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모의 여정 -주님과의 일치-2017.8.6. 주일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Aug 0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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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8.6. 주일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다니7,9-10.13-14 2베드1,16-19 마태17.1-9



변모의 여정

-주님과의 일치-



주님과의 일치를 향한 ‘변모의 여정’을 살아가는 우리 믿는 이들입니다. 이런 저런 깨달음을 통해 날로 주님을 닮아가는 우리들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 삶의 거룩한 목표요 참 기쁨과 희망이 됩니다. 오늘은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입니다. 주님은 우리 모두 변모체험을 통해 당신을 닮으라고 이 거룩한 당신의 거룩한 변모 축일 미사에 우리를 초대해 주셨습니다. 


오늘 축일은 ‘성 십자가 현양 축일’(9월14일)의 40일 전에 지냅니다. 교회의 전승에 따라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시 40일전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우선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전날, 어제의 일화를 소개함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어제 아침미사는 몇일간 머물렀던 진천에 있는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대월수도원에서 봉헌하면서 미사에 앞서 네가지 깨달음을 소개했습니다. 저에겐 변모 축일을 앞두고 주님께서 주신 깨달음의 선물이라 믿어져 수녀님들과 함께 나눴습니다.


1.사방이 깊은 산들로 에워싸인 이곳은 눈들면 보이는 것은 하늘뿐, 위로 하늘을 옆으로 사람을 사랑하라는 경천애인敬天愛人 사랑의 이중계명이 저절로 마음에 와닿은 자연환경임을 깨닫습니다.


2.깊은 산이라 물들은 무척 차고 맑았습니다. 즉시 짧은 시가 생각났습니다. 


-발래기/산은 깊고/물은 차고 맑다

 좋은 산은/높은 산이 아닌/깊은 산이란다.

 교만의 높이/겸손의 깊이다

 깊은 산, 깊은 겸손/샘솟는 차고 맑은/시원한 영성의 샘물이다-


3.사제가 머무는 집의 외적공간이 너무 넓어 ‘아, 이렇게 누구나 머물 수 있는 이런 넓은 내적공간을 지니고 살아야 겠구나’하는 것이 세 번째 깨달음입니다. 

 

4.어제 떠나는 날은 강의가 없는데, 전날 한 수녀님이 방문하여 내일 오전에 강론이 있는가 물었습니다. 없다고 대답했다가 즉시 수녀님들을 찾아가 떠나기전 강의를 하겠다고 일정에 없던 강의를 하였습니다. 저에게 전날 찾았던 수녀님의 말이 저에겐 그대로 강의를 하고 떠나라는 주님의 말씀으로 들려 실행했으니 네 번째 깨달음입니다.


이런 네가지 깨달음을 나눴고 이어 여기 있는 산은 무엇인가 물으니 한 수녀임이 ‘무제봉’이라 했습니다. 제 나름대로 ‘무제봉無題峰’이라 생각하여, ‘이름이 없는 산’이니 ‘하느님의 산’이라 명명하니 모두 크게 웃었습니다. 주님 변모 축일 하루 앞서 ‘하느님의 산’ 무제봉에서 주님 주신 깨달음과 같아 수념들과 나눈다 하니 모두 기뻐했습니다. 


기도해야 합니다. 이런 깨달음도 기도의 열매라 믿습니다. 기도는 테크닉, 기술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면 저절로 기도하기 마련입니다. 기도하는 만큼 살고 사는 만큼 기도합니다. 기도와 삶은 함께 갑니다. 결국 나중에 남는 얼굴도 기도 한 얼굴인가 기도하지 않은 얼굴인가 둘 중 하나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진 않지만 예수님은 깊은 기도중에 변모체험을 하셨음이 분명합니다. 예수님의 세 제자들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산에 올라갔을 것이며 분명 침묵의 기도중에 주님의 변모를 체험했을 것입니다. 1독서의 다니엘 예언자 역시 깊은 기도 중에 영의 눈이 활짝 열려 주님의 환시를 보았음이 분명합니다. 다니엘 예언자 덕분에 우리는 예수님의 신원을 새삼 깊이 확인하게 됩니다.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치 않으리라.”


