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3.14.사순 제4주일(Laetare주일) 

2역대36,14-16.19-23 에페2,4-10 요한3,14-21

 

 

 

참 기쁨과 행복의 삶

-바라보라, 감사하라, 나아가라-

 

 

 

오늘은 일명 장미주일이라 일컫는 사순 제4주일입니다. 입당송 시편 “즐거워하여라(Laetare)”로 시작되기에 ‘래타레 주일’이라고도 부릅니다. 하여 기쁨을 상징하는 분홍색 제의가 참 곱고 입당송 시편도 참 흥겹습니다.

 

“즐거워하여라, 예루살렘아, 그를 사랑하는 이들아, 모두 모여라. 슬퍼하던 이들아,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위로의 젖을 먹고 기뻐 뛰리라.”

 

예루살렘이 상징하는 바, 교회요 성전입니다. 참으로 교회를 사랑하는 우리 모두가 ‘기뻐 즐거워하라!’는 주님의 권고입니다. 어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교황직에 착좌하신후 만8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8년을 요약한 기사 제목이 “전 세계를 위한 복음의 기쁨”이었습니다. 복음의 기쁨을 전하고 사시기 위해 노심초사, 전력투구한 교황님의 8년간 행적이었습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십시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살아야 합니다. 사순시기 어둡고 무겁게 지내는 시기가 아닙니다. 바오로 사도 역시 옥중에 있으면서 신도들에게 “항상 기뻐하라”고 권했던 기쁨의 사도였습니다. 어제 본기도 역시 ‘파스카 신비의 기쁨을 미리 맛보고, 구원의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해주십사’ 하고 기도했습니다. 우리 역시 사부 성 베네딕도의 권고에 따라 사순시기 기쁘게 지냈고 남은 동안도 기쁘게 지낼 것입니다.

 

“그리하여 각자는 성령의 즐거움을 가지고 자기에게 정해진 분량 이상의 어떤 것을 하느님께 자발적으로 바칠 것이다. 즉 자기 육체에 음식과 음료와 잠과 말과 농담을 줄이고 영적 갈망의 즐거움으로 거룩한 부활 축일을 기다릴 것이다.”

 

규칙서중 즐거움이란 말마디가 ‘사순절을 지킴에 대하여’라는 제49장에서 단 2회 나온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합니다. 요즘 산책중 즐겨부르는 봄이 오면 마지막 구절도 봄꽃처럼 활짝 핀 얼굴로 살라는 깨우침을 줍니다.

 

“나는야 봄이 오면 그대 그리워 진달래꽃 되어서 웃어본다오,”

 

기쁨으로 활짝 핀 봄꽃들처럼 파스카 신비의 기쁨을 앞당겨 밝고 경쾌하게 꽃처럼 살아야 할 남은 사순시기입니다. 영성의 참 표지도 파스카의 기쁨과 유머입니다. 어떻게 기쁨과 행복의 삶을 살 수 있겠습니까?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

 

첫째, “바라보라!”입니다.

늘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볼 때 샘솟는 기쁨, 회개의 기쁨입니다. 십자가와 부활의, 파스카의 십자가입니다. 늘 바라보라고 성전 앞면 중앙에 걸려 있는 주님의 십자가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도 은연중 십자가의 주님을 바라볼 것은 권합니다.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높이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얼마나 고마운 말씀입니까? 주님의 십자가는 말 그대로 우리의 회개를 촉구하는 회개의 표징이자 우리의 구원을 보증하는 구원의 표징입니다. 하느님 사랑이 100% 드러난 사랑의 표징입니다. 바로 이 주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파스카의 예수님을 내 삶의 중심으로, 삶의 의미로, 삶의 목표로, 삶의 방향으로 삼을 때 내적 안정과 평화요 샘솟는 기쁨입니다.

 

주님의 십자가는 무엇보다 회개의 표징입니다. 참으로 부단한 회개가 축복의 보증이 됩니다. 우상숭배로 주님을 떠난 이스라엘 백성이 주님의 심판으로 바빌론에 유배되어 고통을 받았지만 이들이 회개했을 때 주님은 페르샤의 키루스 임금을 움직여 이들을 해방시킵니다. 바로 바빌론 유배 중 회개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오늘 화답송 시편입니다. 참으로 회개를 통한 주님 그리움이 사무치게 잘 드러나는 애절한 시편이 감동적입니다.

