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5.14.목요일 성 마티아 사도 축일                                         사도1,15-17.20-26 요한15,9-17

 

 

 

주님과 우정友情의 여정

-아름답고 품위있고 향기로운 사랑의 우정-

 

 

 

요즘 계속되고 있는 아름다운 신록의 5월 성모성월입니다. 여전히 알렐루야, 신록의 기쁨으로 빛나는 부활시기입니다. 일년중 참으로 아름다운 신록에 꽃들도 많고 새들도 많은 가장 아름답고 생명 충만한 계절이 요즘입니다. 어제 역시 근래 보기 드물게 청명한 날씨에 향기 가득한 날이었습니다. 숨쉴 때 마다 그윽한 꽃향기가 마음을 참 상쾌하게 했습니다. 언뜻 주님과 우정의 향기, 그리스도의 향기도 이렇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년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 아니 넉 달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

 

얼마전 선종하신 어느 신부님이 살아 계실 때 문병 온 사제분들에게 하신 말이라 합니다. 그 후 4일만에 선종하셨다 합니다. 1932년생이시니 만88세 사셨으니 천수를 누리셨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더 살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에게 본능적일 것입니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죽음에 임박해선 늘 더 살고 싶은 욕구일 것입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도 있지 않은지요. 

 

유머가 풍부하고 영성이 깊었던 왜관수도원 옛 선배수도사제에 관해 널리 회자되는 유머도 생각납니다. 문병차 방문한 젊은 수도자들이 ‘천국이 얼마나 좋겠는가 빨리 세상을 떠나 가고 싶지 않느냐?’ 던진 유머에 병상에 계신 사제의 즉각적인 대답이 언중유골 진실이 담겨있음을 봅니다.

 

“너나 가라!”

“함께 가자!”

 

노사제의 유머에 모두 유쾌하게 웃었다는 일화입니다. 참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에 젊음과 건강의 기쁨을 누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임종을 앞둔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꼭 살고 싶어하다 어쩔 수 없이 세상을 떠난 수없이 많은 이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했던 날들임을 생각하면 저절로 마음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저히 이 아름답고 좋은 선물의 날들을 함부로 생각없이 막 살 수는 없을 것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언젠가 있을 죽음입니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갑니다.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늘 떠날 차비를 하고 선물로 주어진 하루하루 감사하며 참으로 후회없이, 미련없이 살아야 하겠습니다. 

 

또 간혹 이런 묵상도 하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신록의 기쁨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세상이라면 하느님 계신 하늘나라 천국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는 묵상입니다. 세상의 아름다움은 천국의 아름다움에 비하면 희미한 그림자에 불과할 뿐일 것입니다.

 

삶의 본질적인 물음은 얼마나 많이 살았느냐의 ‘삶의 양’이 아닌 얼마나 보람있게 살았느냐의 ‘삶의 질’일 것입니다. 하루를 살아도 평생을,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사는 것입니다. 정말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면 해야 할 본질적인 일은 무엇일까요. 

 

얼마나 많은 선물의 날들을 부수적인 헛된 일들로 낭비하며 지내는 지요. 정말 큰 죄는 선물의 날들을, 시간을 탕진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당장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해야 할 가장 본질적인 일은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하기도 턱없이 짧은 인생인데 무지, 걱정, 두려움, 불안, 불화, 탐욕, 미움, 싸움등 불필요한 부수적인 일들로 참나를 잊고, 잃고 세월을 낭비함은 너무 어리석고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니 무엇보다 할 본질적인 급선무의 일은 하느님께 사랑의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일이요,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는 일이요, 그리고 가까운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참나를 사는 길입니다. 오늘 마티아 사도 축일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우리의 영원한 안식처, 정주처, 피난처는 주 예수님이십니다. 그러니 늘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셨던 것처럼 우리도 예수님의 계명을 지켜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참 기쁨은, 충만한 기쁨과 행복은 바로 오늘 지금 여기서 주님의 계명을 지킴으로 주님 사랑 안에 정주의 머무름에 있습니다. 

 

주님 안을 벗어난 세상 그 어디도 참 기쁨과 행복은 없습니다. 그러니 주님 계신 곳을 찾지 말고 어디에나 계신, 늘 우리와 함께 계신 주님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어지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을 실천하면 너희는 나의 친구가 된다. 나는 너희를 더 이상 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 내가 아버지에게 들은 것을 너희에게 모두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주님의 친구가 되는 것, 세상에 이보다 더 큰 기쁨도 행복도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주님이자 스승이요 친구라는 것입니다. 또 우리를 내 형제라고 부르셨으니 우리의 형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우리의 주님이자 스승이요 친구이자 형제인 예수님과 우정의 사랑보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저절로 주님의 친구가 아니라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준수할 때 비로소 주님의 친구요 우정의 사랑입니다. 내 좋을 대로 무절제한 무분별의 사랑이 아니라 주님이 나를 사랑한 것처럼 바로 주님의 사랑으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평생 주님께 배워야 할 아가페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과연 날로 살아갈수록 주님과 깊어지는 우정의 사랑인지요. 인생 무지와 허무, 무의미에 대한 답도 주님과 우정의 사랑뿐임을 깨닫습니다. 이어 세 번째 주시는 말씀입니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

 

사랑의 열매를 맺으라 우리를 뽑아주셨으니 바로 사랑의 성소입니다. 우리의 친구인 예수님이기에 우리가 예수님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은 우리에게 다 이루어 주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주님과 ‘우정의 사랑이 깊이’와 ‘기도의 응답’은 함께 감을 봅니다.

 

주님과 우정의 모범이 바로 주님의 열두 사도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마티아가 배반자 유다의 자리를 대신하여 뽑히는 과정에서 베드로의 다음 연설이 예수님과 사도들의 우정의 깊이를 짐작하게 합니다.

 

“주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지내시는 동안 줄곧 우리와 동행한 이들 가운데에서, 곧 요한이 세례를 주던 때부터 시작하여 예수님께서 우리를 떠나 승천하시던 날까지 그렇게 한 이들 가운데에서 한 사람이 우리와 함께 예수님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바로 열두 사도가 이 조건을 충족시킨 것이며, 오늘 기념하는 사도로 뽑힌 마티아 사도 역시 이 조건을 충족시켰음을 봅니다. 늘 주 예수님을 보고 배우며 함께 했을 것이니 사도들의 주님과 우정은 얼마나 깊었겠는지요. 우리의 친구이신 주님의 우리에 대한 소원은 “서로 사랑하여라” 오직 하나입니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사도들의 주님이자 스승이요 친구였던 예수님은 늘 우리와 함께 계신 영원한 친구이자 도반이기도 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인생 여정중 당신과 우정의 사랑을 날로 깊이해 주십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품위있고 향기로운 주님과 우정의 사랑입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28,20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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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0.05.14 08:12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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