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5.2.22. 사순 제1주일                                                                              창세9,8-15 1베드3,18-22 마르1,12-15


                                                                     그리스도의 전사(戰士)

                                                                        -자기와의 싸움-


수도자들은 물론 믿는 모든 이들이 '그리스도의 전사'입니다. 전역이 없는 죽어야 제대인 평생 현역의 전사입니다. 사고사, 객사, 병사가 아닌 싸우다 죽어야 즉 전사(戰死)해야 전사(戰士)입니다. 노병(老兵)은 죽지 않고 사라질뿐입니다.


지난 설날 83세로 선종하신 민 알로이시오 신부님의 죽음도 제가 보기엔 거룩한 전사(戰死)입니다. 병원에서 퇴원하던 지난 월요일 돌아가시기 3일전, 편치 않은 몸임에도 불구하고 대구 사수동 베네딕도 수녀원에 들려 30여명의 수녀님들에게 고백성사를 주셨다 합니다. 그리스도의 전사로서 그 사명에 충실하셨던 분임을 깨닫습니다.


'자기와의 싸움'이 영적전쟁의 요체입니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 있는 자기입니다. 하여 날마다 주님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니고 따르라 하십니다. 어제의 깨달음도 새로웠습니다. 마치 내가 내 껍질 안에 들어가 움츠리고 있는 모습이 순간 떠올랐습니다. 누가 나를 부자유롭게 하는 게 아니라 내 자신이 만든 자기라는 틀 속에 들어가 스스로 부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내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영적전쟁의 핵심입니다. 누가 자유롭지 않게 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만든 감옥에 들어가 안주하기에 자초한 부자유한 삶입니다. '자기로부터의 탈출'이 바로 자유의 길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기 감옥 안에 갇혀 수인(囚人)의 삶을 살아가는 지요. 


자기로부터 탈출했는가하면 다시 자기 안에 갇혀있는 자기를 발견합니다. 영적 전쟁 상황을 파악할 때 영적전쟁에 승리하여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영적전쟁입니다. 끝나지 않는 전쟁, 죽어야 끝나는 전쟁입니다. 


첫째, 광야가 우리의 전장(戰場)입니다.

삶은 광야입니다. 광야인생입니다. 어디나 삶을 깊이 들여다 보면 광야가 삶의 본질임을 깨닫습니다. 특히 수도원에서는 더 그러합니다. 때로는 보이는 것이 없는 막막한 광야인생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 복음이 영적전쟁 상황을 상징합니다. 복음의 서두가 의미심장합니다.


'그때에 성령께서는 예수님을 광야에 내보셨다.“


예수님을 광야에 내보내신 성령은 우리 모두 인생광야로 내보셨습니다. 특히 사순시기는 광야시기입니다. 성령께서 파견하셨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됩니다. 성령께서 늘 함께 하시기에 영적전쟁에 승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사십일 동안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셨지만 유혹에 넘어가진 않으셨습니다. 바로 성령의 도움이심을 깨닫습니다.


둘째, 광야가 낙원(樂園)입니다. 

여기 사탄의 유혹이 있는 광야가 바로 낙원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영적전쟁 치열해 보이는 여기 삶의 자리가 바로 낙원입니다. 사막같이 보이는 수도원이 낙원인 이치와 똑같습니다. 바로 복음의 다음 대목이 광야가 낙원임을 보여줍니다. 영적전쟁의 승리를 통해 회복되는 낙원이요, 광야와 낙원은 삶의 양면임을 보여줍니다.


'또한 들짐승들과 함께 지내셨는데 천사들이 그분의 시중을 들었다.‘


바로 피조물과 공존의 평화를 누리는 회복된 낙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유혹하는 사탄만 있는게 아니라 유혹을 이길 수 있도록 성령이 함께 계시며 천사들이 우리를 시중들고 있습니다. 마치 평화로운 영적전쟁터 같습니다. 전쟁과 평화가, 광야와 낙원이 역설적 일치를 이루는 장면입니다. 그러니 영적전쟁이라 하여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예수님의 광야 영적전쟁에서의 깨달음의 일성이 참 통쾌합니다. 광야의 사순시기 실천해야 할 영원한 화두 말씀입니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셋째, 참 좋은 계약의 표징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입니다.

1독서 창세기의 계약의 표징인 무지개에 대한 상황묘사가 참 아름답고 은혜롭습니다. 


'내가 무지개를 구름 사이에 둘 것이니, 이것이 나와 땅 사이에 세우는 계약의 표징이 될 것이다. 내가 땅 위로 구름을 모아 들일 때 무지개가 구름 사이에 나타나면, 나는 나와 너희 사이에, 그리고 온갖 몸을 지닌 모든 생물 사이에 세워진 내 계약을 기억하고, 다시는 물이 홍수가 되어 모든 살덩이들을 파멸시키지 못하게 하겠다.‘


하늘과 땅을 잇는 하늘길 같은 무지개가 계약의 표징, 구원의 표징입니다. 무지개에 대한 묘사중 이보다 아름답고 신비한, 심오한 묘사는 없을 것입니다. 구약의 무지개가 계약의 표징이라면 신약의 완전한 계약의 표징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입니다. 