 

“바빌론강 기슭, 거기에 앉아, 시온을 그리며 눈물짓노라.---예루살렘아, 너를 잊는다면, 내 오른손이 굳어 버리리라. 내가 만일 예루살렘, 너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너를 가장 큰 기쁨으로 삼지 않는다면, 내 혀가 입천장에 달라붙으리라.”

 

이런 회개의 응답에 하느님은 페르샤의 임금 키루스를 움직여 당신 백성을 바빌론의 압제에서 해방시켰음을 봅니다. 참으로 우리의 회개를 촉구하며 파스카의 기쁨과 구원을 앞당겨 살게 하는 십자가와 부활의, 파스카의 주님이심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기쁨의 삶을 위해 늘 바라봐야 할 대상은 영원한 구원의 주님의 십자가뿐이요, 이런 우리들에게 선사되는 영원한 생명의 구원입니다.

 

둘째, “감사하라!”입니다.

회개의 기쁨과 더불어 저절로 샘솟는 감사입니다. 기쁨과 감사로 빛나는 삶이 참 영성의 표지입니다. 기쁨과 감사로 빛나는 얼굴은, 삶은 얼마나 아름답고 매력적인지요! 이런 이들이 진정 행복한 부자요 이웃에겐 참 좋은 선물이 됩니다. 자주 산책중 노래하는 시편 구절이 생각납니다.

 

“주님께 감사하라, 그 좋으신 분을, 영원도 하시어라. 그 사랑이여!”

 

고운 치매 걸린 할머니가 연신 웃으며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는 일화도 미소짓게 합니다. 오늘 제2독서 바오로의 에페소서를 보십시오. 제가 볼 때 온통 하느님 은총에 대한 감사의 고백, 감사의 찬가처럼 보입니다. 기쁨의 사도이자 감사의 사도인 바오로입니다. 숨쉴틈 없이 쏟아지는 감사의 폭포수같습니다. 그대로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우리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자비가 풍성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신 그 큰 사랑으로 잘못을 저질렀던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셨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은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우리를 그분과 함께 일으키시고 그분과 함께 하늘에 앉히셨습니다.”

 

이미 생사를 넘어 부활의 기쁨, 부활의 감사를, 영원한 생명의 구원을 사는 우리들인데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어지는 말씀 역시 얼마나 고무적인지 참 크나큰 위로와 격려가 됩니다.

 

“우리는 믿음을 통하여 은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이는 우리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그러니 아무도 자기자랑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작품입니다. 우리는 선행을 하도록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창조되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선물, 하느님의 작품이란 말마디들 얼마나 아름답고 감사합니까! 한 두 번의 창조가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창조되는 우리들이요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저절로 흘러나오는 감사기도입니다.

 

“주님, 눈이 열리니 온통 당신의 선물이옵니다.

당신을 찾아 어디로 가겠나이까

새삼 무엇을 청하겠나이까

오늘 지금 여기가 하늘 나라 천국이옵니다.

 

곳곳에서 발견하는 기쁨, 평화, 감사, 행복이옵니다.

살줄 몰라 불행이요 살줄 알면 행복임을 깨닫나이다.“

 

그러므로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하느님의 뜻입니다. 이런 감사에서 샘솟는 기쁨과 행복의 삶입니다.

 

셋째, “나아가라!”입니다.

계속 전진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분명한 목표가, 방향이 있습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제대로의 방향입니다. 주님을 향해 전진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주님이야말로 우리의 미래요 희망입니다.

 

구원의 행복은 은총이자 동시에 선택입니다. 주님은 생명이자 빛이자 희망이자 진리입니다. 그러니 죽음이 아닌 생명의 주님을, 어둠이 아닌 빛의 주님을, 절망이 아닌 희망의 주님을, 거짓이 아닌 진리의 주님을 선택하여 전진하는 것입니다. 

 

하여 주님을 향해 나아가면서 주님을 닮아 우리 또한 생명과 빛이, 희망과 진리가 될 것입니다. 생명의 빛, 희망의 빛, 진리의 빛으로 충만한 삶, 바로 기쁨과 행복의 삶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들어 보십시오.

 

“빛이 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빛보다 어둠을 사랑하였다. 그들이 하는 일이 악하였기 때문이다.”

