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7.11. 토요일
유럽의 수호자 사부 성 베네딕도 아빠스(480-547) 기념일
잠언2,1-9 콜로3,12-17 루카22,24-27
성 베네딕도는 누구인가?
-지혜, 사랑, 섬김-
가톨릭 교회의 자랑이자 보물은 무수한 성인들입니다. 하느님이 계시다는 생생한 증거의 성인들이요 교회 하늘에 영롱한 빛을 발하는 별같은 성인들입니다. 성인들의 생몰 연대를 통해 성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 위로와 희망이 됩니다. 어제의 깨달음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 요셉이 하느님을 만났다면 왜 우리는 만날 수 없겠나?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하느님이요 우리 또한 하느님을 만날 수 있지 않은가?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라 하는데 정말 하느님과 대화하듯 기도를 하는가?‘
성인들은 하느님을 만났던 사람들입니다. 평생 하느님을 찾았던 사람들이요 하느님과의 우정을 깊이했던 사람들입니다. 오늘 대축일을 지내는 우리 수도승들의 사부 성 베네딕도는 정말 위대한 성인이었습니다. 하여 서방 수도생활의 아버지요 유럽의 수호성인이라 일컫습니다. 그레고리오 대종의 '베네딕도 전기' 제36장의 짧은 기술 안에서도 성인의 면모가 잘 드러납니다.
'그분은 수도승들을 위한 생활방식을 탁월한 분별력과 명쾌한 문체로 저술하셨다. 실상 성인께서는 당신이 사신 것과는 다른 어떤 것도 도무지 가르칠 수 없는 분이셨다.‘
사막교부들 삶의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 받은 성인입니다. 몸소 사셨던 지혜로운 삶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그분의 규칙서입니다. 오늘은 '성 베네딕도는 누구인가?'에 대한 묵상 나눔입니다. 마침 오늘 두 독서와 복음이 성인의 특징을 잘 드러냅니다.
첫째, 성인은 '지혜의 사람'이었습니다.
1독서 잠언은 온통 베네딕도 성인을 두고 하는 말씀 같습니다. 한 마디로 지혜를 찾으라는 말씀입니다. 하느님은 지혜의 원천이십니다. 하느님을 찾음이 결국은 지혜를 찾음입니다. 정말 추구해야할 바 하느님의 지혜, 분별의 지혜입니다. 무지보다 더 심각한 영혼의 질병도 없습니다. 바로 하느님을 아는 것이 지혜요 하느님을 알아갈수록 자기를 아는 겸손입니다.
"네가 은을 구하듯 그것을 구하고 보물을 찾듯 그것을 찾는다면 그때에 너는 주님 경외함을 깨닫고 하느님을 아는 지식을 찾아 얻으리라. 주님께서는 지혜를 주시고 그분 입에서는 지식과 슬기가 나온다.“
지혜와 겸손은 함께 갑니다. 이런 하느님의 지혜는 그대로 겸손한 삶으로 직결됩니다. 이런 지혜로운 겸손이 '검소한 풍요'의 삶을, 즉 빛나되 번쩍이지 않는 광이불요光而不曜의 삶을 살게 합니다.
둘째, 성인은 '사랑의 사람'이었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은 성덕의 잣대입니다. 이런 사랑에서 나오는 지혜입니다. 사랑이 바로 지혜입니다. 오늘 2독서에서 바오로가 권하는 덕목들 모두가 사랑의 표현입니다. 동정, 호의, 겸손, 온유, 인내, 용서, 평화 등 모두가 사랑을 표현하는 기분 좋은 말마디들입니다. 특히 주목할 다음 두 구절입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이 여러분 가운데 풍성히 머무르게 하십시오.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느님께 시편과 찬미가와 영가를 불러 드리십시오.“
말씀과 기도가 한 셋트입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이 우리 가운데 풍성히 머무를 때, 끊임없이 찬미와 감사의 시편기도를 하느님께 바쳐드릴 때 말씀과 기도에서 샘솟는 주님의 사랑입니다. 사랑의 샘이신 기도와 말씀입니다. 하여 바오로의 권고를 그대로 실행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입으십시오. 사랑은 완전하게 묶어주는 끈입니다.“
이런 사랑에 충만하여 늘 사랑을 옷입고 사셨던 성 베네딕도였습니다. 그분의 전기에 나오는 무수한 기적들은 한결같이 사랑이 그 동기였습니다. 말그대로 '사랑의 기적'이었습니다. 사랑이 없는 곳에는 기적도 없습니다.
셋째, 성인은 '섬김의 사람'이었습니다.
섬김을 받으러 오신 것이 아니라 우리를 섬기러 오신 주님이십니다. 믿는 이들에게 직무가 있다며 섬김의 직무만 있을 뿐이고 권위가 있다면 섬김의 권위만 있을 뿐이며 리더십이 있다면 섬김의 리더십이 있을 뿐입니다. 지배나 군림, 권세를 부리는 것은 정말 믿는 이들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지도자는 섬기는 사람처럼 되어야 한다.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에 있다."
파스카의 주님은 믿는 이들의 공동체 중심에 늘 섬기는 사람으로 현존하십니다. 주님의 충실한 제자인 성 베네딕도가 꿈꾼 것도 이런 섬김의 공동체였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님을 섬기는 학원을 설립해야 하겠다."
주님을 섬기는 배움터인 수도원에서 평생 섬김의 수행에 항구한 분도회 수도승들입니다. 사실 수도승의 모든 수행들은 주님을 섬기고 이웃을 섬기는 섬김의 표현입니다. 성 베네딕도는 누구보다 주님을 닮은 수도성인이었습니다. 말그대로 지혜의 사람, 사랑의 사람, 섬김의 사람이었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섬김의 삶에 항구함으로 당신을 닮게 하십니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마태5,9).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