늘 하늘 높이 솟아있는 성전의 십자가, 제대 중앙 뒷면에 높이 걸려있는 십자가보다 더 좋은 계약의 표징은 없습니다. 간혹 교회 큰 행사시 하늘에 십자가가 나타난 사진을 보여주는 데, 바로 무지개를 대체한 계약의 표징 그리스도의 십자가임을 입증하는 좋은 본보기입니다. 바로 오늘 2독서 베드로 1서가 이런 진리를 확증합니다.


"이제는 그것이 가르치는 본형인 세례가 여러분을 구원합니다. 세례는 몸의 때를 씻어 내는 일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힘입어 하느님께 바른 양심을 청하는 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늘에 오르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계시는데, 그분께 천사들과 권력들과 권능들이 복종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낙원이 완전히 실현된 장면을 상징합니다. 바로 이런 낙원의 예표가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십자가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영적전쟁의 승리에 새로운 계약의 표징인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고 기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사순시기는 인생광야에서의 영적전쟁이라는 우리의 평생 삶을 요약합니다. 사탄의 유혹중에도 성령은 늘 우리와 함께 계시고 천사들은 우리의 시중을 들어주시며 계약의 표징인 십자가는 늘 우리 눈 앞에 있습니다. 그러니 사순시기 우리 모두 그리스도의 전사, 평화의 전사가 되어 힘차게 살아갑시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영적전쟁에 항구할 수 있는 은총을 주십니다. 끝으로 기도와 같은 고백시로 강론을 마칩니다.


-주님,

 제 몸이 어디 있나요.

 제 몸이자 당신 몸이 아니던가요.


 당신의 손이, 

 당신의 귀가,

 당신의 다리가 아니던가요.


 당신의 뜻이라면

 제몸이자 당신 몸의 불편함을

 고쳐 주십시오. 


 제몸은 당신 몸이니까요.- 아멘.



  • ?
    부자아빠 2015.02.22 05:54
    아멘! 신부님 말씀 감사히 읽고 갑니다.
    신부님 오늘도 건강하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93 참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 -하느님 중심의 초연한 깨어 있는 삶-2020.9.9.연중 제23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9.09 107
1292 사랑의 예닮 여정 -무지와 허무에 대한 답은 예수님뿐이다-2020.9.10.연중 제23주간 목요일 ​​​​​​​ 1 프란치스코 2020.09.10 97
1291 개안開眼의 여정 -무지로부터 깨달음의 앎으로-2020.9.11.연중 제23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9.11 100
1290 반석 위의 인생 성전聖殿 집 -말씀과 기도, 성찬례 실행의 생활화-2020.9.12.연중 제23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9.12 114
1289 어떻게 살 것인가? -사랑하라, 화내지 마라, 자비로워라-2020.9.13.연중 제24주일 1 프란치스코 2020.09.13 137
1288 성 십자가 예찬 -기도와 회개의 표징이자 구원의 이정표-2020.9.14.월요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1 프란치스코 2020.09.14 168
1287 아, 어머니! 고통의 성모 마리아님! -관상, 연민, 비움, 초월-2020.9.15.화요일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0.09.15 190
1286 선물이냐 짐이냐? -하느님이, 기도와 사랑이 답이다-성 고르넬리오 교황(+253)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258)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0.09.16 128
1285 부활 은총의 삶 -사랑, 만남, 회개, 용서, 구원-2020.9.17.연중 제24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9.17 133
1284 더불어 여정 중의 공동체 -중심(믿음), 비전(희망), 역할(사랑)-2020.9.18.연중 제24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9.18 105
1283 참된 수행자의 삶 -희망, 간절함, 항구함, 인내-2020.9.19.연중 제24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0.09.19 106
1282 구원의 여정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2020.9.20(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1821-1846)와 성 정하상 바오로(1795-1839)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20.09.20 149
1281 부르심의 여정 -부르심, 들음, 따름-2020.9.21.월요일 성 마태오 사도 복음사가 축일 프란치스코 2020.09.21 112
1280 멋지고, 맛있고, 아름다운 삶 -말씀 예찬-2020.9.22.연중 제25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9.22 118
1279 파견된 복음 선포자의 삶 -선물, 비전, 믿음, 환대, 활동-2020.9.23.수요일 피에트첼치나 성 비오 사제(1887-1968)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0.09.23 117
1278 충만한 삶 -허무와 무지에 대한 답은 하느님뿐이다-2020.9.24.연중25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9.24 122
1277 때를 아는 지혜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다-2020.9.25.연중 제25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9.25 100
1276 기억하라, 사랑하라, 찬미하라 -창조주 하느님, 파스카 예수님을!-2020.9.26.연중 제25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9.26 104
1275 참 멋지고 아름다운 삶 -끊임없는 회개-2020.9.27.연중 제26주일(이민의 날) 1 프란치스코 2020.09.27 106
1274 하느님의 종 -믿음의 대가;예수님과 욥-2020.9.28.연중 제26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9.28 118
Board Pagination Prev 1 ...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 169 Next
/ 169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