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천국을 삽시다 -형제적 사랑과 믿음, 주님의 용서와 치유-2020.12.7.월요일 성 암브로시오 주교 학자(340-397) 기념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Dec 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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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7.월요일 성 암브로시오 주교 학자(340-397) 기념일 

이사35,1-10 루카5,17-26

 

 

 

지상에서 천국을 삽시다

-형제적 사랑과 믿음, 주님의 용서와 치유-

 

 

 

오늘은 성 암브로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입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지금도 살아있는 느낌이 드는 친밀한 성인들은 우리 가톨릭 교회의 자랑이자 보물이 됩니다. 성인들보다 더 확실히 하느님을 증거하는 분들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 삶의 좌표가 되고 끊임없이 희망과 용기를 주는 성인들입니다. 

 

만 57세 선종하기까지 참 치열히 사셨던 성인은 절대 다수의 사람들에 의해 주교로 추천된후 세례받고 주교품에 올랐습니다. ‘로마인 이야기’ 14권 표지는 ‘그리스도의 승리’란 표제에 처음으로 로마 황제가 아닌 ‘성 암브로시오’ 초상화가 나오며 마침내 교회의 권위가 황제의 권위를 능가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성 암브로시오는 성 예로니모, 성 아우구스티노, 성 대 교황 그레고리오와 함께 서방 4대 교부중 한 분입니다. 네 분 교부 하나하나가 참 불가사의한 분들입니다. 어떻게 한 사람안에 이렇게 무한한 능력을 주셨는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 어지러웠던 시절에 혼란에 휩싸이지 않고 세상 한복판에서 독야청청獨也靑靑 천국을 살았던 성인들이었습니다. 특히 성 아우구스티노의 ‘고백록’에 나오는 놀라운 인물, 성 암브로시오와의 만남에 관한 생생한 일화를 나눕니다.

 

“그는 사람들과 함께 있지 않을 때는 아주 짧은 시간이었습니다만, 꼭 필요한 요기로 몸을 돌보거나 독서로 정신을 가다듬었습니다. 그가 책을 읽을 때에도 눈은 책갈피를 더듬어 나가고 마음은 터득한 바를 되씹고 있었지만 목소리와 혀는 쉬고 있었습니다. 가끔 저희가 그를 찾아 갔는데 누구든지 들어가지 못하게 금하는 법도 없었고 또 누가 찾아왔다고 자기에게 알리게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소리없이 책을 묵독하고 있음을 보았고, 그럴 때면 저희도 하릴없이 소리 내지 않고 한참동안 말없이 그냥 앉아 있다가 가만히 자리를 뜨곤 하였습니다. 그처럼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사람에게 누가 번거로움을 끼칠 엄두가 나겠습니까?”

 

성 아우구스티노의 증언입니다. 생활속의 관상가 성 암브로시오에게는 독서가 관상적 휴식시간 이었던 것입니다. 참으로 렉시오 디비나 성독을 일상화했던 성인이었습니다. 구두점과 띄어쓰기가 없어서 소리 내어 읽음으로써 단어와 문장을 구분하던 시대에 주교는 눈으로 묵독했던 것이며, 성 아우구스티노에 충격적 경험이었던 것입니다. 고대인들은 소리 내어 책을 낭독하였기에 눈으로 하는 묵독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지요. 성인의 마지막 임종어도 그가 얼마나 치열한 휴식없는 삶을 살았는지 보여 줍니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날이 어찌 이리 많이 남았단 말인가! 오, 주여! 어서 빨리 오소서! 지체하시지 마시고 저를 거절하지 마옵소서”

 

연옥같은 세상에서 천국을 살았던 성인들입니다. 결코 환경을 탓할 것이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서 주님과 함께 천국을 살아야 함을 배웁니다. 바로 이사야 예언자가 그 모범입니다. 주님을 기다리는 대림시기 이사야의 하늘 나라 꿈은 얼마나 아름답고 황홀한지요. 

