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5.3.4. 사순 제2주간 수요일                                                                            예레18,18-20 마태20,17-28


                                                                           광야의 하느님

                                                                           -고독과 연대-


삶의 본질은 광야입니다. 어제의 지난 안식년에 대한 깨달음이 새롭습니다. 제 안식년은 '하루하루 살았습니다'라는 좌우명 그대로 수도원을 떠나 하루하루 살았던 광야순례여정이었습니다. 홀로이자 함께, 고독과 연대중에 하느님만을 찾았던 광야순례여정이자 자기비움의 '겸손의 수련기'였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에 일어나 그날의 독서와 복음을 묵상하며 강론을 써 인터넷에 올려 형제자매들과 나눴고 이어 아침미사를 봉헌함으로 하느님 중심의 삶을 확고히 하며 자신의 삶을 하느님과 튼튼히 연결시켰습니다. 장충동 수도원에서도, 산티아고 순례중에도, 뉴튼수도원 중에도 한결같았습니다. 말그대로 하느님 사랑의 기적입니다. 


무수히 자연스럽게 형제자매들과 나눴던 카톡의 메시지나 사진도 저를 하느님과 연결시켜주는 '관계의 끈'이자 보이지 않는 '광의(廣義)의 공동체'였음을 깨닫게 합니다. 미사의 중심끈과 더불어 무수한 형제자매들의 '사랑의 끈'이 저를 하느님께 단단히 연결시켜 준 것입니다. 


밤이 어둬질수록 밤하늘의 별들은 무수히 나타나 반짝이듯 광야순례여정 중의 별빛같이 빛났던 무수한 형제자매들의 사랑이었습니다. 이제 수도원에 들어오니 더 이상 '관계의 끈들'은, '사랑의 별들'은 사라져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존재함을 느낍니다.


광야의 하느님입니다. 세상이, 공동체가, 마음이 광야입니다. 하느님과 형제들을 만나야 할 곳도 광야입니다. 어제 수도원을 찾아 면담성사를 받았던 두분 자매들의 불우한 내적환경도 그대로 광야였습니다. 바로 광야세상에서 하느님을 만나려고 오아시스 요셉수도원을 찾았던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그 힘든 광야여정중에도 두분 자매의 얼굴은 평화로 빛났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상황이나, 독서의 예레미야 예언자의 상황은 똑같이 광야임을 깨닫습니다. 함께 이지만 홀로의 고독한 광야입니다. 예수님 제자들의 공동체는 말 그대로 동상이몽(同床異夢)의 공동체입니다. 스승이자 주님이신 예수님의 수난예고에도 불구하고 동문서답, 자기만 생각합니다. 예수님의 고독이 참으로 깊었을 것입니다. 


고독과 연대입니다. 고독과 연대는 한 실재의 양면이요 함께 갑니다. 이런 고독이 공동체와의 연대를 깊게 합니다. 주님은 광야같은 상황에서 군림이나 통치가 아닌 상호섬김의 공동체 삶을 강조하시며 공동체와의 연대를 깊게 합니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된다. 너희 가운데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태20,26-28).


광야세상에서 하느님 중심의 공동체를 이루어 주는 유일한 영성이 바로 종(servant)과 섬김(servive)의 영성임을 깨닫습니다. 예루살렘 주민들의 공동체에 좌절한 고립무원의 광야같은 환경에서 하느님께 탄원의 기도를 바치는 예레미야 예언자입니다.


"주님, 제 말씀을 귀담아들어 주시고, 제 원수들의 말을 들어 보소서. 제가 당신 앞에 서서 그들을 위해 복을 빌어주고, 당신의 분노를 그들에게서 돌리려 했던 일을 기억하소서.“(예레18,19.20ㄷ).


구원은 하느님께로부터 옵니다. 기도를 통해 자신의 광야 삶을 재점검하는 예레미야 예언자입니다. 주님은 매일,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광야순례여정중인 우리에게 섬김의 은총 공동체를 선사해 주십니다. 아멘.

  • ?
    부자아빠 2015.03.04 06:10
    아멘! 신부님 말씀 감사히 읽고 갑니다.
    오늘도 건강하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08 “오소서, 주 예수님!” -배움, 치유(治癒), 닮음, 참나(眞我)-2021.12.4.대림 제1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21.12.04 150
3207 “오소서, 주 하느님” -하느님 체험-2021.12.15.대림 제3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21.12.15 148
3206 “와서 보시오.” -늘 새로운 주님과의 만남, 형제들과의 만남-2021.8.24.화요일 성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 1 프란치스코 2021.08.24 112
3205 “요한 형님, 축하드립니다!” -귀향歸鄕의 여정-2023.7.13.목요일 이 성철 사도 요한(1922-2023)을 위한 장례미사 프란치스코 2023.07.13 313
3204 “우리 모두 ‘믿음의 뿌리’를 튼튼히 합시다.” -기도하라, 사랑하라, 함께하라-2023.8.13.연중 제19주일 프란치스코 2023.08.13 297
3203 “우연은 없다” -모두가 하느님의 섭리다-2024.3.23.사순 제5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4.03.23 150
3202 “위에서, 영에서 태어난 삶” -공동체 기도를 통한 성령충만한 삶-2020.4.20.부활 제2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0.04.20 141
3201 “이렇게 살고 싶다!” -“늘 옛스럽고, 늘 새롭게(Ever old, ever new)!”-2018.6.29. 금요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8.06.29 280
3200 “일어나 먹어라, 갈길이 멀다” -예닮의 여정-2021.8.8.연중 제19주일 1 프란치스코 2021.08.08 117
3199 “일어나라!” -늘 새로운 시작, 파스카의 삶-2018.9.18.연중 제24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8.09.27 80
3198 “일어나시오.” -참 매력적이고 순수한 파스카의 삶-2019.5.11. 토요일 성 오도(879-942), 성 마욜로, 성 오딜로, 성 후고와 복자 베드로 베네라빌리스, 클뤼니 수도원의 아빠스들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9.05.11 231
3197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경청敬聽과 순종順從의 사람, 동정 마리아-2019.3.25. 월요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19.03.25 258
3196 “저에게 가장 큰 스승은 수도공동체입니다" -주님 중심의 참가족-2021.7.20.연중 제16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7.20 114
3195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 -주님과의 만남과 회개-2016.3.29. 부활 팔일 축제내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6.03.29 504
3194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라”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2018.11.4.연중 제31주일 1 프란치스코 2018.11.04 155
3193 “주 예수 그리스도님!” -갈망渴望, 떠남, 만남, 개안開眼, 따름의 여정旅程-2021.5.27.연중 제8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5.27 105
3192 “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느님의 자녀다운 수행자, 성소자, 증언자의 삶-2023.1.15.연중 제2주일 프란치스코 2023.01.15 191
3191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유다가 문제라면 답은 예수님뿐이다-2018.3.28. 성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3.28 151
3190 “주님, 저를 축복하소서!” -사랑, 기도, 순종-2017.12.20. 수요일 12월20일 프란치스코 2017.12.20 128
3189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영의 사람으로 삽시다-2024.4.20.부활 제3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4.04.20 104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