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2015.9.2. 연중 제22주간 수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Sep 0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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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9.2. 연중 제22주간 수요일                                                                                                            콜로1,1-8 루카4,38-44


                                                                                             제자리


오늘은 ‘제자리’에 대한 묵상나눔입니다. 광야인생, 제자리를 찾아야 오아시스인생입니다. 오아시는 제자리와 같습니다. 며칠전 작년 안식년에 장충동에서 만났던 분과의 만남에서의 ‘제자리’에 대한 깨달음이 새로웠습니다. 제가 여전히 장충동에 있는 줄 알고 장충동 수도원을 방문했다가 다시 불암산 기슭 요셉수도원을 찾았습니다.


‘제자리에 돌아와야죠. 28년동안 살았던 제자리 요셉수도원인데요.“


대화중 무심코 한 제 말중 ‘제자리’란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는 자매의 고백이었습니다. ‘내 제자리는 어딘가’, ‘과연 나는 제자리를 살고 있는가’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했습니다. 듣고 보니 평범한 제 말이 저에겐 새삼스런 깨달음이었습니다. 제자리는 여럿이 아니라 오직 하나입니다. 내 고유의 제자리를 찾을 때 안정과 평화입니다. 


제자리를 잃어 끊임없는 불안과 두려움에 휘둘립니다. 제자리에 있을 때 아름답고 조화롭습니다. 제자리가 바로 구원입니다. 제자리에 있으니 주변의 모두가 매일 새롭게 열립니다. 어제 써놓고 재미있어한 ‘호박이 좋다’란 시를 나눕니다.


-호박이 좋다/넉넉하고 편안하다

나체裸體에도/부끄러움이 없다

호박같은 얼굴/수사님이 따다 놓은

아담한 호박/보이지 않다

“수사님, 생선에 그 호박 넣어 지졌어요?”

생선지짐속에 들어있는/호박조가리들

“예”/대답하며 호박처럼 웃는다-


제자리에 있을 때 발견되는 삶의 기쁨, 삶의 행복입니다. 요셉수도원이 상징하는바 제 삶의 제자리이듯 오늘 복음에서 외딴곳은 예수님의 제자리를 상징합니다. 예수님의 분주한 삶의 와중에도 활동이 끝난 후이면 외딴 곳의 제자리를 찾아 아버지와의 깊은 친교중에 영육을 충전했습니다. 


삶의 중심을 상징하는 제자리입니다. 제자리가 상징하는 바 주님입니다. 주님 안이 우리 모두의 궁극의 제자리입니다. 오늘 복음의 이야기는 주님을 만남으로 제자리를 찾아 구원받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주님을 만나 제자리를 찾을 때 비로소 치유의 구원입니다.


‘예수님께서 그 부인에게 가까이 가시어 열을 꾸짖으시니 열이 가셨다. 그러자 부인은 즉시 일어나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


예수님을 만나 치유되어 공동체의 제자리로 복귀하여 예수님 일행의 시중을 든 시몬의 장모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손을 얹으시어 그들을 고쳐주셨다.’


질병을 앓던 이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얹어 고쳐주심으로 제자리로 복귀시키고 마귀들린 이들 역시 마귀를 쫓아냄으로 제자리로 복귀시킵니다. 예수님의 치유를 통해 제자리를 찾은 이들은 진정 제자리의 중심은 구원자 예수님이심을 깊이 깨달았을 것입니다. 제자리를 찾을 때 영육의 건강입니다. 제자리를 잃을 때 온갖 우환과 걱정이 뒤따릅니다. 


치유활동이 끝나 날이 새자 예수님은 자신의 외딴곳의 제자리를 찾아 영육을 충전시킵니다. 파스카의 예수님은 우리의 움직이는 제자리의 중심입니다. 아무도 예수님의 제자리를 독점할 수 없습니다. 군중은 예수님을 찾아 자기들을 떠나지 말아 주십사 간청하지만 움직이는 제자리의 중심인 예수님의 정체를 몰랐기 때문입니다.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함으로 각자 삶의 제자리를 찾게 해주는 것이 바로 예수님의 사명이었음을 봅니다. 진정 이웃을 사랑한다면 파스카의 주님께 안내함으로 제자리를 찾게 해주는 일임을 깨닫습니다. 우리의 영원한 삶의 제자리는 파스카 주님 안이요 여기 제자리에 머물 때 비로소 신망애 삼덕의 충일한 행복한 삶임을 콜로새 신자들이 증거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을 위하여 기도할 때면 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 대한 여러분의 믿음과 모든 성도를 향한 여러분의 사랑을 우리가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믿음과 사랑은 여러분을 위하여 하늘에 마련되어 있는 것에 대한 희망에 근거합니다.”


진공상태의 무기력한 제자리가 아니라 하늘 희망에 근거한 아드님에 대한 믿음과 형제들에 대한 사랑, 즉 신망애 삼덕이 역동적 균형을 이룬 주님으로 충만한 공동체의 제자리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우리 삶의 제자리의 중심인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를 치유해주시고 당신의 신망애 삼덕으로 가득 채워주십니다.


“나는 하느님 집에서 자라는 푸른 올리브 나무. 길이길이 하느님 자애에 의지하리라.”(시편52,1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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