 

이런 꿈을 앞당겨 현실화하여 살았던 이사야 예언자임이 분명합니다. 이런 빛나는 꿈이 있었기에 엄혹한 현실에 압도되지 않고 기쁘게 살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어느 한 문장 생략할 수 없을 정도로 빛과 생명이 넘치는 내용들입니다. 내면이 광야처럼 사막처럼 메말라진, 또 현실에 좌절한 우리를 향한 말씀같습니다.

 

“광야와 메마른 땅은 기뻐하여라. 사막은 즐거워하며 꽃을 피워라. 수선화처럼 활짝 피고, 즐거워하며 환성을 올려라. 주님의 영광을, 우리 하느님의 영화를 보리라.”

 

“너희는 맥풀린 손에 힘을 불어 넣고, 꺾인 무릎에 힘을 돋우어라. 굳세어저라,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너희의 하느님을! 그분께서 오시어 너희를 구원하신다.”

 

“그때에 눈먼 이들은 눈이 열리고, 귀먹은 이들은 귀가 열리리라. 그때에 다리저는 이는 사슴처럼 뛰고, 말못하는 이의 혀는 환성을 터뜨리리라. 광야에서는 물이 터져 나오고, 사막에서는 냇물이 흐르리라.”

 

“그들은 환호하며 시온이 들어서리니, 끝없는 즐거움이 그들 머리 위에 넘치고, 기쁨과 즐거움이 그들과 함께하여, 슬픔과 탄식의 사라지리라.”

 

이런 아름답고 황홀한 이사야의 예언은 그대로 오늘 복음의 예수님과 중풍병자 및 그 동료들간이 만남을 통해 그대로 실현됩니다. 이어 대림시기 이 거룩한 공동체 미사전례를 통해서도 그대로 실현됩니다. 여기서 주목되는 중풍병자 동료들의 형제애와 믿음입니다. 공동체의 사랑과 믿음이 주님을 감동시켰고 치유에 결정적 영향을 줍니다. 중풍병자 동료들 공동체의 일련의 눈물겨운 형제적 사랑과 믿음에 감동하신 주님의 1차 치유가 죄의 용서 선언입니다.

 

“사람아, 너는 죄를 용서 받았다.”

죄의 용서에 전제되는 공동체의 믿음이요, 우선 죄의 용서를 통해 영혼을 치유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충격에 빠진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반응에 관계없이 중풍병자에 육신의 치유를 감행하십니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거라.”

 

그대로 미사장면을 압축한 듯 합니다. 공동체 형제들의 사랑과 믿음 덕분에 주님을 만나 영육의 전인적 치유를 받아 구원된 중풍병자입니다. 불운의 사슬에서 벗어나 완전 부활의 새 삶을 살게 된 중풍병자입니다. 모든 사람이 크게 놀라 하느님을 찬양하였고, 놀라움과 두려움에 찬 사람들은 “우리가 오늘 신기한 일을 보았다”고 고백합니다. 그대로 제1독서 이사야 예언의 실현입니다.

 

중풍병자의 치유과정이 상징하는 바 그대로 공동미사전례의 은총입니다. 공동체 형제들의 사랑과 믿음 덕분에 주님으로부터 죄의 용서와 더불어 육신의 치유로 전인적 구원을 받는 우리들 또한 “우리가 오늘 신기한 일을 보았다” 고백하게 됩니다. 영성체전 사제의 기도문 역시 공동체 믿음의 결정적 역할에 대한 은혜로운 대목도 생각납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님,--- 저희 죄를 헤아리지 마시고, 교회의 믿음을 보시어 주님의 뜻대로 교회를 평화롭게 하시고 하나되게 하소서.”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시간, 우리 모두 공동체 형제들의 사랑과 믿음을 보시고 죄의 용서와 더불어 영육의 전인적 치유의 구원을 베풀어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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