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5.25.월요일 성 베다 베네라빌리스 사제 학자(672/673-735) 기념일

                   사도19,1-8 요한16,29-33

 

 

 

영원한 도반

-주 예수 그리스도님과의 우정-

 

 

 

오늘 강론 주제인 “영원한 도반-주 예수 그리스도님과의 우정-”과 연관된 이런저런 예화로 오늘 강론을 시작합니다. 사람은 섬이 아닙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있습니다. 참으로 이 연결을 깊이 깨달아 견고히 하는 것이 삶의 지혜입니다. 

 

1.어제도 뜻밖의 휴대폰 고장으로 눈밝은 수도형제의 도움으로 정상 복구됬을 때 ‘함께’의 소중함을 절절히 체험했습니다. 지체없이 주고 받은 감사의 메시지입니다.

-“사랑하는 수사님! 휴대폰 성공적으로 복구해주어 너무 감사합니다. 꽃들의 감사인사 받으세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흰 별무리 같은 꽃들의 사진을 전송했습니다.

“핸드폰이 복구되어서 다행입니다. 저도 덕분에 하나 배웠습니다.”-

사유를 알아보니 자주 껐다 켰다 하지 않은 탓이라 합니다. ‘아, 사람도 자주 멈추어 껐다 켰다 하는 회개의 시간이 필요하구나!’ 깨닫습니다.

 

2.교황님의 신간 소식입니다. 

영어로는 “Diverse and united: I com-municate, therefore I am” (다양한 그리고 하나된: 나는 소통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부제의 말마디가 기막힙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데카르트의 말과 더불어, “나는 불림받았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유대인 랍비 신비주의자 여호슈아 헤쉘의 말도 생각났습니다. “나는 소통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교황님의 기막힌 말씀, 서로간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바로 고립단절이 지옥임을 새삼 깨닫게 합니다.

 

3.어제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since 1965, 종=福=로 복떡방, 시절을 건너 시간이 빚은 종로복떡방” 글자를 보며, 시절을 건너 시간이 빚은 영원한 도반이신 주님과의 우정을, 시간이 지날수록 발효되어 익어가는 명품의 술향기와 같은 우정의 향기를 생각했습니다.

 

4.어제 밤늦게 도착한 수도 도반의 메시지도 향기로웠습니다.

“동행; 같이 걸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것처럼 우리 삶에 따스한 것은 없다.” 누구나 절실히 깨닫는 바 동행의 중요성입니다. 늘 우리 믿는 이들과 동행하시는 주님과의 우정을 날로 깊이해가는 것이 참으로 본질적임을 깨닫습니다.

 

5.백수연을 계획했다 일단 취소했다는 소식을 100세의 최고령이시자 집안 최고의 어른이신 요한 사촌형님으로부터 직접 들었습니다. 요즘 코로나 사태로 상황도 안좋고 무엇보다 주변의 80대 사촌 형제들이 고령에 질병으로 대부분 참석이 곤란하여 취소했다는 전갈입니다. 이와 관련되어 식사 중 88세 고령의 수도형제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참 오래 살면 외롭고 고독하겠습니다. 위로 선배도 옆으로 친구들도 세상을 떠나 없고, 한참 아래 후배들과는 소통이 안되니 정말 외롭고 쓸쓸하겠습니다.”

 

“그러니 관상 기도를 통한 예수님과의 우정을 깊이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홀로 있어도 주님 안에서 넉넉하고 충만할 수 있게 하는 관상기도말입니다.” 고령의 수도형제의 현답賢答입니다.”-

 

6.참 외롭지만 믿음으로 살아가는 어느 자매와의 어제 면담 고백상담시 마침 그날 써놨던 시를 선물하니 너무 좋고 고맙다 했습니다. 물안개에 감싸인 늘 거기 그 자리의 불암산과, 존재자체로 위로와 힘이 되는 신록新綠의 늠늠한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들을 보며 쓴 ‘사랑은 저렇게 하는 거다’ 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때되면/소리없이 내려와

고요히/거대한 산을 감싸는 물안개/참 넓고 깊다

사랑은 저렇게 하는 거다

 

길가/늘 거기 그 자리 서있는

늘 푸른 아름드리 가로수들/있음자체가 넉넉한 사랑이어라

사랑은 저렇게 하는 거다”-

 

참으로 주님 사랑 안에 머물 때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시입니다. 모두 오늘 말씀과 강론 주제와 관련된 예화들입니다. 모두 스승이신 주 그리스도이신 당신을 남겨 두고 뿔뿔히 떠날 것을 예감하신 주님께서 당대의 제자들은 물론 오늘의 우리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너희가 나를 혼자 버려두고 저마다 제 갈 곳으로 흩어질 때가 온다. 아니, 이미 왔다.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다. 아버지와 나와 함께 계시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혼자가 아닌 아버지께서 늘 함께 계셨듯이 예수님께서도 늘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영원한 도반이신 파스카의 예수님과 우정을 날로 깊이하는 것이 얼마나 결정적으로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어제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의 끝입니다.”와 더불어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하신 주님 말씀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 말씀도 크나큰 위로와 힘이 됩니다. 주님과 함께 할 때 선사되는 기쁨과 평화가 바로 위로와 힘의 원천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너희가 내 안에서 평화를 얻게 하려는 것이다. 너희는 이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주님과 함께 할 때 선사되는 평화가 고난을 통과할 수 있는 용기의 원천이 됩니다. 세상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주님 주시는 평화와 기쁨입니다. 파스카의 예수님께서 이미 이겨놓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바로 이런 주님의 평화에서 샘솟는 용기로 에페소에서 담대히 선교활동을 하는 제1독서 사도행전의 바오로 사도입니다. 

 

어떤 이들은 예수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바오로가 안수하자 성령께서 내리시어 신령한 언어로 예언까지합니다. 세례와 안수를 통해 성령을 받아 예수님과 우정의 여정이 시작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참으로 우리의 영적 삶에 본질적인 일이 영원한 도반이신 파스카의 예수님과의 우정임을 절감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바 오늘 기념미사를 봉헌하는 분도회 수도사제, 7-8세기 살았던 영국의 성 베다 학자입니다. 무엇보다 성인은 주님과는 물론 수도형제들과 ‘우정의 대가’였습니다. 그는 뛰어난 학자이면서도 겸손했고 몇 차례의 짧은 여행을 제외하고는 늘 수도원안에서 기도하고 노동하며 단순하게 살고자 노력한 수도자였습니다. 

 

그는 ‘존자(Venerable)’라는 명칭과 더불어 영국 역사의 아버지라 불리었고, 교황 보니파시오는 그를 교회학자로 선포하였으며, 성 보니파시오는 성인을 ‘성령의 빛이자 교회의 빛’, ‘우리의 스승이신 베다 존자’라고 불렀고, 단테의 신곡, 천국편에 나오는 유일한 영국인이기도 합니다. 교회에 주신 참 아름답고 귀한 선물 성 베다 학자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과의 우정을 날로 깊이해 주십니다. 

 

“너희는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여라. 거기에는 그리스도가 하느님 오른쪽에 앉아 계신다.”

 

그러니 하느님 오른쪽에 계시면서(초월超越) 동시에 우리와 함께 계신(내재內在), 영원한 도반이신 그리스도 예수님과의 영원한 우정이 우리 영적 삶의 모두라 할 수 있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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