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시야視野 -여기 사람 하나 있다-2016.8.29. 월요일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Aug 2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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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8.29. 월요일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예레1,17-19 마르6,17-29


                                                                         하느님의 시야視野

                                                                       -여기 사람 하나 있다-


예수님의 ‘열 두 제자의 파견’과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 사이에 마치 샌드위치처럼 자리 잡고 있는 ’세례자 요한의 죽음’입니다. 바로 이게 하느님의 시야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죽음으로 하느님의 구원역사가 끝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그 뒤를 잇습니다. 어제 읽은 ‘저런게 하나 있음으로 해서(정세훈)’라는 시를 나누고 싶습니다.


-“저런 게 하나 있음으로 해서/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거지

 아무 쓸모없는 듯/강폭 한가운데에 버티고 선/작은 돌 섬 하나

 있음으로 해서,

 에돌아가는/새로운 물길 하나 생겨난 거지”-


바로 오늘 복음의 세례자 요한의 죽음이 그러합니다. 참 무의미한 죽음 같은데 그분의 죽음으로 새로운 세상이 예수님을 통해 열렸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물론 제자들까지 세례자 요한의 죽음은 복음 선포의 삶에 끊임없이 분발케 하는 기억이 되었을 것입니다. 분명 예수님은 세례자 요한의 순교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죽음도 예감했을 것입니다.


여기 사람 하나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죽음이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죽음에 대해 깊이 묵상하게 됩니다. 누구나 겪는 죽음이요 죽음보다 더 중요한 일도 없습니다. 하여 사막교부들은 물론 성 베네딕도 역시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고 권고합니다. 


‘진리와 정의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그를 본받아, 저희도 끝까지 하느님의 진리를 믿고 증언하게 하소서.’ 오늘 본기도가 삶의 지침을 제공하며 복된 죽음의 길을 보여줍니다. 하느님의 진리를 믿고 증언하는 삶이요 죽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이야기의 중심이 됩니다. 참 사람은 세례자 요한 하나뿐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의로운 죽음을 통해 인간 군상들의 정체가 환히 폭로됩니다. 우유부단한 헤로데, 악의 화신 같은 헤로디아, 생각없이 헤로디아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그녀의 딸 등 제대로 된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가 어둠의 존재들입니다. 한 사람 세례자 요한만이 어둠을 환히 비추는 빛입니다. 존재 자체로 이들을 심판하는 세례자 요한입니다. 인간 눈에는 불행하고 무의미한 죽음이겠지만 하느님의 눈에는 천상탄일이요 새로운 삶의 시작입니다. 


하느님의 시야로 보면 세례자 요한의 죽음으로 끝난 주님의 구원사가 아니라, 예수님과 제자들을 통해 또 우리를 통해 계속되고 있음을 봅니다. 그러니 끝까지 하느님의 진리를 믿고 증언하며, 하느님의 자녀로서 존엄과 품위를 유지하며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복음의 세례자 요한처럼 순교적 삶에 항구했던 예레미야입니다. 그의 믿음의 비밀이 1독서를 통해 환히 계시됩니다. 하느님과의 끊임없는 소통의 기도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기도가 소개되지 않지만 분명 예레미야처럼 기도했을 것이며 기도를 통해 힘을 얻었을 것입니다. 


“너는 허리를 동여매고 일어나, 내가 너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그들에게 말하여라. 너는 그들 앞에서 떨지 마라. 그들이 너와 맞서 싸우겠지만 너를 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내가 너를 구하려고 너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어느 누구에게 사명을 주실 때, 당신의 현존을 약속하시며 ‘함께 계시는 하느님’(임마누엘)이 되어 주십니다. 예레미야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하느님은 세상 만물 하나하나의 주인이신 동시에 세상 전체의 전능하신 주님이시며, 개개인의 주인이신 동시에 세상 역사의 주인이십니다. 끊임없는 하느님과의 소통인 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시야를 지닌 예언자들임을 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하느님의 시야를 닮게 하시며, 우리들 통해 이웃을 위한 ‘새로운 세상 하나’ 열어 주십니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5,1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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