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은총의 선물 -성가정 공동체-2017.12.31.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Dec 3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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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31.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집회3,2-6.12-14 콜로3,12-21 루카2,22-40



참 좋은 은총의 선물

-성가정 공동체-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는 마리아와 요셉에게 순종하셨으니 어서와 조배드리세.”


우리는 새벽 성무일도 초대송을 흥겹게 노래함으로 예수,마리아,요셉의 성가정 축일을 경축했습니다. 이어지는 독서의 기도 찬미가도 아름다웠습니다.


“나자렛 오막살이 순박한 예배/얼마나 감미로운 기억일런가

 나자렛 예수님의 고요한 생활/그생활 기억하며 노래들하세.”(1절)


오늘은 예수,마리아,요셉의 성가정 축일입니다. 이 축일은 1920년에 제정되었습니다. 20세기 들어와 유럽에 산업사회가 출현하면서 붕괴되는 가정의 현실에 직면하여 가정공동체의 중요성을 절감한 교회는 교회는 발빠르게 성가정 축일을 제정한 것입니다. 


2017년 마지막 날을 성가정 축일로 끝맺음이 의미심장합니다. 이어지는 한 주간은 ‘가정성화주간’으로 특별히 가정공동체의 성화에 정성을 쏟는 주간이기도 합니다. 또 오늘 우리는 한 해 각자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삶에 충실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어제 수도원 초창기부터 거의 30여년을 수도원과 관계 맺으며 믿음으로 온갖 시련을 통과해 온 자매와의 주고 받은 대화가 생각납니다.


“여기 수도원은 꼭 친정집 같아 오면 참 편안해요.”

-얼른 성당에 가서 친정 아버님 하느님과 친정 어머님 마리아와 친정 오라버님 예수께 문안 인사 드리세요. 기다리십니다.-


자매님은 크게 공감하는 듯 웃으며 발걸음도 가볍게 성전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깊이 넓게 보면 온 인류가 하느님의 성가정 공동체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신 하느님의 자녀들인 우리 모두는 서로 형제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마리아,요셉의 성가정이야말로 믿는 우리 공동체의 원형입니다. 우리 혈연가정공동체는 물론이고 교회공동체, 수도공동체는 끊임없이 예수,마리아,요셉의 성가정공동체를 닮아가야 합니다. 


“주님의 집에 사는 자 얼마나 행복되리.”


오늘 화답송 후렴도 참 흥겨웠습니다. 주님의 집 성가정교회공동체에 몸담아 살고 있는 행복을 노래했습니다. 세상 어디에 있든 성전에 들어가면 꼭 영혼의 고향집에 온 듯 편안함을 느낍니다. 바로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이 우리의 영원한 고향집 가정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오늘은 예수, 마리아, 요셉 성가정을 통해 우리 성가정 공동체의 원리를 공부합니다. 그대로 교회공동체의 원리입니다.


첫째, 하느님 중심의 공동체입니다.

오늘 복음과 제2독서 콜로새서가 바로 하느님 중심의 공동체 원리를 환히 보여줍니다. 복음의 서두 묘사,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예수님의 부모는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다.’ 하느님 중심의 삶은 이렇게 봉헌으로 입증됩니다. 


주님의 법에 따라 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 그들 부모는 갈릴래아 나자렛으로 돌아갑니다. 참으로 하느님 중심의 아름다운 요셉, 마리아 부부임을 깨닫습니다. 그 부모님에 그 아드님 예수입니다. 바로 복음 마지막 구절이 하느님 중심의 삶의 열매를 보여 줍니다.


‘아기는 날로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하였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세상의 아이들이 성가정의 품안에서 신심깊은 부모 슬하에서 이렇게 자라난다면 얼마나 좋겠는지요. 바오로 사도는 콜로새서에서 주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 중심의 성가정 교회공동체임을 역설합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을 다스리게 하십시오.”

“그리스도의 말씀이 여러분 가운데 풍성히 머무르게 하십시오.”

“말이든 행동이든 무엇이나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면서, 그분을 통하여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십시오.”


끊임없이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아버지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하느님 중심의 삶이 성가정 공동체 일치의 비결입니다. 이런 찬미와 감사의 봉헌과 더불어 기쁨과 평화의 선물을 받습니다. 


이어 형제자매들은 하느님께 선택된 사람, 거룩한 사람, 상받는 사람답게 하는 은총의 옷이 입혀집니다. 바로 ‘동정과 호의와 겸손과 온유와 인내’라는 새인간을 특징짓는 다섯가지 덕입니다. 하느님 중심의 삶의 은혜는 얼마나 풍요로운지요!