바로 이런 주님을 우리는 이 거룩한 미사중 만납니다. 주님은 제자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는데, 그분의 얼굴은 해처럼 빛났고 그분의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 합니다. 완전히 하느님의 빛가운데 환히 드러난 예수님의 진면목, 참 얼굴입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우리들입니다. 끊임없는 기도를 통해 우리 역시 변모되어 하느님의 얼굴을 닮아 참 내 얼굴이 되리라 믿습니다.


모세와 엘리야가 바로 그때에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모세와 엘리야는 승천한 인물로 인정되는 사람이고, 모세는 하느님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눴던 분이니 흡사 예수님의 위치가 하느님의 위치에 있는 듯 여겨집니다. 모세와 엘리야를 능가한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님의 신원이 선명히 계시됩니다. 이 장면에 놀란 베드로의 즉각적인 솔직한 반응이 깊은 묵상감입니다.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원하시면 제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주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이런 주님의 신비변모체험을 한 이들이라면 베드로와 같은 반응은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집착입니다. 이탈이 올바른 영적 자세입니다. 주님을 영원히 독점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만의 주님이 아니라 모두의 구원자 주님이기 때문이요 우리가 살아갈 날들은 일상의 힘들고도 평범한 기나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십자가의 길, 이 길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어 구름 속에서 들려오는 천상의 말씀이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누구보다 베드로에게 큰 깨우침을 준 말씀입니다. 이런 주님의 변모체험을 증언하는 베드로를 통해 주님의 변모장면이 그에게 얼마나 큰 충격을 주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제2독서 중 베드로의 체험담 증언이 참 아름답습니다.


“그분은 정녕 하느님 아버지에게서 영예와 영광을 받으셨습니다. 존귀한 영광의 하느님에게서, ‘이는 내 아들, 내가 사랑하는 이, 내 마음에 드는 이다.’ 하는 소리가 그분께 들려왔을 때의 일입니다. 우리도 그 거룩한 산에 그분과 함께 있으면서, 하늘에서 들려온 그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마 이런 주님의 위대한 변모체험이 베드로는 물론 두 제자들에게 영혼 깊이 각인되어 항구히 주님을 따를 수 있는 내적 힘의 원천이 되었음을 봅니다. 참으로 주님의 부활 영광을 앞당겨 체험한 복된 제자들입니다. 이제 인생광야여정 중 우리에게 남은 것은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따르는 일뿐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은 다음 한 마디 안에 요약됩니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현세의 사물이나 일에, 또 영적 체험에 집착하지 말고 부단히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주님을 따르는 떠남의 순례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하라는 것입니다. 이 점 다시 베드로는 강조합니다.


“이로써 우리들에게는 예언자들의 말씀이 더욱 확실해 졌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서 날이 밝아 오고 샛별이 떠오를 때까지, 어둠속에서 비치는 불빛을 바라보듯이 그 말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주님의 말씀은 주님의 살아있는 현존입니다.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습니다. 말씀은 생명이요 빛입니다. 말씀을 내 발의 등불이요 나를 비추는 빛입니다. 주님께서 샛별처럼 떠올라 오실 때까지는 어둠 속에서 비치는 불빛을 바라보듯이 말씀에 늘 주의를 집중하며 깨어 살라는 베드로의 권고입니다. 


이어지는 주님의 격려 말씀이 참 고맙습니다. 하늘에서 들려온 천상 말씀에 얼굴을 땅에 대고 몹시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을 다정히 격려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삶의 두려움에 좌절하여 넘어졌을 때 이 말씀을 상기하면 힘을 얻을 것입니다.


“일어나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라.”


그리고 한마다 덧붙인다면 “나를 따라라.” 일 것입니다. 넘어지는 것이 죄가 아니라 일어나지 않는 것이, 두려움이나 절망으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 죄입니다. 넘어지면 즉시 힘차게 일어나 다시 주님을 따라나서는 등정에 오르는 것이 우리가 가야할 길입니다. 주님의 마지막 명령의 말씀도 마음 깊이 새겨야 합니다. 


“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날 때까지,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지 않도록 분별의 지혜를 발휘하여 신비체험은 마음 안에 깊이 간직해 두고 곰곰이 되새기라는 것입니다. 바로 마리아 성모님의 자세가 그러했습니다. 


주님을 닮아갈 때 세속적 변질이 아니라 주님 안에서 거룩한 변화와 변모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를 안팎으로 끊임없이 변모시켜 주시어 날로 당신의 빛나는 얼굴을 닮아가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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