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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21.사순 제1주일                                                       창세9,8-15 1베드3,18-22 마르1,12-15

 

 

 

하느님의 나라를 삽시다

-광야, 회개, 낙원-

 

 

 

수도원의 주변 풍경은 언제나 좋습니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좋습니다. 사순시기를 맞이한 초봄의 자취 연연한 배밭 분위기도 좋습니다. 배밭 곳곳에 산처럼 쌓였던 2500여개의 퇴비 부대중 수도원 위쪽의 배밭 배나무 마다 가지런히 놓인 것이 궁금해 마르코 수사에게 물어봤습니다. 

 

-“배밭 퇴비 부대 누가 놓았습니까? 수사님은 다리가 불편해 힘들텐데요?”

“아, 저도 할 수 있습니다. 원장 수사가 차로 날라다 놓았고 저는 나무를 베었습니다.”-

 

순간 충격이었습니다. 소리없이 드러나지 않게 그 많은 배나무마다 퇴비 부대를 배치한 원장 수사의 근면, 겸손이 살아있는 감동이었습니다. 즉시 사진과 더불어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 큰 배밭에 퇴비 포대 배치가 완료되었네요! 우보천리牛步千里의 기적같습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침맞은 다리는 괜찮습니까?”

“아직 이천리를 더 가야 합니다. ㅎㅎㅎ 다리는 완전히 다 나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자기와의 싸움에 승리하였습니다! 그래도 무리하지 말고 조심스럽게 하세요!”-

 

환경이 좋아서 하느님의 나라 천국이 아니라 관계가 좋고 깊어야 천국입니다. 하느님과의 관계, 나와 너의 도반 관계, 자연과의 관계, 나와의 관계입니다. 참으로 날로 깊어지는 사랑과 신뢰의 살아있는 만남의 관계가 있을 때 비로소 천국입니다. 

 

“주님, 눈이 열리니 온통 당신의 선물이옵니다

당신을 찾아 어디로 가겠나이까

새삼 무엇을 청하겠나이까

지금 여기가 하느님의 나라 천국이옵니다

살 줄 몰라 지옥이요 살 줄 알면 천국임을 깨닫나이다.”

 

 

산책중 즐겨 부르는 노래 한 대목도 생각납니다.

 

“낙원이 어디냐고 묻지 말게나

심으며 웃는 얼굴 어화 낙원이로구나

내가슴엔 비가 개어 하늘 푸르고

내가슴에 언제나 봄 바람 분다.“

 

지금 여기서 낙원을 살지 못하면 죽어서도 못삽니다. 똑같은 자리가 하느님을 향해 살면 천국이지만 하느님을 등지고 살면 지옥입니다. 마침 퇴비 부대 천연색 사진도 아름다워 사진에 담았고 글귀도 신선했습니다.

 

“친환경 농업을 선도하는 태농, 여러분의 수호천사! 태농 특등급 가축분 퇴비”

 

수호천사란 말마디를 보니 반가웠습니다. 태농회사 사장이 가톨릭 신자분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모저모로 참 자연스런 수도원 풍경이 그대로 천국임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마침 어제도 43년전 신림초등학교 6학년때 제자로부터 또 쌀 한 포대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사랑합니다.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친구들과 같은 마음입니다. 하루 늦었지만 늘 건강하시고 기쁨 가득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6-6 윤학순”

 

43년전 낡은 빛바랜 사진을 찾아보니 학순이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메시지와 더불어 사진도 제자에게 전송했습니다. 지금은 하느님이 제 삶(사랑)의 전부이지만 당시는 아이들이 제 삶(사랑)의 전부였습니다. 참으로 어디서나 사랑이 충만한 곳 거기가 하느님의 나라 천국입니다. 그러니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하느님의 나라를 살아야 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여기가 하느님의 나라 천국입니다. 광야와 천국은 분리된 것이 아닙니다. 토마스 머튼은 사막(desert)을 사막으로 받아들일 때 거기가 낙원(paradise)이라 했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세례 받으신 후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시는 장면을 생생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 뒤에 성령께서는 곧 예수님을 광야로 내보내셨다.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사십일 동안 유혹을 받으셨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 전 생애의 축소판임은 물론 우리 삶의 축소판입니다. 참 고맙고 힘이 되는 것은 이런 예수님께서 우리 광야 여정중에 함께 하신다는 것입니다.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셨지만 천사들은 그의 시중을 들었고 들짐승들과는 평화롭게 공존하신 주님의 모습이 그대로 광야이자 낙원을 연상케 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광야에서 사탄의 유혹을 받으셨지만 유혹에는 빠지지 않으셨습니다. 유혹이 없는 삶은 세상 어디도 없으며 유혹이 없다면 영적 성장도 성숙도 없습니다. 바로 함께 하시는 성령과 수호천사와 늘 친밀하고 깊은 소통관계에 있었던 예수님이셨습니다. 

