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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5.30.토요일 요셉수도원 성전 봉헌 축일(2006년)

에제47,1-2.8-9.12 요한2,13-22

 

 

 

아버지의 집인 성전

-성전 정화-

 

 

 

성전 봉헌 축일 때 마다 부르게 되는 성무일도시 다음 아름다운 시편은 언제 들어도 정겹고 힘이 납니다.

 

“만군의 주님이여, 계시는 곳 그 얼마나 사랑하오신고

그 안이 그리워, 내 영혼 애태우다 지치나이다

이 마음 이 살이 생명이신 하느님 앞에 뛰노나이다

참새도 집이 있고, 제비도 새끼 두는 둥지가 있사와도

내게는 당신의 제단이 있나이다

 

만군의 주시여, 내 임금, 내 하느님이여,

주여 당신의 집에 사는 이는 복되오니,

길이길이 당신을 찬미하리이다.”(시편84,2-5)

 

어제 저녁 식사 전 성령은사 제비뽑기에서 “경외敬畏; 하느님을 공경하여 그분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모든 죄를 피하게 하는 은혜”를 뽑았습니다. 경외의 은혜를 받은 것이지요. 마침 오늘 성전 봉헌 축일 미사 입당송과 관련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하느님은 당신 성소에서 경외로우시다. 이스라엘의 하느님은 백성에게 권능과 힘을 주시네, 하느님은 찬미받으소서.”(시편68,36)

 

바로 당신 백성에게 권능과 힘을 주시는 아버지의 집인 성전은 믿는 이들의 중심이자 영혼의 고향집과 같습니다. 산티아고 순례중 잠시 미사전례 참석차 머물렀던 곳곳의 성전에 들렸을 때의 편안함을 잊지 못합니다. 마치 어느 성전에 머물든 영혼의 고향집, 아버지의 집에 온 듯 평화로웠습니다. 영혼의 고향집을 찾듯이 끊임없이 여기 아름다운 요셉 수도원 성전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수도원 성전을 찾는 자매들의 이구동성의 말은 친정집에 온 듯이 참 편안하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우리 요셉수도원 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바로 2006년 5월 30일 성전 봉헌 축성날입니다. 아마 수도원 역사상 가장 많은 분들이 행사에 참석했을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수도원인지 새삼 감격스럽게 깨달은 날입니다. 

 

수도원 성전 역사를 간략히 살펴 보고 싶습니다. 1987년 초창기 성전은 큰 온돌방이었습니다. 온돌방 성전 제대 옆 창밖 큰 소나무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다음 1990년에는 온돌 방 옆의 큰 응접실을 성전으로 개조했으며, 다음 1996년에는 건물 전체를 하나로 터 성전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때가 지금처럼 앵두가 익어가던 계절이었고 미사 강론때 인용했던 시가 갑자기 생각납니다.

 

-“사랑합니다”/마침내 빨간 열매로/사랑을 고백하는 앵두나무

초록빛 나뭇잎들/믿음 사이로/수줍게 살며시 얼굴 내밀고

사랑을 고백하는/빨간 앵두 열매들

부끄러워/빨갛게 물들었네-1996.5.30

 

신비롭게도 꼭 24년전 오늘 입니다. 네 번째 2006년에는 완전히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그대로 새로 세워진 지금의 성전입니다. 비로소 수도원 역사상 처음으로 미사 전례 주례사제도 제대로 된 제대에서 서서 미사 복사와 함께 거행할 수 있었으니 참으로 감개무량한 체험입니다. 

 

어제는 마침 성전 봉헌 축일과 성령 강림 대축일을 앞두고 꽃꽂이 차 두 자매가 방문했습니다. 꼭 소개 드리고 싶은 분들입니다. 수도원 초창기 90년대 초반부터 무려 30년이상 큰 축일 때마다 봉헌하는 마음으로 성전 꽃꽂이를 한 분들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수도원 역사 이래 올해 처음으로 부활 대축일 꽃꽂이를 걸렀다가 해제되어 꽃꽂이차 방문한 분들입니다. 마침 꽃꽂이후 제가 좋아하는 짧은 세편의 시를 선물했습니다.

