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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7.9. 연중 제14주간 목요일                                                         창세44,18-21.23ㄴ-29;45,1-5 마태10,7-15


                                                                                  누가 '하느님의 사람'인가?


하느님의 사람이란 칭호가 참 영예롭습니다. 깊이 들여다 보면 우리 모두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기에 하느님의 사람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사람답게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사람답게 사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이자 책임입니다. 하느님의 사람답게 사는 일보다 중요한 일도 없습니다. 하느님의 사람이란 자의식이 건강한 자부심, 자존감의 원천입니다.


모두가 하느님 체험이자 기도입니다. 어제 이런 깨달음이 참 자유롭고 행복하게 했습니다. 물끄러미 침묵 중에 바라보면서 바로 이런 바라봄도 기도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에 하느님 체험 아닌 것이, 기도 아닌 것이 없습니다. 보는 것도, 듣는 것도, 입는 것도, 먹는 것도, 말하는 것도, 냄새맡는 것도, 감촉하는 것도 모두가 하느님 체험입니다. 하여 삶은 끊임없는 기도가 됩니다. 새삼 하느님의 사람은 기도의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끊임없이 폈다 지는 꽃입니다. 식당 창밖 태산목꽃들에 이어 바야흐로 능소화꽃들이 줄줄이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이 다 지납니다. 폈다 지는 꽃들입니다. 그러나 사람만은 살아있는 동안 늘 오늘 지금 여기서 꽃으로 살 수 있다는 자각이 행복하게 합니다. 하느님을 믿음에 대해, 하느님을 희망함에 대해, 하느님을 사랑함에 대해 말합니다만 까맣게 간과하기 쉬운 게 있습니다. 우리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믿음, 하느님의 희망,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진정 하느님을 믿고, 희망하고, 사랑할 때 하느님이 우리 사람을 얼마나 믿고, 희망하고, 사랑하는지 자각하게 됩니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태양, 끊임없이 선물로 주어지는 매일의 새날, 끊임없이 폈다 지는 꽃들, 모두가 하느님이 세상 우리들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매일 우리 사람을 믿어, 희망하여, 사랑하여 한없이 인내하며, 기다리며, 침묵중에 새롭게 시작하는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의 기다림은 얼마나 놀랍고 신비로운지요. 하느님의 한없는 기다림 안에는 그분의 믿음이, 희망이, 사랑이 녹아있습니다. 이런 자각에 이른 이가 하느님의 사람입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누가 하느님의 사람인지 세 측면에 걸쳐 나눕니다.


첫째, 때를 아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때를 아는 사람이 하느님의 사람입니다. 알고보면 모두가 하느님의 때입니다. 이런 때를 아는 사람이 진정 지혜롭고 겸손한 사람입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습니다. 헤어질 때가 있으면 만날 때가 있고 슬플 때가 있으면 기쁠 때가 있습니다. 절망할 때가 있으면 희망할 때가 있습니다. 울때가 있으면 웃을 때가 있습니다. 봄의 꽃필 때가 있으면 가을의 열매 익어 수확의 때가 있습니다. 미워할 때가 있으면 사랑할 때가 있고, 불화할 때가 있으면 화해할 때가 있습니다. 


이건 삶의 리듬입니다. 이런 때의 리듬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창세기에서 때가 되어 이루어진 요셉과 요셉의 형제들과의 만남은 얼마나 감동적인지요. 복음에서 때가 되어 예수님에게 파견의 때를 맞이하는 제자들의 기쁨은 얼마나 컸겠는 지요.


둘째,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때를 기다리는 사람이 하느님의 사람입니다. 주님을 기다리는 기쁨으로 살아가는 우리 수도승들입니다. 기다림이 없으면 성장도 성숙도 없습니다. 세상에 기다리지 않고 되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느님의 우리에 대한 믿음은, 희망은, 사랑은 한없는 기다림에서 잘 드러납니다. 정말 기다림의 하느님이십니다. 성인들은 모두 하느님을 닮아 기다림의 대가들입니다. 아브라함, 야곱, 요셉의 하느님의 때를 기다렸던 믿음을 생각하면 저절로 감동하게 됩니다. 기다려 하느님의 때가 되니 저절로 문제는 해결되어 형제간의 화해가 이루어집니다. 아, 이때까지 하느님은 한없이 기다리신 것입니다.


오늘 창세기의 때가 되어 요셉 아우에게 야곱 아버지의 심중을 고백하는 유다의 모습이 감동입니다. 때가 되어 회개하니 이런 겸허한 진솔한 고백입니다. 이에 감동한 요셉의 응답 또한 감동입니다. 때를 기다리니 이런 용서와 화해의 때가 옵니다. 때가 되니 비로소 의문은 환히 풀립니다.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의 섭리였습니다.


"내가 요셉입니다! 나에게 가까이 오십시오. 내가 형님들의 아우 요셉입니다. 형님들이 이집트로 팔아넘긴 그 아우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저를 이곳으로 팔아넘겼다고 해서 괴로워하지도, 자신에게 화를 내지도 마십시오. 우리 목숨을 살리시려고 하느님께서는 나를 여러분보다 앞서 보내신 것입니다.“


때가 되어 기다리어 철이 나 발효醱酵되니 이런 감동적인 고백입니다. 복음의 예수님 또한 기다리다 때가 되어 사도들을 파견하십니다. 정말 장구한 기다림후 때가 되니 사도들의 자발적 기쁨의 추종입니다.


"가서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하고 선포하여라. 앓는 이들은 고쳐주고 죽은 이들을 일으켜 주어라. 나병 환자들을 깨끗하게 해 주고, 마귀들을 쫓아 내어라. 너희가 거져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미사의 때에 참석한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말씀같습니다. 파견에 앞서 파스카의 주님은 우리 모두를 고쳐 주시고, 일으켜 주시고, 깨끗하게 해주시고, 우리 안에 있는 어둠의 잔존 세력을 쫓아 내 주십니다. 


"전대에 금도 은도 구리 돈도 지니지 마라. 여행 보따리도 여벌 옷도 신발도 지팡이도 지니지 마라.“


기다려 때가 되니 주님의 이런 명령이요, 사도들의 자발적, 자유로운 추종입니다. 아. 억지로가 아닌 정말 주님을 만나 환히 깨달을 때 이런 자발적 버림에 무소유의 자유롭고 홀가분한 복음 선포의 삶입니다. 


"집에 들어가면 그 집에 평화를 빈다고 인사하여라.“

무소유의 텅 빈 충만에서 샘솟는 주님의 평화가 사도들은 물론 우리가 세상에 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입니다.


셋째, 최선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이 하느님의 사람입니다.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오늘 지금 여기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입니다. 어제는 오늘이 되었고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가 내일을 결정합니다. 마냥 막연히 그날의 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날을 꽉 채우는 것입니다. 하느님 사전에 우연偶然이나 요행僥倖이란 단어는 없습니다.


하루하루가 그날의 때요 영원입니다. 오늘 여기를 잃으면 내일도 잃습니다. 언젠가 갑자기 주어지는 그날의 때는 없습니다. 요셉의 이집트에서의 삶이 분명 그러했을 것입니다. 파견에 앞서 예수님 역시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제자들을 교육했을 것이고 제자들 역시 파견의 때까지 최선을 다하며 내공을 쌓았을 것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하느님의 때를 기다리며 오늘 지금 여기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은총과 열정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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