 

우리의 광야 세상 유혹도 끊임없이 계속되지만 외로워할 것도 두려워할 것도 불안해할 것도 없습니다. 사탄의 유혹도 있지만 주변의 참 좋은 천사같은 도반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선물한 43년전 제자들 역시 저에게는 저를 격려하는 하느님 보내주신 사랑의 천사들처럼 보입니다.

 

광야에서 예수님께서 사탄의 유혹을 받으셨지만 그 곁에는 늘 성령과 천사가 주님을 호위하고 계시며 주님과 소통중이니 사탄도 어쩔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예수님보다 우리는 훨씬 유리합니다. 우리의 광야여정중 1.성령과 2.수호천사와 더불어 3.예수님과 4.수호성인이 늘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진리의 협력자라 일컬어 지는 전임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은 시공을 초월하여 성 아우구스티노와 성 보나벤투라를 스승이자 수호성인으로 삼아 소통한다는 말씀이 생각납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하느님의 나라 천국은 오늘 지금 여기입니다. 어떻게 하면 광야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살 수 있겠습니까? 바로 다음 예수님 말씀이 답을 줍니다. 40일 광야 피정중 예수님의 깨달음이 농축된 결정체 같은 말씀입니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시공을 초월하여 만고불변의 살아있는 진리 말씀입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 임재臨在한 하느님의 나라를 살라는 것입니다. 바로 이의 전제 조건이 회개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향해 마음 활짝 여는 회개입니다. 회개의 눈이 열릴 때 그대로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회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믿는 것입니다. 

 

예수님 생전의 말씀뿐 아니라 그분의 부활이후에도 교회에서 게속 가르치는 진리도 믿으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기도와 더불어 말씀 공부로 회개를 늘 새로이 하라는 것입니다. 회개의 눈이 열릴 때 곳곳에 보이는 회개의 표징들입니다. 이런 회개의 표징은 동시에 희망의 표징, 구원의 표징이 됩니다. 이런 표징이 우리 모두 깨어 오늘 지금 여기 하느님의 나라를 살게 합니다. 

 

대표적 회개의 표징, 희망의 표징 둘이 무지개와 십자가입니다. 오늘 제1독서 창세기에서 하느님께서는 노아와 맺으신 계약을 기억하며 다시는 홍수로 인한 심판을 내리지 않겠다고 말씀하십니다. 바로 이 계약에 관한 표징이 바로 무지개입니다. 그러니 무지개를 볼 때 마다 회개와 더불어 하느님 나라의 희망을 생생히 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 베드로 1서 말씀도 은혜롭습니다. 궁극엔 주님의 십자가가 참으로 회개의 표징, 회개의 표징, 구원의 표징임을 일깨웁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가 하느님의 나라이며 구원의 방주임을 깨닫습니다.

 

“노아와 몇몇 사람만 방주에 들어가 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가리키는 본형인 세례가 여러분을 구원합니다. 세례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힘입어 하느님께 바른 양심을 청하는 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늘에 오르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계시는데, 그분께 천사들과 권력들과 권능들이 복종하게 되었습니다.”

 

구약의 희망의 표징인 하늘의 무지개는 신약의 파스카 예수님의 십자가로 대치됨을 깨닫습니다. 세례로 구원되어 바른 양심으로 구원의 방주이자 하느님 나라의 실현인 교회 공동체에 몸담고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하여 어디에나 높이 달린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말씀하시는 회개의 표징, 희망의 표징, 구원의 표징 파스카 예수님의 십자가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가 광야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가 낙원이자 구원의 방주입니다. 끊임없이 회개하고 복음을 믿을 때 광야는 낙원이 됩니다. 성령이, 예수님이, 수호천사가, 수호성인이 우리를 도우시어 사탄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광야에서 낙원의 천국을 살게 합니다. 바로 최고의 회개의 표징, 희망의 표징, 구원의 표징인 이 거룩한 주님의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느님의 나라 천국을 살게 합니다. 

 

“주님, 저를 가르치시어 당신 진리로 이끄소서. 당신은 제 구원의 하느님이십니다.”(시편25,5ㄱ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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