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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7.13.연중 제14주간 토요일                                                   창세49,29-31.33;50,15-26ㄱ 마태10,24-33

 

 

 

"참 멋지다!"

-참 아름답고 거룩한 삶과 죽음-

 

 

 

아주 오래전 개신교 목사님과의 대화가 생각납니다. 여러번 강론에 인용했던 예화입니다.

 

-“신부님의 소원은 무엇입니까”

“잘 살다가 잘 죽는 것입니다.”-

 

너무 짧은 대답이었지만 만족했습니다. 잘 살다가 잘 죽는 것 역시 은총이지만 당연히 은총과 더불어 각고의 항구한 노력도 따라야 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잘 살다가 잘 죽는 방법은 제 자작 좌우명시(제목;“하루하루 살았습니다.”)가 답을 줍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최선을 다해 살면 이보다 잘 사는 일도, 더 좋은 죽음 준비도 없을 것이다. 어제 읽은 어느 개신교 노신학자의 글을 인용합니다.

 

“나는 최근에 나를 잊고 사는데 익숙해졌다. 그냥 사는 대로 사는 것이다. ‘자연의 미학’으로 돌아간 듯하다. 파란 하늘, 흰 뭉게 구름, 푸른 산야, 노랗게 물든 들녘, 이 모든 것은 나의 ‘삶의 자리’이다. 몸이 아프면 아픈 대로, 가벼우면 가벼운 대로, 이것이 나의 삶인 양 산다. 그러다가 ‘가면 가는 것이지 뭐.’이다. 다만 남에게 부담은 끼치지 않고 떠나고 싶다.

 

지금 나는 내가 살아온 대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나는 나의 마지막 죽음을 내가 죽기 전에 친절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영력靈力을 기르고 있다. 나를 넘어 수도와 수련으로 보내고 있다. 이것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유이다. 나는 깨끗하게 죽고 싶다.”

 

그러고 보니 수도공동체 일과표에 따른 매일 평생 항구하고도 평범한 수행이 참 행복한 삶, 참 행복한 죽음의 비결임을 깨닫습니다. 잘 살다가 잘 죽는 것, 누구나의 소망일 것입니다. 특히 오늘날 같은 장수 시대,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을 보면 더욱 그러한 생각이 들것입니다. 어제 써놨던 “나도 그렇다”라는 자작시도 나눕니다.

 

-“누구도/봐주든 말든/알아주든 말든

때되면/거기/그자리 폈다 지는/들꽃들

아무도/돌보고 가꾸지 않아도/하느님 친히 가꾸시고 돌보시는 꽃

하늘 사랑만으로/행복하기에/만족하기에

저리도/청초한 아름다움인가 보다

모든 꽃들이 그렇다/나도 그렇다.”

 

이렇게 꽃처럼 폈다 지는 삶과 죽음이라면 참 아름다울 것입니다. 어제 오늘 말씀을 읽으며, 특히 제1독서 창세기에서 해피엔딩의 죽음을 맞이하는 야곱과 요셉의 모습을 보며 즉시 떠오른 강론 제목, “참 멋지다-아름답고 거룩한 삶과 죽음-”이었습니다. 참 행복한 삶은, 참 행복한 죽음은 순전히 하느님께 있음을 봅니다. 시편의 고백도 생각납니다.

 

“주님께 아뢰옵니다. 당신은 저의 주님, 저의 행복 당신밖에 없습니다.”(시편16,2). 참 행복은 하느님께 있음을 고백하는 시편들은 부지기수입니다.

 

사필귀정입니다. 야곱과 요셉은 늘 하느님과 동행한 참 치열한 파란만장한 삶이었습니다. 100% 소진한 삶이었습니다. 100% 하느님 손에 달린 듯이 기도하며 살았고 100% 내 손에 달린 듯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며 살았습니다. 오늘 창세기 제1독서 서두는 야곱, 후반부는 요셉의 임종장면과 유언입니다. 

 

“나는 이제 선조들 곁으로 간다.---” 담담히 유언후 평안히 잠자듯 세상을 떠난 야곱이요, “나는 이제 죽습니다.---”역시 차분히 유언후 평온히 죽음을 맞이하는 요셉입니다. 참 아름답고 거룩한, 숙연하게 하는 감동적인 죽음입니다.

 

후손들에게 이런 죽음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습니다. 후손들의 공동체에 위로와 평화, 희망과 용기, 일치를 주는 죽음입니다. 반면 남은 이들에게 상처와 분열, 아픈 추억을 남기는 죽음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어떻게 이런 아름답고 거룩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경외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궁극의 불행은 하느님께 대한 경외심을 잃음에서 기인합니다. 야곱은 물론 요셉은 하느님을 참으로 경외했던 분입니다. 요셉의 다음 형제들을 위로하는 다정한 말이 이를 입증합니다. 하느님을 경외하여 하느님의 마음을, 뜻을 깊이 알수록 이처럼 겸손하고 관대하고 너그럽습니다.

 

“두려워들 하지 마십시오. 내가 하느님의 자리에라도 있다는 말입니까? 형님들은 나에게 악을 꾸몄지만, 하느님께서는 그것을 선으로 바꾸셨습니다. 그것은 오늘 그분께서 이루신 것처럼, 큰 백성을 살리시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두려워하지들 마십시오. 내가 여러분과 여러분의 아이들을 부양하겠습니다.”

 

요셉의 형들은 이런 요셉을 대할 때 흡사 하느님의 얼굴을,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듯 감격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참으로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반면 세상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마라 하십니다.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 말씀입니다.

 

“육신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오히려 영혼도 육신도 지옥에서 멸망시킬 수 있는 분을 두려워하여라.---그분께서는 너희 머리카락까지 세어 두셨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

 

이렇게 살 때 행복한 참 삶에 죽음입니다. 하느님을 참으로 두려워할 때, 경외할 때 세상에 대한 두려움도 점차 없어집니다.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부끄럼 없이 주님을 안다고 증언하며 살 것입니다. 

 

참 행복은 멀리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 있습니다. 하느님을 참으로 경외하며 살 때 행복한 삶에 행복한 죽음이요, 세상 그 누구,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영혼을 돌보는데, 영혼의 건강에,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경외하며 사는 것보다 더 좋은 수행은 없음을 깨닫습니다. 

 

매일 봉헌하는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행복한 삶을,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게 하십니다. 아름답고 거룩한 선종의 죽음 준비에 세상에 미사보다 더 좋은 수행의 선물은 없습니다. 

 

“가난한 이들아, 하느님을 찾아라. 너희 마음에 생기를 돋우어라.”(시편69,33).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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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19.07.13 07:42
    매일 봉헌하는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행복한 삶을,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게 하십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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