 

세속에 병든 무지에 눈먼 영혼들이 빛이 아닌 어둠을, 생명이 아닌 죽음을, 희망이 아닌 절망을. 진리가 아닌 거짓을 선택하여 지옥을 삽니다. 하느님이 내리시는 심판이 아니라 무지로 인해 스스로 자초한 심판입니다. 그러나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생명에로, 희망으로 나아갑니다. 하여 자기가 한 일이 하느님 안에서 이뤄졌음을 드러냅니다.

 

기쁨과 행복의 삶은, 믿음과 구원의 삶은 은총이자 동시에 선택의 결단입니다. 생명과 빛, 희망과 진리의 주님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기쁨과 행복의 삶을, 믿음과 구원의 삶을 살고 싶습니까!

 

1.늘 십자가와 부활의 주님을, 파스카의 주님을 바라보십시오!

2.늘 감사하십시오!

3.늘 나아가십시오! 전진하십시오! 생명이자 빛이시고 희망이자 진리이신 주님을 향해서 말입니다.

 

기쁨과 행복의 비결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이렇게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21.03.14 10:27
    사랑하는 주님, 앞으로의 기쁨과 행복의 비결이 오늘 미사속에 있듯이
    오늘의 주님을 향한 감사의 하루가 되게 하소서.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89 예수님파 사람 -참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2023.9.18.연중 제24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3.09.18 213
3188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좌파나 우파가 아닌 예수님파로 삽시다”-2023.9.17.연중 제24주일 프란치스코 2023.09.17 208
3187 좋은 사람이 되길, 반석위의 인생집을 원하십니까? “주님의 가르침을 실행하십시오!” -늘 깨어 한결같이-2023.9.16.토요일 성 고르넬리오 교황(+253)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258)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9.16 212
3186 그리스도 예수님 중심의 삶 -성모님과 함께-2023.9.15.금요일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9.15 220
3185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사랑합시다” 십자가 예찬 -한반도의 십자가-2023.9.14.목요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프란치스코 2023.09.14 228
3184 누가 참 행복한 사람인가? -행복하여라, 하느님께 희망을 둔 사람!-2023.9.13.수요일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학자(349-407)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9.13 255
3183 영적승리의 삶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가 답이다-2023.9.12.연중 제23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23.09.12 203
3182 착하신 목자 예수님 -주님과 만남과 치유의 여정-2023.9.11.연중 제23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3.09.11 209
3181 하느님 중심의 공동체 삶 -기도하라, 사랑하라, 지혜로워라, 운동하라-2023.9.10.연중 제23주일 에제33,7-9 로마13,8-10 마태18,15-20 프란치스코 2023.09.10 219
3180 일치의 중심 -참 권위의 예수님을 닮읍시다-2023.9.9.연중 제22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3.09.09 208
3179 축! 성모 마리아 탄생 축일 -기뻐하고 즐거워합시다-2023.9.8.금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 프란치스코 2023.09.08 212
3178 내적 여정의 순례자들 “함께와 홀로” -예수님은 우리의 평생 유일한 가이드-2023.9.7.연중 제22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3.09.07 214
3177 “길을, 희망을, 빛을, 진리를, 중심을 잃은 병든 사회” -답은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뿐이다-2023.9.6.연중 제22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23.09.06 214
3176 참 권위의 사람이 됩시다 -예닮의 여정-2023.9.5.연중 제22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23.09.05 223
3175 자유의 여정 -만남, 회개, 자유-2023.9.4.연중 제22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3.09.04 195
3174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예수님처럼!-2023.9.3.연중 제22주일 프란치스코 2023.09.03 208
3173 하느님 중심의 삶 -하느님 알기, 나를 알기, 최선을 다하기-2023.9.2.연중 제2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3.09.02 205
3172 성화(聖化)의 여정 -날마다 깨어 준비하며 제책임을 다하는 삶-2023.9.1.연중 제21주간 금요일(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프란치스코 2023.09.01 182
3171 깨어 있어라 -깨어 있음도 훈련이요 습관이다- “함께 희망하기(Hoping Together)”2023.8.31.연중 제21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3.08.31 202
3170 회개의 여정 -선택, 훈련, 습관-2023.8.30.연중 제21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23.08.30 195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