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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1.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로마6,12-18 루카12,39-48


                                                                                 귀가歸家 준비

                                                                           -충실하고 슬기로운 삶-


이번 강론 제목은 얼마 전에 나눴던 제목과 똑같습니다. 오늘 말씀 묵상중 적절하다 싶어 재차 사용합니다. 제목은 ‘귀가歸家 준비’이고 부제는 ‘충실하고 슬기로운 삶’입니다. 믿는 이들에게 죽음은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를 뜻하기에 결국 귀가준비는 죽음준비와 같습니다. 무에로의 환원인 죽음이 아니라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인 죽음입니다. 이미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이란 시에서, 예수님의 승천昇天, 개신교에서의 소천召天이란 말마디를 통해서도 귀가인 죽음이 암시되고 있습니다.


요즘 피정오는 분들의 연령대가 흥미롭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인생사계로 할 때 가을 연령대(40세-60세)입니다. 인생 여름을 지나 인생 가을에 진입한 형제자매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분들에게 일일일생, 평생을 하루로 압축할 때 몇시쯤에 있는지, 또 인생사계로 압축할 때 어느 계절에 와 있는지 생각토록 하며 자연스럽게 귀가준비에 대해 나누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얼마 안 남은 인생인지, 또 남은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지 깨닫게 됩니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주님이, 죽음이 언제 올지 모르기에 늘 준비하며 깨어 살라는 말입니다. 분도 성인은 날마다 죽음을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 하십니다. 늘 귀가준비에 만전을 다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오늘 복음의 ‘충실한 종과 불충실한 종의 비유’는 교회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합니다만 우리 믿는 이들에게도 좋은 교훈입니다.


“주인이 자기 집 종들을 맡겨 제때에 정해진 양식을 내주게 할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어떻게 하는 사람이겠느냐?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인은 자기의 모든 것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복음의 주님께 칭찬받는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누구나 바라는 모습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귀가준비도, 죽음준비도 없습니다. 늘 거기 그 자리에서 자기가 맡은바 사명에 충실한 정주생활의 참 모습을 봅니다. 우리의 지위는 특권(privilege)이 아니라 시험(test)과 신뢰(trust)의 장입니다. 우리의 삶은 흡사 매 순간 하느님의 시험장 같습니다. 얼마나 슬기롭게, 분별의 지혜로 타개해 나가냐 하는 것입니다. 이래야 슬기로운 삶입니다. 


시험을 잘 통과해가면서 하느님의 신뢰도 커질 것이며 비로소 충실한 종이 될 것입니다. 하여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이라 주님으로부터 칭찬과 더불어 상급을 받게 될 것입니다. 새삼 충실하고 슬기로운 정주의 삶보다 더 좋은 귀가준비도 없음을 깨닫습니다. 얼마전의 깨달음을 잊지 못합니다. 모든 것이, 아니 대부분이 타고 난다는 비관적 관념을 시정케 해주는 통찰을 주는 정보였습니다. 사실 잘 들여다 보면 내탓없이 타고난 성격, 재능, 버릇 등 끝이 없어 보이는 유전의 절대적 영향력입니다. 


“당신의 운명은 양육과 환경이 결정한다." "유전자, 당신이 결정한다." "유전자는 운명이 아니다."


기존의 DNA 결정론은 오류라 주장하는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과학계 후성유전학의 주장입니다. 후성유전학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자신이 갖고 태어나는 유전자에 의해 수동적으로 운명지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여 인간은 더 이상 유전자 지도에 의해 통제되는, 주어진 시스템의 일부인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환경과 상호작용을 주고 받으며 유전자가 좋은 방향으로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견인하는 능동적 주체가 됩니다. 


우리 믿음의 관점에서 볼 때 여기서 바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하느님 성령의 은총입니다. 또 하나의 통찰은 세계적 진화심리학자이자 뇌과학자인 마이클 가나니가(75) 석학이 제공합니다. 


“큰 그림은 유전자가 그리되 그림을 이루는 세부 부분의 특정 연결은 활동에 좌우됩니다. 후천적 요인과 경험에 따라서도 형성됩니다. 선천적 요소와 후천적 요소 모두 중요합니다. 우리는 사회적인 동물이예요. 협력하는 동물인 거죠. 오늘날의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은 사회가 공동으로 해결책을 모색할 때 풀 수 있다고요. 개인적인 해결이 아니고요.”


작금 벌어지고 있는 부정적 사회 현실을 봐도 충분히 공감이 가는 통찰입니다. 앞서의 후성유전학의 통찰과 일맥상통합니다. 또 하나는 어느 작가의 글 중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뇌과학에는 반복된 경험이 뇌의 구조를 바꾼다는 사실을 가리키는 신경가소성이라는 용어가 있다. 반복하면 할 수록 뇌의 구조가 바뀌기 때문에 어떤 일을 계속 연습하면 사람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20세기 후반에야 비로소 과학적으로 확인됐다. 쉽게 말해 의식적으로 하루에 세 번 농담을 던지는 행동을 계속하면 뇌의 신경경로가 농담을 잘하는 쪽으로 변화되고 재구조된다. 그러니 점점 우스워지는 사람이 있을 뿐, 날 때부터 우스운 사람은 없다.”


좋은 습관이 좋은 인성을 만듭니다. 우리가 기도와 일이 균형잡한 일과표에 따라 끊임없이 반복되는 수행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위의 세가지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통찰은 주님의 복음 말씀을 풍요롭게 합니다. 마치 과학과 종교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사실 위대한 과학자는 대부분 위대한 신비가 였습니다. 


이런 모든 통찰이 우리의 정주생활에도 활력소가 됩니다. 더욱 하느님 선물로 주어진 내 삶의 자리에서 충실하고 슬기롭게 살도록 고무하고 격려합니다. 성령의 은총으로 운명의 노예가 아닌 운명의 주인이 되어 살게 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끊임없이 바치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보다 더 좋은 수행은 없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의 긍적적 DNA는 더욱 발현되도록 하고 부정적 DNA는 통제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기적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세례성사의 은총으로 시작된 우리의 영성생활은 매일의 성체성사가 보완해 주면서 영적 성숙의 삶을 이루어 줍니다. 오늘 제1독서 로마서는 바로 세례의 은총을 말해주며 역시 우리를 고무하고 격려합니다. 세례 은총을 통해 우리 운명은 하느님을 향해 결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여러분의 지체를 불의의 도구로 넘기지 마십시오. 오히려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살아 난 사람으로서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십시오. 여러분이 전에는 죄의 종이었지만, 이제는 여러분이 전해 받은 표준 가르침에 마음으로부터 순종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죄에서 해방되어 의로움의 종이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순종의 종, 의로움의 종이 되어 살아갈 때 비로소 충실하고 슬기로운 삶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충실하고 슬기로운 삶을 살게 하십니다. 


“우리 구원은 주님 이름에 있네.”(시편124,8ㄱ).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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