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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8.15. 월요일 성모 승천 대축일 

                                                        요한묵11,19ㄱ;12,1-6ㄱㄷ,10ㄱㄴㄷ 1코린15,20-27ㄱ 루카1,39-56


                                                                            하느님의 승리

                                                                         -어머니를 그리며-


오늘 8월15일은 우리나라가 일제 치하에서 해방된 후 71주년을 맞이하는 광복절이자 성모승천 대축일입니다. 더불어 생각나는 제 어머니의 일화입니다. 어머니는 1988년 8월15일 시골본당에서 제가 사제서품을 앞둔 한 해전에 ‘마리아’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얘, 구두라도 신고 오지.”


세례 받던 날 잠시 휴가를 내어 평상복에 흰 신발을 신고 어머니의 세례식에 참석했을 때 기뻐하시다가 순간 쓸쓸해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수도복 정장에 좀더 정중한 모습으로 참석했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도 여전합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약 3개월 전, 2005년 3월 어느 날 어머님의 죽음을 예견했던 듯 써놨던 ‘어머니를 그리며’ 란 시도 생각이 납니다. 당시 몹시 큰 어려움을 겪다보니 우선 생각나는 어머니였습니다. 


-남들은 내가 효자일거라 생각하는데

솔직히 말해 나는 효자가 못 된다.

어머니를 닮아 붙임성도 없고 무뚝뚝한 편이다

이건 어머니도 인정하신 거다

어머니는 전형적인 조선 여자 같은 분이셨다

애교나 아양은 거의 없었지만

강인한 의지에 아주 지혜로운 분이셨다


심한 밭일에 몸 많이 피곤하여 밤에 끙끙 앓으셔도

아프다는 내색하나 않으셨다

아버지 원망하는 말 하나 들은 적 없고

큰소리 내셔서 다투거나 화내신 것 한 번도 본 적 없다

매번 우등상을 타 와도 덤덤하실 뿐 칭찬 한 번 하신 적도 없다

돼지 키워 자식들 학비도 대셨고

장마다 달걀 모아 팔아 꼭 찐빵도 사다 주셨다


사실 50년대 60년대는 모두가 가난했지

그러나 마음만은 참 부자였고 행복했다

어려워도 내 전과서며 학용품은 꼭꼭 잘도 사 주셨던 어머니

초등학교 시절 무척이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나

1년에도 아마 열 번은 크레용을 샀을 거다


그 흔한 종교나 신앙 없이도 한결같이 사셨던 어머니

삶 자체가 기도였고 신앙이셨다

이리저리 감정에 연약하게 흔들렸던 분이라면

그 험한 세상에 다섯 남매 어떻게 키워냈을까

‘외롭다’거나 ‘그립다’거니 감정 표현 없이도

따사로운 남편 사랑 없이도

흔들림 없이 꿋꿋이 가정을 지켜 오신 어머니

내 수도원 들어올 때도 극구 만류하셨다


‘왜 이제 살 만하게 됐는데 또 고생길에 접어드느냐’고

그러다 하루 지나 내 방에 들어오셔서

“얘, 수철아, 네가 좋아하면 수도원 들어가라’고 허락해 주셨다

사실 어머니는 은연중 막내인 나와 살고 싶어 하셨다

지금은 극도로 쇠약해지셔서 온종일 방에 누워 계신 어머니

정신은 여전히 맑으시고 마음도 고요하시다

그냥 계시기만 해도 좋은 어머니 ‘신 마리아’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나도 이제 나이 들어 철이 났나 보다-


지금도 ‘어머니를 그리며’ 시를 쓸 때의 심정이 눈에 선합니다. 저에게 성모님 하면 생각나는 게 저의 어머니 신마리아입니다. 이제 어머니는 떠나셨어도 영원한 어머니가 되신 성모마리아이십니다.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은 이젠 성모님을 통해 승화시키며 사랑을 깊이 합니다. 성모님의 승천은 성모님의 전 삶을 요약합니다. 하느님의 승리를 상징합니다.


