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6.10.월요일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창세3,9-15.20 요한19,25-34

 

 

 

교회의 어머니 복된 동정 마리아

-“너 어디 있느냐?”-

 

 

 

어제 성령강림대축일 저녁부터 성령처럼 내린 은총의 비가 오늘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아침까지 내림으로 메마른 대지와 초목은 완전히 해갈되었습니다. 아까시아꽃 향기에 이어 밤꽃 그윽한 향기가 뒤를 잇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하느님의 은총을 막을 자는,그 누구도 세월을 이길 장사는 없습니다. 흐르는 세월 앞에는 모두가 공평하며 속수무책입니다. 세월 흘러 나이들어갈수록 더 빨리 흐르는 시간에 더 바빠지는 것은 죽음이란 귀가시간이 점차 가까워지기 때문인 듯합니다. 얼마전 오랜만에 만난 분에게 들은 말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신부님은 늙지 않을 줄 알았어요!”

 

늙어도 낡아지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개원후 만32년이 지난 요셉 수도원입니다. 당시는 모두가 젊었습니다. 이미 돌아가신 필립보, 마인라도 수사님이 할아버지 나이 모습쯤으로 여겼는데 이제 수도형제 몇몇은 그 연세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때 아빠스님 말씀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젊은 수사들만 있으면 고아원처럼 생각될 것 같아 노인 수사들 두분을 붙여 파견한 것이다.”

 

이제는 누가 봐도 고아원이 아닌 명실공히 가정처럼 느껴지는 수도원이 되었습니다. 예전 어렸던 나무들은 이제 울창한 숲의 나무들로 바뀌었고, 꼭 10년전 심은 수도원길, 하늘길 옆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들도 아름들이 나무들이 되었습니다. 나무들을 볼 때 마다 우리의 내적성장도 저랬으면 좋겠다 묵상합니다. 

 

거대한 사찰을 뜻하는 총림叢林이란 말마디, 나무들이 우거진 울창한 숲이란 뜻입니다. 강원, 선원, 율원을 갖춘 종합 도량의 절로 최고 어른은 방장이고 우리나라에는 4대 총림이 있습니다. 이제 요셉 수도원도 약간 과장하면 총림이 된듯합니다. 절의 자산은 노승과 노목이라 하는데 절의 역사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제의 순간적 깨달음도 잊지 못합니다. 주일 미사전 얼마전 만든 앵두쨈을 판매하고자 준비하는 마르꼬 수사님 모습이 참 자연스럽고 잘 어울렸습니다. 가정집 가장을 연상시키는 풍모와 더불어 ‘아, 어머니 마리아의 아들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우리 수도자들은 모두 어머니 마리아의 자랑스런 아들이요 딸입니다. 하여 즉시 휴대폰으로 찍어 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교회에, 수도원에 몸담고 있는 우리들은 모두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어머니로 모신 한 식구가 되었습니다. 명실공히 하느님 아버지와 마리아 어머니늘 모신 가정입니다. 우리는 영원히 주님의 집 수도원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로, 또 마리아 어머니의 아들, 딸로 살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큰 축복도 없습니다. 

 

어제 성령강림대축일 다음날인 오늘은 작년부터 시행된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입니다. 작년 2018년 2월 11일, 교황청 경신성사성에서 는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거행에 관한 교령을 발표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진정한 성모신심과 교회의 모성의식이 자라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숙고하여, 로마전례력 안에 이를 수록하고 해마다 성령강림대축일 다음날 거행하도록 결정한 것입니다. 경신성사성 교령을 일부 그대로 인용합니다.

 

‘성모님께서는 실제로 십자가 곁에서 당신 아드님의 사랑의 유언을 받아들이시고,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던 제자가 대표하는 모든 인간을 신적인 생명으로 다시 태어날 자녀로 맞아들이셨으며,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시며 낳으신 교회의 자애로우신 어머니가 되셨다. 

 

또한 그리스도께서는 사랑하시던  제자를 통하여 다른 모든 제자가 당신 대리자로서 어머니를 사랑하도록 그들에게 맡기시어, 그들의 자녀다운 사랑으로 어머니를 공경하게 하셨다.

 

그리스도교 신심은 교회 역사에서 마리아를 제자들의 어머니, 신자들의 어머니, 믿는 이들의 어머니,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 태어난 모든 이의 어머니와 같이 어느 모로든 동등한 의미를 지닌 다양한 칭호로, 또한 교회의 어머니란 칭호로 공경하였다.-

 

그대로 오늘 복음과 교회 역사에 근거한 기념일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은 제1독서 창세기의 아담과 하와와도 참 좋은 대조를 이룹니다. 아담과 하와의 실패를 완전히 만회한 새 아담 아드님 예수님과 새 하와인 어머니 마리아입니다. 다음 아침 찬미가도 이와 관련됩니다.

 

-하와가 죄지어 잃은 모든 것/성모는 성자로 회복하시고

 고통에 우는이 천국들도록/당신은 하늘문 여시었도다.-

 

오늘 창세기를 대할 때는 하느님께서 아담에게 소재를 묻는 말마디가 늘 마음에 와닿습니다. 

 

“너 어디 있느냐?”

 

있어야 할 제자리에 있는가 우리 모두에게 묻는 말마디입니다. 제자리의 중심을 잃어 뿌리 없이 표류하는 무질서에 혼란한 삶입니다. 바로 복음은 우리의 제자리를 알려 줍니다. 십자가의 예수님, 십자가 곁의 마리아 어머님과 애제자 요한이 흡사 이등변 삼각형을 이루며 본래의 제자리에 있는 모습입니다. 

 

예수님도 마리아도 사랑과 순종의 비움, 즉 케노시스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볼 때 마다 십자가에서 내리 신 아드님을 품에 안으신 피에타의 성모님이 연상됩니다. 우리가 겪는 이런저런 어려움이나 시련들 모두 ‘비움의 여정’에 받아들일 때 예수님과 마리아 어머님과 우리의 사랑의 일치도 날로 깊어갈 것입니다.

 

오늘의 복음 장면은 시공을 초월하여 늘 미사전례를 통해 현재화됩니다. 오늘 ‘교회의 모상이시며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기리는 감사송은 얼마나 깊고 아름다운지요. 잘 들으시고 또 읽으시며 묵상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매일 미사를 통해 실제 복음 장면을 재체험합니다. 주님은 애제자 요한은 물론 우리 모두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우리 모두의 영원하신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가 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입니다. 더불어 예수님의 임종어도 꼭 기억하고 싶습니다. “목마르다” 진리에, 하느님에 늘 목말라했던 예수님이요, “다 이루어졌다”, 아버지께서 주신 당신의 사명을 끝까지 완수하셨다는 예수님의 아름답고도 거룩한 고백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시간 우리 모두 주님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와 마리아 어머니의 자녀들이자 영적으로 한 식구임을 확인하는 복된 시간입니다. 아름다운 복음 환호송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주님을 낳으신 행복한 동정녀, 복되신 교회의 어머니,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영으로 우리를 길러 주시네.” 아멘.

 

  • ?
    고안젤로 2019.06.10 06:36
    우리가 겪는 이런저런 어려움이나 시련들 모두 ‘비움의 여정’에 받아들일 때 예수님과 마리아 어머님과 우리의 사랑의 일치도 날로 깊어갈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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