둘째, 순례여정중에 성장, 성숙하는 성가정 공동체입니다.

예수,마리아,요셉의 성가정은 온실이 아닙니다. 결코 온실 속의 화초같은 안락한 성가정이 아닙니다. 성가정은 낭만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빛에 어둠이 따르듯 축복에도 고통과 시련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고통없는 공동체가 성가정이 아니라 고통중에도 불구하고 믿음과 희망, 사랑으로 기쁘게, 평화롭게 살아가는 공동체가 하늘 나라 성가정 공동체입니다.


시련과 고통으로 말하면 예수,마리아,요셉의 성가정을 능가할 가정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특히 일곱가지 고통을 겪어낸 성모님의 고통을 능가할 어머니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피에타의 성모님은 얼마나 우리를 아프게 하는지요! 예수님 부모는 시몬에게 축복도 받지만 엄청난 시련도 예고 받습니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순례여정중의 성가정 공동체입니다. 빛과 어둠, 희망과 절망, 기쁨과 슬픔, 평화와 불화, 안정과 불안, 축복과 고통등 끊임없이 반복되는 삶의 리듬 중에 정화되고 성화되어 내적성장과 성숙에 이릅니다. 마침내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공동체와의 일치입니다.


셋째, 사랑과 섬김중에 깊어지는 관계의 공동체입니다.

모든 것 위에 사랑을 입으십시오. 사랑뿐이 답이 없습니다. 사랑은 완전하게 묶어주는 끈입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인내의 사랑이요, 육체나 품행상의 약점들을 지극한 인내로 참아 견디는 사랑입니다. 서로 겸손히 섬기고 떠받쳐주는 사랑입니다.


이어져 연결되면 살고 끊어져 단절되면 죽습니다. 사랑의 관계요 사랑의 연대입니다. 무관한 관계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과 무관한 남남의 관계, 이웃과 무관한 남남의 관계라면 거기가 바로 소외와 외로움의 지옥입니다. 과연 살아갈수록 주님과, 또 형제자매들과 깊어지는 관계인지요.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관계입니다.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합니다. 사랑과 순종의 상호관계입니다. 역시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여 기를 꺾지 말아야 하고 자녀는 부모에게 순종해야 합니다. 아버지를 공경하는 이는 죄를 용서받고, 어머니를 영광스럽게 하는 이는 보물을 쌓는 이와 같습니다. 특히 노부모와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주님의 간곡한 당부입니다.


“얘야, 네 아버지가 나이 들었을 때 잘 보살피고,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슬프게 하지 마라. 그가 지각을 잃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그를 업신여기지 않도록 네 힘을 다하여라. 아버지에 대한 효행은 잊히지 않으니, 네 죄를 상쇄할 여지를 마련해 주리라.”


노부모를 모신 이들이나, 어르신들을 돌보는 요양원에 근무하는 이들이 명심해야 할 말씀입니다. 노부모나 노인들 잘 모신 분들치고 자녀들 잘못되는 경우 하나도 본 적이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자녀 축복을 받습니다. 부모의 삶을 그대로 보고 배우는 자녀들입니다. 


넷째, 전사, 학인, 형제의 세요소가 각자 안에 공존하는 역동적 공동체입니다.

이것은 제 수도가정공동생활을 통한 체험적 진리입니다. 믿는 모든 이들의 공동체에 구체적으로 적용되는 원리입니다. 믿는 이들 모두가 깨어 주님의 전사로, 주님의 학인으로, 주님의 형제로, 창조적인 적절한 긴장중에 균형잡힌 삶을 살 때 비로소 성가정 공동체의 완성입니다. 다음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제 좌우명 자작시 여섯째 연이 이를 요약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주님의 집인 수도원에서 

주님의 전사(戰士)로, 

주님의 학인(學人)으로, 

주님의 형제(兄弟)로 살았습니다.

끊임없이 이기적인 나와 싸우는 주님의 전사로

끊임없이 말씀을 배우고 실천하는 주님의 학인으로

끊임없이 수도가정에서 주님의 형제로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참 좋은 하느님 은총의 선물이 성가정 공동체입니다. 신망애信望愛의 순례여정중에 끊임없이 내적으로 쇄신되고 성장, 성숙되어 가는 성가정 공동체여야 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성가정공동체의 성장과 성숙에 필요한 온갖 은총을 내려 주십니다.


“주여, 당신 성가정의 모범으로 우리를 비추어 주시고 우리의 걸음을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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