첫째, 성모님은 희망의 어머니였습니다.

성모님의 승리는 하느님의 승리, 희망의 승리를 뜻합니다. 오늘 하늘에 들어 올리신 성모님은 지상에 사셨어도 마음의 눈 길은 늘 하늘에 두고 사셨음이 분명합니다. 하느님께 희망을 두셨기에 그 무수한 시련을 견뎌내시고 통과하신 성모님이십니다. 하여 성모님의 승천은 우리 믿는 이들의 복된 미래를 보여주는 무한한 희망과 위로의 표지가 됩니다. 요한 묵시록의 여인은 그대로 희망의 표징인 성모님께 대한 묘사입니다.


“그리고 하늘에 큰 표징이 나타났습니다. 태양을 입고 발밑에 달을 두고 머리에 열 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여인이 나타난 것입니다.”


하늘, 태양, 달, 별로 치장하신 성모님은 그대로 하느님의 승리의 표징이자 희망의 표징입니다. 아침 성무일도 세 개의 후렴과 미사시 화답송 후렴은 얼마나 아름답고 흥겨웠는지요. 모두 하느님의 승리, 희망의 승리를 노래합니다. 우리의 복된 미래를 보여줍니다.


“기뻐하라, 오늘 동정녀 마리아, 하늘에 올림을 받으셨도다.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히 다스리시는도다.”

“동정녀 마리아. 하늘에 올림을 받으셨도다. 그곳에 왕중의 왕께서 별빛 찬란한 옥좌에 앉아 계시는 도다.”

“오늘 동정 마리아. 하늘에 올림을 받으셨도다. 영원히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히 다스리시는도다.”

“황후가 당신 우편에 서 있나이다.”


둘째, 성모님은 사랑의 어머니였습니다.

성모님의 승리는 하느님의 승리, 사랑의 승리를 뜻합니다. 하느님께 대한 열렬한 사랑은 성덕의 잣대입니다. 천하무적의 하느님 사랑입니다. 이런 사랑의 표현이 찬미입니다. 찬미의 사랑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끊임없이 하느님을 찬미하는 사람들입니다. 찬미의 기쁨, 찬미의 행복을 능가하는 것은 세상에 없습니다. 오늘 성모님의 영원한 도반인 엘리사벳과의 만남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두분 다 찬미의 어머니들입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엘리사벳의 찬사에 이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성모님의 유명한 마니피캇 하느님 찬미입니다. 2000년 동안 가톨릭교회가 저녁기도때 마다 바치는 ‘하느님의 승리’를 기리는 그 유명한 성모님의 노래입니다. 성모님의 노래 다음 서두 말씀은 그대로 구원받은 모든 이들의 감격적 고백의 표현입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셋째, 성모님은 믿음의 어머니였습니다.

성모님의 승리는 하느님의 승리, 믿음의 승리를 뜻합니다. 믿음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잊을 때 삶의 혼돈입니다. 믿음은 힘이요 빛입니다. 믿음의 힘이 살게 하는 하느님의 힘이며, 믿음의 빛이 세상 어둠을 밝히는 하느님의 빛입니다. 


초지일관, 한결같은 믿음으로 평생을 사셨던 성모님이셨습니다. 성모님의 믿음의 절정은 가브리엘 천사의 수태고지시 순종을 통해 드러납니다. 다음 성모님의 순종의 고백, 믿음의 고백은 영원한 감동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1,38).


평생을 이 약속말씀대로 사신 믿음의 어머님 성모님이셨습니다. 궁극적 하느님의 승리를 고백한 바오로의 믿음도 성모님을 닮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파멸되어야 하는 원수는 죽음입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그의 발아래 굴복시키셨습니다.”(1코린15,26-27ㄱ).


이미 하느님의 승리를 살아가셨던 성모님이요 모든 성인성녀들이셨습니다. 성모님의 승리는 하느님의 승리요, 희망의 승리, 사랑의 승리, 믿음의 승리를 뜻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승리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성모님을 닮은 신망애信望愛 삶의 승리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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