 

-“사람은 꽃이다/늘 피는 꽃이다”-

-“아침은 늘 새롭다/나도 늘 새롭다”-

-“꽃이 꽃을 가져오다니요/그냥 오세요/당신은 꽃보다 더 예뻐요

  산이 산에 가다니요/그냥 있으세요/당신은 꽃보다 더 좋은 산이예요”-

 

바로 하느님의 은총을, 성전 전례 은총을 상징합니다. 수도자들은 물론 믿는 이들 모두가 성전 전례 은총을 통해 끊임없이 정화되고 성화되어 늘 피는 꽃처럼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시드는 일 없이 늘 새롭게 피어나는 예쁜 꽃처럼, 늘 새로운 아침처럼, 늘 거기 그 자리 정주의 산처럼 살 수 있는 것입니다.

 

하여 많은 분들이 수도원 근처에 거주하기를 원합니다. 문득 예전 두 차례, 에버랜드 공동체 소풍 때의 깨달음을 잊지 못합니다. 진짜 ‘에버랜드ever-land’ 영원한 땅, 하늘 나라는 바로 수도원임을 말입니다. 바로 수도원이 언제 와도 늘 새롭고 그리울 수 있음은 가시적可視的 중심인 아버지의 집인 성전이 그 수도원 중심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사랑은 성전 사랑으로, 성전 전례 사랑으로 표현되기 마련입니다. 사실 아버지의 아름다움은 성전의 아름다움으로, 성전 전례의 아름다움으로 표현되기 마련입니다. 세월 흘러 나이들어 갈수록 세상에 갈 곳은 결국은 아버지의 집 성전뿐이요, 만나 뵐 분은 결국 아버지의 집에서의 주님뿐임을 깨닫게 됩니다. 하여 휴가 안가기 수십년이 됩니다. 사실 갈 곳도 가도 싶은 곳도 없고, 만날 분도 만나고 싶은 분도 없습니다.

 

이런 아버지의 성전이 속화俗化되었을 때 예수님 역시 참으로 견디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세상을 성화聖化시켜야 할 세상의 마지막 보루와도 같은 거룩한 아버지의 집 성전이 속화된다면 참으로 대책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주님의 속화된 성전에 대한 열화와 같은 의노義怒와 더불어 성전 정화淨化 행위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이것들은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는 예수님의 단호한 말씀에서 제자들은 즉시 “당신 집에 대한 열정이 저를 집어 삼킬 것입니다.”라는 성경말씀을 연상했다 합니다. 예수님의 아버지 사랑이 그대로 성전정화로 표출된 것을 뜻합니다. 이어지는 다음 말씀이 의미심장합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바로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대한 예언이고, 이 예언은 그대로 실현되어 우리는 날마다 ‘한몸 성전’의 일치를 견고히 하는 이 거룩한 성체성사를 거행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성체성사의 은총이 가시적 성전은 물론 공동체의 성전, 각자 존재의 성전을 부단히 정화하고 성화합니다. 감사송이 바로 이 진리를 잘 표현합니다.

 

“주님께서는 저희에게 눈에 보이는 이 집을 짓게 하시어, 주님께 나아가도록 끊임없이 도와주시며, 주님과 저희의 신비로운 결합을, 이곳에서 오묘히 드러내시고 굳건히 하시나이다. 또한 여기에서 저희를 주님의 살아있는 성전이 되게 하시어, 온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자라게 하시고, 마침내 천상 도읍 예루살렘에서 평화의 나라로 완성하시나이다.”

 

가시적, 불가시적 성전의 신비가, 장차 있을 천상 도읍 예루살렘의 신비가 고스란히 함축된 깊고도 풍부하고 아름다운 기도문입니다. 바로 이 그리스도의 몸인 성전에서 흘러나오는 ‘은총의 생명수’가 세상을 살리니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요, 제1독서 에제키엘 예언서 말씀의 실현입니다.

 

“그래서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렇게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 이 강가 이쪽저쪽에는 온갖 과일나무가 자라는데, 잎도 시들지 않으며, 과일도 끊이지 않고 다달이 새 과일을 내놓는다. 이 물이 성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 과일은 양식이 되고, 잎은 약이 된다.”

 

그대로 이 거룩한 성체성사의 은총을 상징합니다. 성체성사, 바로 미사 ‘은총의 강물’이 흘러 세상을 살리고 풍요로운 영적 삶을 가능하게 합니다. 우리 모두 우리의 영적 양식이 되고 약이 되는 생명나무 예수님의 말씀과 성체를 모심으로 새롭게 살아나는 이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너희는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이 너희 안에 계신다. 너희가 바로 하느님의 거룩한 성전이다.”(1코린3,16-17).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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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0.05.30 08:31
    “너희는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이 너희 안에 계신다. 너희가 바로 하느님의 거룩한 성전이다.”(1코린3,16-17).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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