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을 따르는 삶 -회개의 삶-2015.10.24. 연중 제29주간 토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Oct 24, 201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5.10.24. 연중 제29주간 토요일                                                                                        로마8,1-11 루카13,1-9


                                                                                 성령을 따르는 삶

                                                                                     -회개의 삶-


우리 삶은 회개의 여정이요 눈만 열리면 모두가 회개의 표징들입니다. 한 번으로 끝나는 부르심이 아니듯 한 번으로 끝나는 회개가 아니라 평생과정의 회개입니다. 요즘 계속되는 강론 주제는 회개입니다. 


우리가 불우한 일을 당했을 때 본능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죄책감일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우리의 죄때문이 아니겠는가? 하는 의문입니다. 


오늘 복음의 사람들 역시 빌라도가 갈릴래아 사람들을 죽여 그들이 바치려던 제물을 피로 물들게 한 비극을 접했을 때, 또 실로암에 있던 탑이 무너지면서 열여덟 사람이 깔려 죽었을 때, 우선 생각한 것이 이들의 죄였음이 분명합니다. 바로 인과응보의 생각입니다. 하느님은 결코 인과응보의 틀에, 상선벌악의 틀에 넣으실 수 있는 분이 아니십니다. 이에 대한 주님의 반응이 아주 단호합니다.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이다.”


죄의 원인을 찾을 것이 아니라 회개의 표징으로 삼아 즉각 회개할 것을 촉구하는 주님이십니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 것은 죄가 없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이니 회개를 지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자각이 우리를 겸손하게 하고 끊임없는 회개의 삶을 살게 합니다. 


살아있을 때 회개이지 죽으면 회개도 못합니다. 살아있을 때 하느님 찬미이지 죽으면 찬미도 못합니다. 우리의 날이 연장되는 것은 회개하라, 찬미하라 주시는 주님의 은총입니다. 


바로 이어지는 무화과 나무의 비유가 이를 입증합니다. 열매들 없는 무화과 나무에 실망하여 베어버리려는 주인을 극구 만류하는 포도 재배인이 흡사 아버지께 심판을 유예해 달라 청하는 예수님을 닮았습니다. 


“주인님,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 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그러지 않으면 잘라 버리십시오,”


참으로 절박한 상황입니다. 그대로 우리의 처지를 상징합니다. 회개하라 주어진 남은 여생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의 은총에 우리가 회개로 응답할 때 따라오는 믿음, 희망, 사랑, 평화, 기쁨 등 풍요로운 삶의 열매들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얼마동안 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지금 여기가 회개의 출발점입니다. 하여 ‘회개의 시스템’ 같은 매일의 일과표에 따라 하루 일곱 번 성전에서 시간경을 바치며 ‘회개의 생활화’로 깨어 있는 삶을 추구하는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오늘 로마서는 회개의 구체적 삶에 대한 언급입니다. 루가는 물론 바오로에게도 회개는 단지 죄로 부터의 전환만이 아니라, 믿음으로 예수님께 향하는 것입니다. 예수님 안에 머물러 성령에 따라 사는 회개의 삶입니다.


“이제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 있는 이들은 단죄를 받는 일이 없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생명을 주는 성령의 법이 죄와 죽음에서 해방시켜 주었기 때문입니다. 무릇 육을 따르는 자들은 육에 속한 것을 생각하고, 성령을 따르는 이들은 성령에 속한 것을 생각합니다. 육의 관심사는 죽음이고, 성령의 관심사는 생명과 평화입니다.”


육에 따른 '죽음의 삶'에서 성령에 따른 '생명과 평화의 삶'으로의 전환이 바로 회개입니다. 하느님이 보시는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오직 현재 회개한 우리들입니다. 우리가 지금 그분과 함께 있는 한 걱정할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회개한 우리 모두가 성령충만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누가 주님의 산에 오를 수 있으랴? 누가 그 거룩한 곳에 설 수 있으랴? 손이 깨끗하고 마음이 결백한 이, 헛된 것에 정신을 팔지 않는 이라네.”(시편24,3-4ㄱㄴ). 아멘.


Articles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