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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8.3. 연중 제18주간 월요일                                                                                         민수11,4ㄴ-15 마태14,13-21


                                                                                      기도와 삶


진정 하느님을 믿는 이들에게 기도와 삶은 하나입니다. 수도자는 물론이고 기도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오늘 제1독서 민수기의 주인공인 모세의 삶에서 하느님을, 기도를 뺀다면, 복음의 주인공인 예수님의 삶에서 하느님을, 기도를 뺀다면 무엇이 남을 까요? 완전 허무일 것입니다. 믿는 이들에게 하느님 더하기 나는 사랑의 충만이지만 하느님 빼기 나는 텅 빈 허무입니다. 진정 믿는 이들에게 하느님은 모두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니 화답송 후렴처럼 '환호하여라, 우리의 힘 하느님께!' 외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여 인간을 정의하여 ‘기도하는 종교적 인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은 아주 평범한 주제인 ‘기도와 삶’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첫째, 삶에 중심과 질서를 잡아주는 기도입니다.

모세는 물론 예수님의 삶에 중심과 질서를 잡아 준 것은 기도였습니다. 공동체는 물론 개인의 중심에 자리잡은 기도소였습니다. 모세에게 하느님과 만나는 ‘만남의 장막’이 그 삶의 중심이었다면 예수님에게는 ‘외딴 곳’의 기도처였습니다. 오늘 복음의 서두 말씀도 의미심장합니다. 


‘그때에 세례자 요한의 죽음에 관한 소식을 들으신 예수님께서는 배를 타시고 따로 외딴 곳으로 물러가셨다.’


예수님은 밤마다, 때로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기도하기 위해 고요한 외딴 곳을 찾으셨습니다. 모세 역시 오늘 말씀에서 보다시피 만남의 장막에서 기탄없이 솔직하게 심중의 말을 털어 놓습니다. 기도소는 하느님과 만나 대화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휴식의 장소임을 깨닫습니다. 분주하고 힘든 일상에서 이런 눈에 보이는 가시적 중심의 기도처는 필수입니다. 이런 기도처가 삶의 중심에 자리잡을 때 삶의 질서도 저절로 형성되기 마련입니다.


둘째, 공동체와 유리될 수 없는 기도입니다.

애당초 공동체와 하나된 공동체적 인간입니다. 깊이 들여다 보면 공동체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만남의 장막’이자 ‘외딴 곳’의 기도처요, 우리의 이 거룩한 미사가 거행되는 ‘성전’입니다. 오늘 모세는 이스라엘 자손들의 공동체 중심에서 하느님과 담판의 기도를 하며 예수님은 공동체의 중심에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십니다. 예수님을 둘러싸고 있는 군중의 중심이 되고 있는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오늘 복음은 그대로 우리의 거룩한 성체성사를 압축, 상징하고 있음은 다음 묘사가 입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에게 풀밭에 자리를 잡으라고 지시하셨다. 그리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나누어 주셨다.’


그대로 미사를 집전하시는 예수님의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똑같은 주님께서 지금 여기 공동체의 중심에서 미사를 집전하십니다. 새삼 외딴 곳에서의 ‘개인기도’와 공동체가 함께 미사를 드리는 ‘공동기도’가 조화되어야 함을 깨닫습니다.



셋째, 기도에는 절대 지름길이 없고 비약도 없습니다. 그러니 한결같이 항구해야 합니다. 시행착오를 통해 배워가면서 성장, 성숙하는 기도입니다. 오늘 모세의 불같은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너무나 적나라하고 인간적인, 또 공감이 가고 위로가 되는 기도입니다.


“어찌하여 당신의 이 종을 괴롭히십니까? 어찌하여 이 온 백성을 저에게 짐으로 지우십니까? 제가 이 온 백성을 배기라도 하였습니까? 제가 그들을 낳기라도 하였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당신께서는 그들을 제 품에 안고 가라하십니까? 저 혼자서는 이 온 백성을 안고 갈 수 없습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무겁습니다.”


이런 ‘기도하는 지도자’를 둔 이스라엘 자손 공동체는 행복합니다. 기도는 정직하고 솔직해야 합니다. 하느님과 이스라엘 자손들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된 모세의 기도처럼, 때로 이렇게 격렬하게 하소연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기도입니다. 그 믿음이 좋다는 모세가 이런 기도를 하니 하느님도 놀라셨을 것입니다. 이 또한 기도에서 통과해 가야 할 과정이요 모세의 믿음 부족을 반영합니다. 


똑같은 광야의 역경 중에서 그 대처하는 모세의 모습이 복음의 예수님과는 너무나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수많은 굶주린 군중을 대하면서도 예수님은 전혀 동요됨이 없이 공동체의 중심에 자리 잡은 후 조용히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기적을 일으키시어 모두를 배불리 먹이십니다. 


예수님의 믿음이 모세보다 훨씬 우위에 있음을 봅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예수님의 진인사대천명의 믿음의 자세가 하느님은 물론 군중을 감동시킨 결과의 기적임이 분명합니다. 애당초 좋은 믿음은 없습니다. 시행착오를 통해 배워 성숙해 가는 믿음입니다. 모세 역시 이런 믿음 부족한 자신을 체험해 가면서 더욱 겸손한 믿음을 지니게 됐을 것입니다.


예나 이제나 똑같이 우리와 함께 살아 계신 하느님이요, 예나 이제나 변함 없는 인간의 본질입니다. 모세와 예수님이 만난 하느님이라면 우리가 못 만날 하등의 이유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주님을 만나고 싶은, 또 기도를 잘하고 싶은  간절한 깨끗한 욕심은 얼마든 좋습니다. 파스카의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과 깊은 일치를 이루어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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