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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9.연중 제33주간 토요일                                                      묵시11,4-12 루카20,27-40

 

 

부활의 희망속에 살아가는 우리들

-선종의 죽음-

 

 

“우리 구원자 그리스도 예수님은 죽음을 없애고,

 복음으로 생명을 환히 보여 주셨네.”(2티모1,10)

 

가장 많이 말하면서도 가장 모르는 것이 죽음일 것입니다. 결코 죽음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늘 죽음 소식을 듣고 장례에도 참석하지만 내 죽음에 대해서는 먼 일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요셉수도원에 34년 정주후 얼마나 많은 친지들이 세상을 떠났는지요.

 

선종의 죽음보다 큰 축복도 없고 남은 이웃에게 좋은 선물도 없을 것입니다. 노년에 누구나 희망하는 바, 선종의 죽음일 것입니다. 선종의 죽음을 맞이하는 이에겐 삶이 선물이듯 죽음도 선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4년 안식년때 미국 뉴튼 수도원에 약 3개월 머무를 때 날마다 찾았던 수도원 묘지도 생각납니다. 특히 마음이 착잡하여 묘지를 찾을 때는 마음의 평화를 찾곤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안식년 그해 산티아고 순례시 길가에 있었던 순례하다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무수한 묘지들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2019년 한 해에는 무려 27명의 순례자가 카미노 중에 지상 순례를 마치고 귀천하였다 합니다. 특히 수시로 목격했던 성당 주변의 공동묘지는 공원같았고, 산자와 죽은자가 주님 안에서 평화로이 공존하는 듯, 따뜻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하여 제가 어디든 방문하면 우선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묘지이고 묘비석의 생몰연대, 그리고 묘비명입니다. 산티아고 순례시 마을 공동묘지에 스페인어로 묘지 입구 돌판에 쓰여져 있던 글귀도 생각납니다.

 

“그대의 현재 모습이 나의 과거 모습이었고, 나의 현재 모습이 그대의 미래 모습이다.”

 

우리는 베네딕도 규칙에서 수없이 성인의 말씀도 듣습니다.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희 두라.”(머리47)

 

그 누구도 마지막 최종 시험이자, 마지막 봉헌이요 순종인 죽음의 날을 알 수  없습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우리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마지막 시험이자 봉헌이요 순종인 선종의 죽음을 맞이할 수 있기 위해선 은총과 더불어 평생 훈련의 준비가 필요함을 깨닫습니다. 늘 죽음을 눈앞에 환히 두고 살아가는 훈련입니다. 언젠가의 죽음 준비가 아니라 평상시 삶 전체가 죽음 준비라는 것입니다. 

 

제가 산티아고 순례 여정후 권고하는 사항, 역시 죽음 준비 훈련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참 많이도 강론에 인용했던 부분입니다. 일일일생, 하루로 내 인생 여정을 압축했을 때, 오전 오후 과연 어느 시점에, 또 일년사계, 일년으로 압축했을 때 과연 어느 시점의 계절에 위치해 있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늘 밝혔지만 제 경우는 하루중 오후 4시, 일년중 초겨울쯤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바로 이런 영적훈련이 환상에서 벗어나 하루하루 날마다 주어지는 선물의 하루에 감사하며 겸손히 깨어 본질적 깊이의 삶을 살게 할 것입니다. 잠시 우리와 함께 지내시다 오늘 떠나시는 영원한 현역의 90세 진문도 토마스 모어 선배 수도신부님의 2022년 분도 가을 계간지에 나오는 아름다운 인터뷰 기사 마지막 부분을 인용합니다.

 

“작년에 선종한 동생 울리히 신부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지인들에게 아름다운 편지를 썼어요. 나도 빨리 동생을 따라 가면 좋겠어요. 동료 장 엘마르 신부가 떠났을 때도 같은 마음이었어요.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싫어해요. 하지만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이제 빨리 천당에 가고 싶지만 하느님께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안남았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평상시 은총과 더불어 늘 깨어 노력하고 훈련하며 준비했을 때 선종의 죽음의 은혜임을 깨닫습니다. 이에 앞서 주님의 부활에 대한 말씀을 믿는 부활신앙이, 교회의 가르침을 믿는 부활신앙이 필요합니다. 이런 부활신앙에서 샘솟는 부활희망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부활에 대한 분명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길다 싶지만 전문을 인용합니다.

 

“이 세상 사람들은 장가도 들고 시집도 간다. 그러나 저 세상에 참여하고 또 죽은 이들의 부활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받는 이들은 더 이상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천사들과 같아져서 더 이상 죽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죽은 이들이 되살아 난다는 사실은 모세도 떨기나무 대목에서 ‘주님은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라는 말로 이미 밝혀 주었다. 그분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사실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이 살아 있는 것이다.”

 

부활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두가이들을 함구하게 한 주님의 명쾌한 답변입니다. 오늘 제1독서 묵시록에서 순교자들을 상징하는 두증인의 부활을 통해 역시 우리는 부활신앙과 더불어 부활희망을 갖게 됩니다.

 

-그 두 예언자는 하늘에서부터 “이리 올라오너라.”하고 외치는 큰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원수들이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요,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이 살아 있다는 말씀이 큰 위로와 힘이 됩니다. 이 진리는 날마다의 생미사와 연미사를 통해 깨닫습니다. 미사신청이 생미사, 연미사 반반입니다. 주님 안에서 다 살아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죽은 이들을 위한 연미사입니다. 사람 눈에 죽음이지 하느님 안에 다 살아 있는 영혼들입니다. 교회의 가르침은 다음 아름다운 위령감사송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복된 부활의 희망을 주셨기에, 저희는 죽어야 할 운명을 슬퍼하면서도, 다가오는 영생의 약속으로 위로를 받나이다. 주님, 믿는 이들에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의 옮아감이오니, 세상에서 깃들이던 이 집이 허물어지면, 하늘에 영원한 거처가 마련되나이다. 그러므로 천사와 대천사와 좌품 주품 천사와, 하늘의 모든 군대와 함께, 저희도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참으로 이런 부활신앙이, 부활희망이 지상 삶을 사는 동안 끊임없이 찬미와 감사의 역동적 삶을 살게 합니다. “알렐루야” 하느님 찬미로 살다가 “아멘” 하느님께 감사로 아름다운 인생 마치고 아름다운 선종을 맞게 할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날마다 온마음, 온정성을 다해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미사전례보다 더 좋은 선종의 죽음 준비도 없음을 깨닫습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잘 살다가 잘 죽는 선종의 죽음을 맞이하게 할 것입니다. 

 

“하느님, 저희가 언제나 모든 선의 근원이신 주님을 기쁜 마음으로 섬기며, 완전하고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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