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20.6.26.연중 제12주간 금요일                                                          2열왕25,1-12 마태8,5-17

 

 

 

치유의 은총

-천형天刑이 천복天福으로-

 

 

“네 근심 걱정을 주께 맡겨 드려라. 당신이 너를 붙들어 주시리라.

의인이 흔들리게 버려둘리 없으리라.”(시편55,23).

 

-“꽃이 꽃을 가져오다니요

그냥 오세요

당신은 꽃보다 더 예뻐요”-

 

오랜만에 면담성사차 오신 분이 꽃을 들고 와서 다시 되뇐 시 한구절입니다. 정말 주님의 마음은 그러할 것입니다. 또 한 분의 아랫집 수녀님은 몇시간 동안 기도와 정성의 사랑을 다해 실로 뜬 받침대를 선물하여 성모님 이콘 밑에 놓았습니다. 참으로 주님께 가까이 있는 영혼들이야말로 꽃보다 더 예쁜 영혼들입니다. 어제 읽은 어느 건축가(조진만)의 글도 의미심장했습니다.

 

“나는 건축물이 사진처럼 특정 순간 동결 보존된 상태를 진정한 의미의 완성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에 따른 피할 수 없는 변화의 조건들을 슬기롭게 받아들이되 그것들이 더욱 본연의 의미를 풍성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본다. 마흔이 지나면 자기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링컨의 말은 건축에서도 마찬가지다. 좋은 건축은 세월을 받아들이고 시간으로 완성된다.”

 

공감합니다.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삶이나 건축이나 나무나 원리는 똑같습니다. 좋은 삶은 세월을 받아들이고 시간으로 완성됩니다. 하여 노승老僧과 노목老木은 절의 자산이라 하는가 봅니다. 바로 여기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주님과 사랑과 신뢰의 관계입니다. 치유의 은총도 전적으로 주님과의 관계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 본기도 내용 역시 은혜롭습니다.

 

“주님, 저희를 한결같이 사랑하시고 끊임없이 보살피시니, 저희가 하느님의 거룩한 이름을 두려워하며, 언제나 사랑하게 하소서.”

 

주목되는 말마디가 ‘한결같이’, ‘끊임없이’, ‘언제나’라는 부사입니다. 바로 항구한 하느님의 사랑과 우리 믿는 이들의 사랑을 뜻합니다. 참으로 이런 주님을 깨달아 관계를 깊이함이 얼마나 결정적으로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우리 교황님께서 고통중인 분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주실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을 발견했습니다.

“I am very close to you(나는 너에게 아주 가까이 있다)”

 

흡사 주님의 말씀처럼 들립니다. 얼마나 주님과 가까이 계신 교황님이심을 봅니다. 이런 주님의 마음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다가가시는 교황님이십니다. 우리보다 더 우리 가까이 있는 주님이십니다. 바로 이를 깨달은 오늘 복음의 나병환자의 참 깊은 믿음입니다. 

 

이제 마태복음 5장부터 7장까지의 주님의 산상설교의 가르침이 끝나고 오늘 8장부터는 주님의 권위있는 행동으로 하느님 나라의 위력을 드러냅니다. 바로 그 첫 대상이 나병환자의 치유입니다. 불치의 천형天刑이라 칭하는 나병의 치유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그의 깊은 믿음이었습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사실입니다. 믿는 대로 됩니다.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청이 간절하고 합당할 때 주님은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삼박자 치유 원리가 여기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측은히 여기는 마음, 사랑의 스킨쉽, 권능의 말씀입니다. 주님은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십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얼마나 은혜로운 말씀인지요.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우리의 모든 더러움을 치유해주시는 주님의 미사 은총입니다. 참으로 주님과 깊은 사랑과 신뢰의 관계가 얼마나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과연 날로 주님과 가까워지는 사랑과 신뢰의 관계인지요. 아플 때 마다 간절히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며 치유 받았다는 인도의 성자 간디의 말이 생각납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더불어 그의 나병은 깨끗이 나았습니다. 천형의 나병이 주님을 만나 치유되어 천복을 누리게 되었으니 오히려 전화위복입니다. 나병의 치유와 더불어 주님과의 관계도 더욱 깊어졌으니 말입니다.

 

예수님의 다음 조처도 참으로 신중하고 지혜롭습니다. 군중의 헛된 인기와 열광을 피하려는 의도와 더불어 율법에 충실한 주님이심을 반영합니다. 율법을 폐지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율법을 완성하러 오셨다는 예수님 말씀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하여 율법에 따라 사제에게 가서 치유로 깨끗해진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령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라 하십니다. 나병환자를 치유하여 원래의 자기 공동체로 다시 복귀시키는 주님이십니다. 

