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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4. 연중 제4주간 수요일(뉴튼수도원 86일째)                                                                히브12,4-7 마르6,1-6


                                                                               빛의 순례


장차 출간이 기대되는, 신앙적 관점에서 내용과 사진이 잘 정리 조화된 황석선루치아(사진작가) 자매의 책 제목이 좋아 강론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빛의 순례' 말마디가 곱고 아름다와 마음을 환하고 설레게 합니다. 어둠에서 빛으로 부단한 탈출의 여정이 빛의 순례입니다. 진정 믿는 이들의 삶은 '빛의 순례'의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2.3일 창밖이 환해서 눈뜨니 새벽 1:30분, 달력을 보니 음력 12.15일 보름입니다. 보름달이라 그리도 밝았습니다. 주님의 달빛이 저를 깨웠습니다. 


끊임없는 빛의 순례 중에 있는 달은 해와 더불어 순례자의 모범입니다. 마침 카톡 소리에 눈떠 열어보니 '立春大吉'이란 문자가 나타났습니다. 오늘 2.4일은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입니다. 입춘대길의 기운을 품고 크게 좋은 날인 입춘날에 '봄'이 되어 뉴튼수도원을 떠나니 참 의미가 깊습니다.


빛을 갈망하는 사람입니다. 빛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사람이나 공동체는 닫혀있는 섬이 아닙니다. 고립단절이 지옥입니다. 하여 자기로부터, 공동체로부터 빛을 향한 부단한 내적 탈출이 절박합니다. 이래야 빛이신 하느님 향한 활짝 열린 생명과 빛의 삶입니다.


빛의 순례중 첫째 요소가 하느님입니다.

빛의 하느님을 향해 부단히 탈출하는 것입니다. 이래야 시련에 상처 받지 않습니다. 시련에 좌절하지도 않고 '시련의 늪'에 빠지지 않습니다. 이 또한 빛의 순례 중의 한 과정일뿐 시련을 견뎌낼 힘도 생깁니다. 시련은 하느님의 훈육입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자녀로 대하십니다. 모든 훈육이 당장은 기쁨이 아니라 슬픔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그것으로 훈련된 이들에게 평화와 의로움의 열매를 가져다 줍니다. 


아, 빛을 향할 때, 빛이신 주님을 바라보며 달려갈 때 이런 시련을 견뎌낼 수 있는 힘도 생깁니다. 우리의 부단한 탈출을 격려하시는 주님이십니다.


"그러므로 맥풀린 손과 힘 빠진 무릎을 바로 세워 바른 길을 달려가십시오. 그리하여 절름거리는 다리가 접질리지 않고 오히려 낫게 하십시오.“


내적 탈출과 더불어 영육의 치유요 활력의 회복입니다. 예수님의 고향사람들이 마치 고립된 섬같습니다. 예수님의 지혜와 기적에 놀라 열리는듯 하나 곧 닫혀 버립니다. 온갖 회의와 더불어 마침내 예수님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문을 닫아 버리는 순간 고향 마을은 하나의 무덤이, 감옥이 되어 버립니다. 


어제의 순간적 깨달음도 잊지 못합니다. 수도자의 방이 흡사 감옥처럼, 무덤처럼 보였습니다. 도대체 삶과 죽음의 차이가 무엇인지 심각하게 묻게 됩니다. 방이든 개인이든 공동체든 닫혀 빛에 차단되면 어둠의 감옥이자 무덤이요 죽음입니다.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과 친척과 집안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예수님의 탄식입니다. 어찌보면 고향사람들의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주님의 일방적인 기적은 없습니다. 이렇게 편견으로 닫혀있으면 주님도 어쩌지 못합니다. 하여 예수님도 별 기적을 행하지 못하시고 그들이 믿지 않는 것에 놀라워 하시며 그들을 떠나십니다. 


빛의 순례중 둘째 요소가 빛들의 연대(連帶) 공동체입니다.

혼자 고립단절되면 개인도 공동체도 끝없는 '심연의 늪'이 되어버리고 바로 이게 지옥입니다. 섬같이 떨어져 있어도 내적으로는 앞문은 세상을 향해, 뒷문은 사막의 하느님을 향해 활짝 열려 연대의 빛의 공동체를 형성해야 합니다. 


서로 연대하여 공동체를 형성하여 빛의 순례 여정에 올라야 삽니다. 혼자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닙니다. 존재이유도 존재의미도 정체성도 완전 실종입니다. 아무리 좋은 구두도 한짝을 잃어버리면 아무 쓸모가 없이 되고, 묵주알도 줄에서 떨어져 나가면 아무 쓸모가 없어져 버리는 이치와 똑같습니다. 


끊임없는 빛의 연대를 향한 탈출만이 살 길입니다. 제가 사막 같은 수도원에 있어도 내적으로 뒷문은 사막의 하느님께, 앞문은 세상의 형제자매들과 이렇게 말씀을 나눔으로 주님 안에서 협의(狹義)의 수도공동체에 이어 광의(廣義)의 연대공동체를 이루기에 이렇게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여러 마을을 두루 돌아다니며 가르치셨다.‘

예수님 역시 혼자가 아니라 늘 제자들의 공동체와 함께 했으며 여러 마을의 믿는 이들과 광의의 연대 공동체를 형성했음을 깨닫습니다.


빛의 순례 중 셋째 요소가 질서있는 삶입니다.

무질서보다 큰 재앙은 없습니다. 외적질서와 상응하는 내적질서입니다. 나름대로 리듬에 따른 규칙적인 삶이 제일입니다. 이래야 고립단절의 섬이 되지 않습니다. 나름대로의 규칙적인 삶의 일과표가 현실적 지혜입니다. '회개의 시스템화', '탈출의 시스템화'가 바로 일과표이기 때문입니다. 


내적 탈출을, 내적 회개를 부단히 실현시켜 주는, 빛의 내적 순례를 가능케 해주는 수도원마다의 일과표가 그 좋은 예입니다. 이런 일과표에 따라 살아야 '자기의 늪'에, '일상의 늪'에 빠지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삶이 언뜻 보면 외적으로 무질서해 보여도 밤의 외딴곳에서의 관상기도와 낮의 사목활동이 규칙적 리듬을 이루고 있음을 봅니다.


빛의 하느님, 빛의 연대(連帶) 공동체, 일과표에 따른 탈출의 시스템화, 모두 빛의 순례에 결정적 요소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중 1독서 히브리서를 통해 빛의 순례 중에 있는 우리 모두에게 신신당부하시며 또 이렇게 살 수 있는 은총을 주십니다.


1.모든 사람과 평화롭게 지내고 거룩하게 살도록 힘쓰십시오. 거룩해지지 않고는 아무도 주님을 뵙지 못합니다.

2.아무도 하느님의 은총을 놓쳐 버리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십시오.

3.부주의하고 무분별한 삶으로 혼란을 일으켜 주위 사람들이 더럽혀지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십시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맛보고 깨달아라. 행복하여라, 주님께 바라는 사람!"(시편34.9참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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