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9. 연중 제1주간 화요일                                                                                      사무상1,9-20 마르1,21ㄴ-28



‘무지無知의 어둠’을 밝히는 ‘말씀의 빛’

-말씀과 기도-



식자우환識字憂患, 아는 것이 병이란 말이 있는 데, 제가 보기엔 모르는 것이, 바로 무지가 병입니다. 무지가 진정 죄罪요 병病이요 악惡입니다. 그리스도교의 원죄가 상징하는 바도 바로 무지일 것입니다. 동방그리스도교 영성에서도 무지가 바로 마음의 병이라 합니다. 교만도 탐욕도 무지에서 나옵니다. 


무지의 어둠입니다. 하여 인간의 근본적 욕구가 앎에 대한 욕구입니다. 알고 싶어 공부하는 것입니다. 무지의 어둠을 밝히고자 공부하는 것입니다. 무지의 어둠 안에 온갖 병과 악이 도사리고 있기에 무지를 밝히는 진짜 공부가 필요한 것입니다. 


공부라고 다 공부가 아닙니다. 세상 공부 다하여 많은 지식을 갖춰도 하느님 모르면 헛된 공부, 똑똑한 바보가 될 수 있습니다. 문맹文盲, 색맹色盲보다 더 큰 재앙이 신맹神盲, 하느님에 눈먼 무지의 병입니다. 하느님을 알고 나를 아는 공부가 지혜롭고 겸손한 현자를 만듭니다.


무지의 어둠을 밝히는 말씀의 빛입니다. 무지의 어둠에 대한 답은 단 하나 하느님 말씀의 빛뿐입니다. 하여 말씀이신 주님을 하느님의 빛, 세상의 빛, 인류의 빛이라 하는 것입니다. 무지의 어둠을, 즉 무지의 죄를, 무지의 병을, 무지의 악을 퇴치할 수 있는 분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빛이신 주 예수님 그리스도뿐입니다.


예수님의 전 활동은 가르침teaching과 치유healing로 요약됩니다. 무지의 어둠을 밝히는 하늘 나라의 가르침이요 가르침을 통해 무지의 어둠이 밝혀지면서 저절로 치유의 구원이 뒤따릅니다. 그러니 가르침의 자연스런 귀결이 치유의 구원입니다. 참으로 가르침의 말씀을 통해 빛이신 주님을 만날 때 비로소 치유입니다.


오늘 복음의 장면을 보십시오. 무지의 어둠 한 복판에 자리하고 계신 빛이신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회당에서 가르치셨는데 사람들은 그분의 가르침에 몹시 놀랐다 합니다. 율법학자들과 달리 권위를 가지고 가르치셨기 때문입니다.


바로 무지의 어둠을 깨는 주님의 충격적 가르침입니다. 이런 새롭고 권위있는 말씀을 통한 깨달음이 참으로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깨달음의 은총, 깨달음의 빛, 깨달음의 치유입니다. 주님의 권위있는, 살아있는 말씀을 만날 때 비로소 무지의 어둠은 걷히고 살아나는 영혼입니다. 영혼과 말씀의 만남이 구원입니다. 


무지의 어둠을 밝히는 말씀의 빛, 지혜의 빛이신 예수님이십니다. 더러운 영이 주님의 빛 앞에 도저히 숨을 수 없자 뛰쳐 나와 고백합니다. 흡사 자수하여 광명을 찾는 참으로 통쾌한 장면입니다. 빛이신 주님과 함께 할 때 더러운, 어둠의 영은 우리 안에 자리잡을 수 없습니다. 


영육의 치유에 주님과 함께하는 것보다 더 좋은 처방은 없습니다. 치유보다 예방이 지혜입니다. 평소 빛이신 주님과 함께 함으로 더러운 어둠의 영이 우리 안에 자리 잡지 못하게 함이 중요합니다. 하여 미사은총이 그리도 고마운 것입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누구보다 예수님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보는 더러운 영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에 사람들은 놀랐지만 누구도 이렇게 예수님을 알아 고백하지 못했습니다. 더러운 영은 예수님의 권위있는 말씀에 큰 소리를 지르며 떠나 갔고 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신선한 충격과 감동으로 외칩니다.


“이게 어찐 된 일이냐? 새롭고 권위있는 가르침이다. 저이가 더러운 영들에게 명령하니 그것들도 복종하는 구나.”


아직도 무지의 사람들은 예수님의 정체를 모르고 ‘저이’라 합니다. 무지의 어둠을 밝히는 권위있는 가르침의 말씀입니다. 말씀의 빛과 더불어 기도의 빛입니다. 기도의 빛이 또 무지의 어둠을 밝힙니다. 무지의 병을 치유하고 무지의 악을 퇴치하는데 말씀과 더불어 기도가 필수입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 사무엘 상권의 한나가 기도의 좋은 본보기입니다. 한나는 눈물의 기도를 통해 주님을 만남으로 무지의 어둠으로부터 해방됩니다. 무지의 어둠 속에 절망하지 않고 간절히 기도한 결과 엘리는 주님의 응답을 전합니다.

 

“안심하고 돌아가시오.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당신이 드린 청을 들어주실 것이오.”


엘리의 말에 반쯤 걷힌 한나의 무지의 어둠은 임신하여 아들을 출산했을 때 비로소 완전히 걷혔습니다.


“내가 주님께 청을 드려 얻었다.”하면서 한나는 아이의 이름을 사무엘이라 명명합니다. 사무엘이야 말로 한나에겐 그대로 주님의 현존이자 무지의 어둠을 밝히는 태양같은 존재였을 것입니다. 하여 오늘 제1독서에 이어지는 화답송은 빛으로 충만한 한나가 주님께 드리는 기쁨의 찬미감사가 기도입니다.


그러니 공동체는 물론 공동체 개개인의 무지의 어둠을 밝히는, 무지의 병을 치유하는, 무지의 악을 퇴치하는 공동전례기도는 얼마나 고마운지요. 평생 매일 끊임없이 규칙적으로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공동시편전례기도와 미사의 은총의 빛이 우리의 무지의 어둠을 밝히고 무지의 병을 치유하고 무지의 악을 퇴치합니다. 


오늘 복음과 똑같은, 시공을 초월하여 언제나 영원히 현존하시는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를 치유하시고 구원의 빛으로 가득 채워 주십니다.


“주님, 당신께는 생명의 샘이 있고, 저희는 당신 빛으로 빛을 보나이다.”(시편36,1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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