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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14. 사순 제1주일                                                                    신명26,4-10 로마10,8-13 루카4,1-13


                                                                      인생 광야 순례 여정

                                                            -성령 안에서 승리와 기쁨의 여정-


사순절이 되면 분도규칙 49장 사순절을 지킴에 대하여 라는 장이 생각납니다. 베네딕도 수도원에서는 대개 사순절이 되면 먼저 49장을 살펴 보는데 저희도 지난 금요일 사순시기 초에 49장을 공부했습니다. 이 장에서 제일 좋아하는 다음 두 구절입니다.


“그리하여 각자는 성령의 기쁨을 가지고 자기에게 정해진 분량 이상의 어떤 것을 하느님께 자발적으로 바칠 것이다. 즉 자기 육체에 음식과 잠과 음료와 잠과 말과 농담을 줄이고 영적 갈망의 기쁨으로 거룩한 부활을 기다릴 것이다.”(RB49,6-7)


놀라운 것은 ‘기쁨(gaudium)’이란 단어가 전 73장으로 이뤄진 긴 장들의 규칙에서 여기서만 단 2회 나온다는 것입니다. 바로 사순절은 우울하고 어둡고 무겁게 지내는 시기가 아니라 영적 갈망의 기쁨을 지니고 거룩한 부활을 기다리는 시기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이미 부활을 기다리는 기쁨으로 살아가는 것이 흡사 주님 탄생을 기다리는 기쁨으로 지내는 대림절을 닮았습니다. 문제는 ‘기쁨’입니다. 수차례 인용했던 한 수도형제가 전한 잊지 못하는 일화가 있습니다. 


“그 공동체는 사람도, 돈도, 건물도 다 갖췄는데 하나만 빠졌습니다.”

호기심에 궁금하여 곧장 형제에게 물었습니다.

“그 하나가 무엇입니까?”

“기쁨입니다.”


다 갖췄는데 기쁨이 빠진 삶이라면 참 힘들 것입니다. 우리 삶을 흔히 광야 순례 여정으로 일컫곤 합니다. 사순절의 40일은 우리의 전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 줍니다. 사순절을 잘 지내야 일년 영적농사도 잘 지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공생애에 앞선 40일 광야피정을 통해 우리는 주님으로 부터 우리의 인생광야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배웁니다. 아침 성무일도 초대송 후렴이 생각납니다.


“우리를 위하여 유혹과 수난을 당하신 주 그리스도께 어서와 조배드리세”


우리를 위하여 유혹과 수난을 당하신 주님이십니다. 주님을 통해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기쁘게 광야인생을 살아가야 할지 배웁니다.


우선 전제로 할 것은 우리 인생은 광야라는 것입니다. 우리 삶의 본질은 광야입니다. 쓸쓸하고 외로운 광야입니다. 함께 해도 결국은 혼자입니다. 예수님이 악마의 유혹을 겪은 것도 광야입니다. 우리 역시 예수님처럼 무수한 유혹을 겪었고 앞으로도 많은 유혹을 겪을 것입니다.


첫째, 성령의 도움 있어 광야의 삶을 기쁘게 살 수 있습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서두가 입증합니다. 혼자가 아니라 성령과 함께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성령으로 충만하여 요르단강에서 돌아오셨고, 성령에 이끌리어 광야로 가셨다고 합니다. 성령의 보호와 인도하에 겪는 악마의 유혹입니다. 


성령은 하느님 사랑의 현존과 능력입니다. 지옥은 다른 곳이 아닙니다. 성령의 도움없이 겪는 광야가, 희망과 기쁨 없이 살아가는 곳이 지옥입니다. 모든 것을 다 갖춰도 희망과 기쁨이 없다면 도대체 무슨 힘으로 그 인생 살아가겠는지요.


성령은 희망과 기쁨의 샘입니다. 이런 하느님의 기쁨에 참여할 때 샘솟는 기쁨입니다. 성령충만할 때 희망과 기쁨 가득한 광야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하여 교회나 수도원에서는 무슨 중대한 일을 앞두고는 성령송가를 부르며 성령의 도움을 청합니다. 악마도 하느님의 수중안에 있고 성령으로 가득한 삶을 사는 동안은 전혀 악마를 두려워 할 것은 없습니다. 


둘째, 인생 광야에서 악마의 유혹에 승리할 때 점증하는 기쁨입니다.

혹자는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느님은 왜 악마의 유혹을 겪게 하셨나, 아예 악마가 없었으면 좋지 않겠나’하는 짧은 생각입니다. 사실 유혹이 없으면 사는 재미도, 삶의 깊이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유혹을 바래서가 아니라 겪게되는 유혹을 슬기롭게 통과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유혹이 없게 해달라고 기도할 것이 아니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유혹이 없는 삶은 일고의 가치도 없습니다. 성령의 도움으로 악마의 유혹을 통과해 가면서 영적 성장과 성숙의 겸손과 기쁨의 삶입니다. 


악마는 우리의 사정을 너무나 잘 압니다. 시간낭비하며 아무나 유혹하지 않습니다. 열정없이 무기력하게, 태만하게 사는 이는 유혹하지 않습니다. 그냥 놔둬도 저절로 망할 것이기 때문에 예수님처럼 참으로 열심히, 충실히 사는 매력적인 이들을 유혹합니다. 잘살려는 이들에게 유혹이 많은 것은 바로 이런 까닭입니다.


셋째, 말씀과 기도가 악마의 공격에 최고의 무기입니다.

광야는 영적전쟁터입니다. 말씀과 기도로 무장할 때 광야의 영적전쟁도 기쁘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역시 말씀과 기도도 기쁨의 샘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은 그대로 영적전쟁을 상징합니다. 예수님과 악마의 싸움입니다. 


