니다.

 

“하느님을 믿어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이 산더러 ‘들려서 저 바다에 빠져라.’하면서, 마음속으로 의심하지 않고 자기가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믿으면, 그대로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기도하며 청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미 받은 줄로 믿어라. 그러면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대로 기도와 믿음이 하나로 연결됨을 봅니다. 기도와 함께 가는 믿음입니다. 예수님은 기도에 앞서 용서를 통해 우선 마음을 깨끗이 비울 것을 명하십니다.

 

“너희가 서서 기도할 때에 누군가에게 반감을 품고 있거든 용서하여라. 그래야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잘못을 용서해 주신다.”

 

그러니 기도해야 합니다. 용서와 더불어 기도요 기도와 더불어 용서입니다. 참으로 기도할 때 용서도 가능합니다. 깊이 들여다 보면 가정 하나하나가 교회입니다. 비단 주님의 집 성전에서만 기도가 아니라 자기 삶의 자리에서도 기도의 생활화가 중요합니다. 회개의 일상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끊임없는 기도입니다. 참으로 믿고 하는 기도요 믿음대로 이뤄지는 기도이자 기도와 더불어 깊어지는 믿음입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동전례기도입니다. 수도영성생활의 주식과 같은 시편공동전례기도와 미사전례기도요 이런 기도가 삶의 중심을 잡아줍니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이 시편을 통한 찬미와 감사의 기도입니다. 세상에 시편보다 깊고 아름다운 시들도 없습니다. 끊임없이 바치는 시편의 찬미와 감사기도가 공동체 성전을 정화하여 일치를 굳건히 하고 역시 주님의 성전인 우리 하나하나를 치유하고 정화하여 영육의 내적일치를 깊이 해줍니다.

 

그러니 내외적 성전정화에 끊임없이 바치는 시편의 찬미와 감사의 공동전례기도와 미사전례보다 더 좋은 수행도 없습니다. ‘시(詩)’의 한자 뜻도 심오합니다. ‘말씀’ 언(言)자 와 ‘절’ 사(寺)가 합해 시(詩)입니다. 바로 ‘말씀의 사원’이 시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혼자든 함께든 끊임없이 바치는 시편기도가 회개의 일상화와 더불어 성전을 정화하고 성화하여 명실공히 ‘말씀의 사원’, ‘말씀의 성전’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주님의 성전에 적합한 시편공동전례기도인지요!

 

혼자든 함께든 끊임없는 바치는 기도가, 시편기도가 성전정화에는 제일입니다. 기도의 교과서가 바로 시편입니다. 바로 이런 시편기도의 일상화를 통해 기도와 삶이 하나될 때 저절로 성전정화의 은총이요, 날로 주님과 깊어지는 관계와 더불어 의미 충만한 삶입니다. 집회서 말씀 그대로입니다.

 

“그러나 저 사람들은 자비로워 그들의 행적이 잊히지 않았다. 그들의 자손은 계약을 충실히 지키고 그들 때문에 자녀들도 그러하다. 그들의 자손은 영원히 존속하고 그들의 영광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대로 기도의 은총이자 열매입니다. 면면히 계속되는 교회 역사를 통해, 믿음의 집안들을 통해 입증되는 진리입니다. 기도하지 않을 때 주님과 무관한 삶일 때 참 공허하고 무의미한 삶임을 다음 집회서 말씀이 잘 보여줍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고 존재한 적이 없었던 듯 사라져 버렸다. 그들은 태어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되었으며 그 뒤를 이은 자녀들도 마찬가지다.”

 

하느님을 모르고 참나도 모르는 무지속에 허무하고 무의미하게 살다가 세상을 떠나는 이들은 얼마나 많겠는지요. 새삼 우리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한결같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교회의 미사전례기도가 얼마나 중요하고 고마운지 깨닫습니다. 

 

참으로 주님의 집인 우리 삶의 자리에서 주님의 전사로, 주님의 학인으로, 주님의 형제로 살게 해주는 주님의 미사은총입니다. 전우애戰友愛, 학우애學友愛, 형제애兄弟愛가 일치를 이룰 때 저절로 정화되고 성화되는 주님의 성전인 우리들입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주님의 집에서

주님의 전사戰士로, 주님의 학인學人으로, 주님의 형제兄弟로 살았습니다.

끊임없이 이기적인 나와 싸우는 주님의 전사로

끊임없이 기도와 말씀을 배우고 실천하는 주님의 학인으로

끊임없이 주님의 가정에서 서로 사랑하는 주님의 형제로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아멘.

 

 

 

  • ?
    고안젤로 2021.05.28 08:32
    "기도해야 합니다. 용서와 더불어 기도요 기도와 더불어 용서입니다. 참으로 기도할 때 용서도 가능합니다. 깊이 들여다 보면 가정 하나하나가 교회입니다. 비단 주님의 집 성전에서만 기도가 아니라 자기 삶의 자리에서도 기도의 생활화가 중요합니다. 회개의 일상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끊임없는 기도입니다. 참으로 믿고 하는 기도요 믿음대로 이뤄지는 기도이자 기도와 더불어 깊어지는 믿음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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