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9.20. 목요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1822-1846)와 

성 정하상 바오로(1795-1839)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지혜3,1-9 로마8,31ㄴ-39 루카9,23-26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순교적 삶-

 

 

오늘 미사중 화답송 후렴이 참 흥겹고 한없는 위로가 됩니다. 순교적 삶에 항구한 이들에게 주시는 주님의 은총을 상징합니다.

 

“눈물로 씨뿌리던 사람들이 기쁨으로 곡식단 거두리다. 주께서 과연 우리에게 큰 일을 하셨기에 우리는 못 견디게 기뻐했나이다.”

 

참 자랑스런 대한민국입니다. 아니 남과 북의 한반도 나라가 자랑스럽습니다. 하느님은 한국 순교 성인들 대축일에 한반도에 놀라운 기적의 선물을 주셨습니다. 어제 저녁부터는 한국 가톨릭교회는 대축일 저녁기도가 시작됐고, 바로 2018.9.19. 밤 그 시간에 남쪽 대통령은 평양의 능라도 5.1경기장에서 평양시민 15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한국 대통령 최초로 북한 대중을 상대로 한 첫 연설을 했습니다. 

 

새벽 인터넷 뉴스를 통해 확인하고 감격했습니다. 참 놀라운 기적입니다. 한국 순교 성인 대축일에 한반도에 주신 하느님의 놀라운 기적의 선물입니다. 김 위원장의 소개 연설 원고는 물론 문대통령의 연설 원고도 진정성 넘치는 감동적 내용으로 가득했습니다. 지면 관계상 인용하지 못함이 안타깝습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의 파격적인 만남은 오늘 대축일도 계속 됩니다. 두 남북정상과 일행은 오늘 백두산 등정에 오른다 합니다. 우리 한국천주교회 신자들의 기도와 오늘 대축일을 지내는 한국 순교 성인들의 전구의 열매임을 확신합니다. 하느님은 성인들의 전구와 우리의 기도에 응답해 한반도에 놀라운 기적의 선물을 주셨습니다.

 

파격으로 말하면 오늘 대축일도 파격입니다. 가톨릭교회 역사상 로마 바오로 광장 밖에서 시성식은 전무후무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교황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용단에 의해 한국 여의도 광장에서 1984년 5.6일 103위 성인 시성식이 가능했으며 가톨릭 나라중 네 번째로 성인들을 보유한 영적 부자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어 2014년 8.16일 광화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에 의해 123위 순교자들의 시복식이 거행됐으니 이 또한 파격적입니다.

 

길게 오래 많이 사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얼마나 사느냐?’의 양의 나이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의 영적 질이 우선입니다. 제가 성인 축일 시 꼭 제 나이와 견주어 비교하는 성인들의 산 햇수입니다. 오늘 대축일에 경축하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는 만24세의 꽃다운 나이에 순교하셨고, 성 정하상 바오로는 만44세 중년의 나이에 순교하셨습니다.

 

매일미사책 뒷편에 소개된 ‘교회의 사적지와 유적지 안내’에 대한 내용으로 주로 순교 성지에 대한 소개였습니다. 참으로 한국은 순교자의 나라요 전 국토가 성지인 참 축복 받은 땅임을 깊이 깨닫습니다. 신해박해(1791)를 시작으로 병인박해(1866)까지 거의 100년 동안 일만여명이 순교하셨고 이 또한 가톨릭교회 역사중 전무후무한 일입니다. 병인 순교자 노래 성가는 늘 들어도 장엄하고 참 감동적입니다.

 

-피어라 순교자의 꽃들아/무궁화야

 부르자 알렐루야/서럽던 이 강산아

 한목숨 내어 던진/신앙의 용사들이

 끝없는 영광속에/하늘에 살아있다-

 

하늘에 살아 계셔서 끊임없이 전구하시는 한국 순교 성인들 덕분에 오늘의 한반도 남북정상의 만남이요 평화입니다. 이미 남북정상 사이에는 남북이 하나로 통일된 느낌입니다.

 

오늘은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한국의 순교성인들을 기리는 미사를 봉헌하는 날입니다. 참으로 우리 한국 가톨릭교회 신자들은 자부심을 지닐만 합니다. 참 자랑스런 순교자들에 참 자랑스런 대한민국입니다. 흡사 한국 순교성인들은 한국 가톨릭 교회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의 수호성인들이 된 느낌입니다. 이에 대한 우리 신자들의 감사의 응답은 무엇입니까?

 

참으로 하느님을, 예수님을 열렬히 항구히 사랑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할 때 그리스도를 통해 나타난 하느님의 사랑을 깨달을 것입니다. 하여 바오로의 감동적 고백은 그대로 우리의 고백이 될 것입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도 남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언제 읽어도 백절불굴의 용기를 샘솟게 하는 하느님 사랑에 대한 확신의 고백입니다. 이런 신자들이 말 그대로 주님의 신앙의 용사, 주님의 사랑의 전사입니다. 제1독서 지혜서에서 묘사하는 의인들은 바로 순교 성인들을 뜻합니다. 이런 성인들의 영혼은 하느님의 손 안에 있어 어떠한 고통도 겪지 않으며 내적평화와 더불어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바로 이런 내적 사랑의 힘이, 내적평화가, 불사의 희망이, 우리 모두 자발적으로 기쁘게 감사하며 십자가의 길을 가게 합니다. 9월 순교자 성월 우리 믿는 모든 이들에게 주시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누구든지’, 예외 없이 적용되는 생명의 길, 구원의 길, 성인의 길은 이 십자가의 길 하나뿐입니다. ‘날마다’, 바로 십자가의 길은 그리스도인의 항구한 법칙임을 깨닫습니다.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삶, 바로 이것이 순교적 삶입니다.

 

주님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목숨을 구합니다. 날마다 자신을 버리고 주님을 따르는 죽음의 길이 생명의 길임을 깨닫습니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자신을 잃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지요? 참으로 사는 길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구원의 길은 십자가의 길 하나뿐입니다.

 

주님을 참으로 항구히 열렬히 사랑할 때 이 사랑의 힘이 자발적으로 기쁘게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를 수 있게 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항구히, 충실히 십자가의 길을 갈 수 있게 하십니다. 끝으로 제 좌우명 자작 애송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마지막 연을 새롭게 나눔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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