악마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하느님 안에 있으면서 하느님을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악마에게는 찬미와 감사가 없고 겸손과 기쁨도 없습니다. 악마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도 회개하여 하느님께 돌아가면 천사같은 사람이지만 회개하지 않아 하느님께 멀어지면 악마같은 사람이 됩니다. 영적 분별력을 잃어 악마가 누구이고 유혹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죄악의 유혹에 빠져 악마처럼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우리 역시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영적전쟁이요, 하여 우리 믿는 이들은 제대가 없는 영원한 현역의 하느님의 전사가 됩니다. 오늘 복음의 말미를 보셔요. 악마는 모든 유혹을 끝내고 다음 기회를 노리며 그분에게서 물러갔다고 합니다. 그 후 베드로를 통해서, 마지막 십자가 상에서까지 악마의 유혹은 계속되었고 마침내 악마에 대한 예수님의 완전 승리입니다. 말씀과 기도를 통해 이런 주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에 우리 또한 영적전쟁에 승리합니다.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악마의 공격이요 유혹입니다. 방심은 금물입니다. 그러니 늘 깨어 말씀과 기도로 무장해야 합니다. 오늘 악마의 공격은 전형적입니다. 우리 인간의 치명적 약점인 본능적 욕망을 공격합니다. 앞으로도 악마의 공격은 이런 양상일 것입니다. 


우선 식욕을 통한 공격입니다. 빵과 밥은 우리 인간이 살기위한 기본적 현실입니다. 먹지 않으면 죽습니다. 사십일 동안 단식 피정하셨으니 예수님은 많이도 시장하셨을 것입니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보시오.”


식욕보다 억제하기 힘든 것도 없습니다. 성욕과 물욕에 앞선 근본적 욕망입니다. 예수님은 단 한마디 말씀으로 악마를 물리치십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말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빵에 대한 욕구와 함께 말씀에 대한 욕구가 건강한 영혼에는 필수입니다. 


빵에 대한 욕구에 이은 부와 권력과 지위에 대한 욕구가 절대적입니다. 금력, 권력욕, 명예욕의 유혹에 빠져 영혼을 파는 이들은, 영혼을 잃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내가 저 나라들의 모든 권세와 영광을 주겠소. 당신이 내 앞에 경배하면 모두 당신 차지가 될 것이요.”


이 유혹에 넘어가는 순간 영혼을 잃습니다. 세상 권세와 영광에 영혼을 파는 것이니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죽은 삶입니다. 예수님의 답 또한 명쾌합니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아, 우리는 악마의 유혹에 승리하는 법을 예수님께 친히 배웁니다. 예수님은 말씀을 통해 악마를 퇴치하십니다. 말씀사랑은 바로 하느님 사랑입니다. 말씀을 통해 하느님을 만납니다. 하느님께 경배하고 하느님만을 섬기는 사랑의 삶을 살 때 우리 삶은 말씀이신 주님과 하나가 되고 악마와의 영적전쟁에도 백전백승입니다. 


말씀의 무기와 함께 고백의 기도가 또 절대적입니다. 오늘 1독서와 2독서가 입증합니다. 1독서는 선택받은 이스라엘 백성의 신앙고백이요, 2독서는 그리스도 신자의 신앙 고백입니다. 우리 또한 평상시 말씀공부와 더불어 이런 신앙고백을 바치며 하느님 사랑과 믿음의 고백의 기도를 바치는 것이 악마의 유혹을 이겨내는 데는 제일입니다. 


지금까지 베풀어주신 하느님 은혜의 역사를 되돌아 보며 하느님께 끊임없는 찬미와 감사의 고백의 기도를 바치는 것입니다. 하여 우리 수도자들은 매일 평생 끊임없이 찬미와 감사의 고백의 공동성무일도 기도를 바칩니다. 바오로의 말씀대로 마음으로 믿어 의로움을 얻고, 입으로 고백하여 구원을 받습니다.


믿는 이들 사이에는 차별이 없습니다. 같은 주님께서 모든 사람의 주님으로서, 당신을 받들어 부르는 모든 이에게 풍성한 은혜를 베푸십니다. 과연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이는 모두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니 성령충만함 중에 주님의 이름을 부르며 끊임없이 찬미와 감사의 고백의 기도를 바치십시오. 성령의 도움으로 악마는 저절로 달아나고 광야는 낙원으로 바뀌며 기쁨 충만한 삶이 될 것입니다. 


참 분별하기 힘든 것이 악마도 성경말씀을 인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악마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 없기에 악마의 말에는 전혀 힘이 없습니다. 악마의 유혹이 참 집요합니다. 계속 장소를 바꾸면서 예수님을 유혹하는 악마는  마지막으로 성전 꼭대기에 예수님을 세우고 유혹합니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여기에서 밑으로 몸을 던져 보시오.”


이어 그럴듯한 성경말씀의 근거를 댑니다. 마지막 악마의 유혹은 허영과 교만입니다. 예수님은 슈퍼스타가 되고 싶은 허영이나 교만이 전혀 없으신 분입니다. 반대로 겸손하고 온유한 분이십니다. 예수님은 지체없이 반격하십니다.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하신 말씀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모두 말씀으로 악마의 유혹에 승리하십니다. 3전3승의 통쾌한 승리입니다. 계속되는 우리의 광야인생순례여정입니다. 악마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습니다. 유혹에 빠지는 순간 또 남을 유혹할 때 우리는 악마가 될 수 있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사순절 동안 악마의 유혹에 승리함으로 기쁨의 여정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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