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무덤-2015.7.1. 연중 제13주간 수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ul 0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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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7.1. 연중 제13주간 수요일                                                                                                               창세21,5.8-20 마태8,28-34


                                                                                                       집과 무덤


오늘 말씀 묵상중 떠오른 주제는 '집과 무덤'입니다. 집은 문이 있고 무덤은 문이 없습니다. 수도원의 앞문은 세상의 사람들에게, 뒷문은 사막의 하느님께 열려 있어야 합니다. 때로는 방이 무덤같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앞문, 뒷문이 있기에 무덤이 아니라 방입니다. 


사람의 몸 역시 집도 될 수 있고 무덤도 될 수 있습니다. 바로 몸의 문 역할을 하는 것이 눈과 귀입니다. 눈과 귀를 활짝 열고 보고 들어야 하느님과 이웃 간의 소통이요 생명입니다. 눈이, 귀가 닫힐 때 몸은 그대로 무덤이 됩니다. 마음 역시 집이 될 수 있고 무덤이 될 수 있습니다.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리면 집이요, 마음의 문이 닫혀 고립단절의 상태가 되면 바로 무덤입니다.


집이 생명의 소통을 상징한다면, 무덤은 죽음의 불통을 상징합니다. 오늘 1독서에서 집의 아브라함과 복음의 무덤에서 나온 마귀들린 사람 둘이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하느님과 이웃에 활짝 열린 집에서 살아야 비로소 아브라함 같은 온전한 사람이요, 하느님과 이웃에 단절되어 닫힌 무덤같은 집에서 살 때 마귀들린 사람입니다. 오늘날 무덤같은 집에서 자폐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하여 무수한 정신질환이나 치유 불능하다 싶을 정도의 중독 현상 역시 일종의 마귀들린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소통의 생명을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저절로 눈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나, 방이나 집에 들어갔을 때 저절로 창문으로 향하는 눈길 역시 문을 찾는 사람임을 보여 줍니다. 마음 문이 닫혀 무덤이 될 때 누구나 마귀들린 사람의 가능성입니다.


"마귀들린 사람 둘이 무덤에서 나와 그분께 마주 왔다. 그들은 너무 사나워 아무도 그 길로 다닐 수가 없었다.“


오늘 복음의 장면이 섬찟합니다. 누구나 닫힌 자폐적 삶을 살다보면 사나워지고 거칠어지기 마련입니다. 열두해 하혈병을 앓으며 재산을 탕진한 여자가 주님을 만나 치유되었듯이 마귀들린 이들의 치유도 파스카의 주님을 만날 때만 가능합니다. 주님을 만남으로 마귀로부터 해방된 마귀들린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치유보다는 유비무환의 예방이 백배 낫습니다. 마귀들린 중독 상태에서 벗어나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입니다.


바로 1독서의 아브라함이 그 모범입니다. 하느님이 계신 곳을 찾지 말고 하느님을 찾으라는 사막교부의 권고도 있습니다. 하느님은 어디에나 계시기 때문입니다. 아브라함은 사제도 아니었고 수도자도 아닌 세상속의 평범한 신앙인이었습니다. 말그대로 평범한 성인입니다. 오늘 1독서 창세기에서 사라와 하가르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아브라함의 모습은 얼마나 인간적인지요. 


무덤의 마귀들린 사람과는 달리 늘 하느님 향해 문을 활짝 열고 하느님과 부단한 소통중에 살아온 기도와 믿음의 사람 아브라함이었습니다. 고뇌의 밤샘 기도후 주님 말씀대로 아침 일찍 일어나 하가르 모자에게 만반의 준비를 갖춰준 후 집에서 내보내는 아브라함입니다. 


아브라함의 분별력의 지혜가 빛을 발합니다. '비정非情의 사람' 아브라함 같지만 하느님의 뜻에 따른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모든 것을 다 혼자 해결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따랐고 하느님은 광야에 버려진 하가르와 그 아들 모자를 살려 주셨습니다.


오늘 새벽 잠시 수도원 정자에 누워 사방 하늘과 이웃에 활짝 열려 있는 집, 정자같은 사람, 아브라함에 대해 묵상했습니다. 미사 퇴장 후 빠코미오 원장수사와 웃으며 나눈 대화입니다.


"원장은 사방 하늘과 이웃에 활짝 열려 있는, 또 언제나 누구든 쉬어갈 수 있는 집, 정자같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과 이웃에 문을 활짝 열때는 아브라함이요, 문을 닫고 살 때는 무덤의 마귀들린 사람입니다. 이 둘다 우리의 가능성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주시어 필요한 은총을 풍성히 나눠 주시고 우리 안에 내재해 있는 온갖 어둠의 세력을 일소시켜 주십니다.


"주님을 경외하여라. 그분을 경외하는 이에게는 아쉬움이 없으리라. 부자들도 궁색해져 굶주리게 되지만, 주님을 찾는 이에게는 좋은 것뿐이리라.(시편34,10-11).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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