 

바로 복음의 나병환자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제1독서 열왕기 하권의 유다 임금 치드기야입니다.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저질렀음은 물론 하느님의 사람, 예례미야 예언자의 말에 순종치 않은 교만으로 자초한 재앙입니다. 마침내 하느님 징벌의 도구인 바빌론의 임금인 네부카드네자르의 공격으로 예루살렘은 함락되고 성전은 완전 초토화되고 대부분 포로로 끌려갑니다. 마지막 대목이 비참한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친위대장은 그 나라의 가난한 이들을 일부 남겨, 포도밭을 가꾸고 농사를 짓게 하였다.”

 

완전 재기불능 상태로 전락한 유다입니다. 바로 이 모든 재앙은 치드키야의 불순종으로 자초한 것입니다. 그가 만일 하느님께 순종하여 유연하게 예레미야의 조언(예레37-39장)대로 항복했다면 이런 재앙은 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새삼 주님과의 친밀한 관계의 겸손한 순종의 믿음이 얼마나 결정적으로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주님은 무엇이든 하고자 하시면 다 하실 수 있으신 분입니다. 참으로 주님과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우리의 소망은 다 이뤄질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당신께 믿음을 고백하는 우리의 모든 영육의 병을 깨끗이 치유해 주십니다. 

 

 

“하느님 내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내 안에 굳센 정신을 새로 하소서.”(시편51,12). 아멘.

 

 

  • ?
    고안젤로 2020.06.26 08:09
    "I am very close to you(나는 너에게 아주 가까이 있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63 순교적 삶, 주님의 전사 -희망의 이정표-2022.9.20.화요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1821-1846)와 성 정하상 바오로(1795-1839)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프란치스코 2022.09.20 342
3162 믿음의 여정 -“믿음이 답이다!”-2023.7.6.연중 제13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3.07.06 341
3161 “어떻게 살 것인가?” -좌우명座右銘, 묘비명墓碑銘-2022.8.29.월요일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2.08.29 341
3160 “어떻게 예수님을 따라야 합니까?”-2017.1.15.(일) 주일 왜관수도원의 수도원의 사부 성베네딕도의 제자들 성마오로와 성 쁠라치도 대축 프란치스코 2017.01.15 341
3159 우리는 '주님의 종'입니다 -우연偶然이 아니라 섭리攝理입니다-2016.6.24. 금요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16.06.24 341
3158 미쳐야(狂) 미친다(及) -제대로 미치야 성인(聖人)-2015.1.24. 토요일(뉴튼수도원 75일째) 프란치스코 2015.01.24 341
3157 행복한 삶-영원한 생명-2015.5.2. 토요일 성 아타나시오 주교학자(295-373)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5.05.02 340
3156 집과 무덤-2015.7.1. 연중 제13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5.07.01 340
3155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세가지 깨달음-2015.10.5. 연중 제27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5.10.05 338
3154 회개의 표징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2018.3.1. 사순 제2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3.01 337
3153 아름다운 영혼 -끊임없는 회개와 용서-2016.3.1. 사순 제3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6.03.01 337
3152 내 삶의 성경의 렉시오 디비나 -버림, 떠남, 따름-2023.7.7.연중 제13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23.07.07 337
3151 분별력의 지혜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2023.7.8.연중 제13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3.07.08 336
3150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은총의 삶, 찬미의 삶, 순종의 삶-2022.12.8.목요일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프란치스코 2022.12.08 336
3149 주님의 제자가 되려면 -구원의 길--2015.11.4. 수요일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1538-1584)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5.11.04 336
3148 하느님 중심의 삶 -기도와 회개, 믿음과 겸손, 자비와 지혜- “선택, 훈련, 습관”2023.8.8.화요일 성 도미니코 사제(1170-1221)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8.08 335
3147 섬김과 나눔의 위대한 지도자들을 본받읍시다 -모세, 예수, 프란치스코 교황- 2023.8.7.연중 제18주간 월요일 ​​​​​​​ 프란치스코 2023.08.07 335
3146 변모의 여정 -갈망, 만남, 이탈, 경청, 추종-2023.8.6.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프란치스코 2023.08.06 335
3145 한결같은 배경의 의인 -성요셉 예찬-2023.3.20.월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 프란치스코 2023.03.20 335
3144 사람을 찾아오시는 하느님 -생명, 일치, 찬양-2022.9.13.화요일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학자(344/349-407)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2.09.13 335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