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알라 -회개, 겸손, 온유, 지혜, 감사-2021.9.10.연중 제23주간 금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Sep 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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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9.10.연중 제23주간 금요일                                                     1티모1,1-2.12-14 루카6,39-42

 

 

 

너 자신을 알라

-회개, 겸손, 온유, 지혜, 감사-

 

 

 

“주님께 아룁니다. 

 ‘당신은 저의 주님, 저의 행복 당신밖에 없습니다.’

 주님을 언제나 내 앞에 모시오니,

 내 오른편에 계시옵기, 흔들리지 않으오리다.“(시편16,1.8)

 

얼마전 깨달음의 고백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저에게 가장 큰 스승은 여기 수도공동체입니다.” 다들 한 곳에 오래 정주하여 공동수도생활에 정진하다보니 나름대로 축적된 삶의 지혜가 탄탄하며 너그럽고 관대함이 참 넓고 깊습니다. 함께 공동체를 이뤄 사는 것이 얼마나 큰 신비의 선물이요 축복의 은총인지 깨닫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 중심의 수도공동체입니다. 공동체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파스카 그리스도 예수님을 주님이요 스승으로 모시고 살기에 이런 축복의 은총입니다. 그러니 수도형제들 하나하나를 통해 반영되는 예수님의 모습이요 예수님과의 우정과 더불어 형제들 상호간의 우정도 깊어갑니다.

 

며칠 전의 깨달음도 잊지 못합니다. 아주 사소한 일 같지만 저에겐 너무나 생생한 깨달음의 체험입니다. 세탁물을 세탁기에 집어넣고 스윗치를 눌러도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스윗치를 누르면 빨간 불이 들어오면서 힘차게 돌아갔는데 전혀 반응이 없어 이리저리 확인해도 알길이 없어, 즉시 젊은 수도형제의 방을 노크하여 도움을 청했습니다.

 

말없이 따라 나온 형제는 세탁실 주변을 살펴보더니 콘센트에 플러그 연결이 이상이 있음을 발견하고 꼭 끼우니 빨간 불이 들어오고 세탁기에 스윗치를 누르니 힘차게 돌아갔고 형제는 말없이 떠났습니다. 순간 ‘왜 이렇게 간단한 것을 왜 몰랐는가’ 하는 자괴감自愧感, 좌절감挫折感이 얼마나 컸는지 모릅니다. 

 

저녁식사후 식탁을 정리하며 그 형제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자신에 대해 큰 좌절감을 맛봤다고 하니 빙그레 웃으며 연노한 주방장 수사를 가리켰습니다. 바로 제 전에 주방장 형제가 도움을 청했던 것 같습니다. 바로 그때 농장 수사가 빙그레 웃으며 말을 받았습니다.

 

“농장에서 들어오니 주방장 수사님이 세탁기가 고장이 났다고 하며 봐 달라고 했는데 내가 잊고 못했는데 플러그가 빠져 있었군요.”

 

즉시 화기애애和氣靄靄한 분위기 중에 내심 느꼈던 좌절감이 햇빛에 안개 걷히듯 말끔히 걷히고 나를 듯 가벼웠습니다. 새삼 수도공동체 형제들에 대한 고마움과 더불어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 깊이 자각했습니다.

 

‘너 자신을 알라.’ 했습니다. 자신을 아는 것이 바로 지혜와 겸손이요 이때 저절로 감사가 뒤따릅니다. 그래서 끊임없는 기도에 이어 끊임없는 회개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끊임없는 회개와 더불어 함께 가는 겸손과 온유, 지혜와 감사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 티모테오1서의 주인공 바오로가 그의 모범입니다. 

 

서두의 겸손한 인사에 이어 감사를 전하는 바오로의 마음은 바로 주님과 만남의 회개를 통해 깊이 자신을 알게 된 결과입니다. 자신의 과거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회고하는 겸손한 바오로입니다. “우리의 구원자이신 하느님과 우리의 희망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의 명령에 따라 그리스도 예수님의 사도가 된 바오로”로 자신의 신원을 고백하는 바오로, 얼마나 멋진지요! 

 

‘우리의 희망이신 그리스도 예수님’

이란 말마디가 깊은 위로와 평화를 줍니다. 후반부 바오로의 아름다운 고백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영혼은 ‘회개-겸손-온유-지혜-감사의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나를 굳세게 해 주신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분께서는 나를 성실한 사람으로 여기시어 나에게 직무를 맡기셨습니다. 나는 전에 그분을 모독하고 박해하고 학대하던 자였습니다. 그러나 내가 믿음이 없어서 모르고 한 일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 있는 믿음과 사랑과 함께, 우리 주님의 은총이 넘쳐흘렀습니다.”

 

바오로의 고백이 얼마나 깊고 아름답고 겸손한지요! 그리스도의 몸인 공동체의 신비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바로 제자들에 대한 모독과 박해와 학대가 바로 예수님께 대한 것임을 깊이 깨달은 바오로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 중심의 공동체 형제들은 하나하나가 그리스도의 지체들이자 현존인 것입니다. 그대로 회개 은총의 귀한 깨달음의 열매입니다. 

 

자기를 모르고 하느님을 모르는 무지에 대한 유일한 답은 주님과 만남의 회개뿐입니다. 회개에 저절로 뒤따르는 겸손과 온유, 지혜와 감사, 믿음과 사랑의 선물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 복음을 보면 문제의 소재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제자들은 물론 우리의 무지를 일깨우는 참 스승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눈먼이가 눈먼 이를 인도할 수야 없지 않느냐? 둘다 구덩이에 빠지지 않겠느냐? 제자는 스승보다 높지 않다. 그러나 누구든지 다 배우고 나면 스승처럼 될 것이다.”

 

바로 무지에 눈먼 우리들을 지칭합니다. 평생 배움의 여정중에 있는 우리들이요 우리의 안내자인 참 스승 예수님께 평생 죽을 때까지 배우라는 말씀입니다. 이어지는 말씀도 우리의 무지를 일깨우는 죽비같은 말씀입니다.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형제에게 ‘아우야! 가만,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내 주겠다.’하고 말할 수 있느냐?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형제의 눈에 있는 티를 보고 빼낼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너 자신을 알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주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끊임없는 회개의 삶을 통해 주님을 알고 자신을 아는 겸손하고 온유한 사람은 절대 남을 판단하거나 간섭, 강요, 제동, 추궁하지 않고 끝까지 사랑으로 인내하며 기다립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회개한 우리 모두의 무지의 어둠을 밝혀 주시고 당신을 닮은 겸손과 온유, 지혜와 감사의 사람으로 변모시켜 주십니다. 

 

“주님, 당신이 저에게 생명의 길을 가르치시니,

 당신 얼굴 뵈오며 기쁨에 넘치고,

 당신 오른쪽에서 길이 평안을 누리리이다.”(시편16,11).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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