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카의 삶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2021.5.17.부활 제7주간 월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y 1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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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5.17.부활 제7주간 월요일                                                               사도19,1-8 요한16,29-33

 

 

 

파스카의 삶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

 

 

 

아침 성무일도시 이사야 찬가중 다음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야곱의 집안’을 ‘주님의 집안’으로 바꿔 읽어 봅니다. 그대로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주님 말씀입니다.

 

“자 주님의 집안들아, 어서 와서 주님의 빛을 따라 걸어들 가자!”(이사2,5)

 

어제 수도원을 방문한 자매로부터 들은 말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미사에 참석했다가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란 말마디중, “함께”란 말에 큰 깨우침과 더불어 은혜 받았다는 고백입니다. 그냥 반복하던 말마디도 새로운 깨달음으로 와 닿을 때 말그대로 구원 체험입니다. 

 

함께의 여정, 영원한 삶으로의 함께의 삶, 지금은 고인이 된 성규의 대가 카르동 신부님이 한결같이 강조했던 순우리말 “함께together” 또는 “더불어”입니다. 현재의 여당도 ‘더불어 민주당’입니다. 천국도 함께 단체입장이지 혼자서는 입장 못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니 “함께”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함께” 때문에 구원입니다. “함께”에서 잘려 나가 고립단절 “혼자”될 때 이를 지옥이라 합니다. 함께 이어져 있을 때는 생명이지만 홀로 떨어져 나갈 때는 그대로 죽음입니다. 믿는 이들에게 파스카의 예수님은 늘 함께 계시기에 말그대로 혼자의 삶은 성립될 수 없습니다. 교황님께서 지난 수요일 일반 알현 시간에 하신 말씀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가 비록 그 사실을 모를지라도 예수님은 늘 우리와 함께 계신다.”

(Jesus is with us at all times although we may not know it)

 

새벽에 일어나 집무실 입구에 당도했을 때 입구 옆 바위를 진초록으로 덮고 있는 담쟁이의 왕성한 생명력이 새롭게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야자매트위에는 소리없는 생명의 함성처럼 죽음과도 같은 어둠의 좁은 틈바구니를 뚫고 크로바 연약하고 부드러운 생명의 초록 싹들이 초록빛 희망으로 곳곳에서 솟아나고 있으니 말 그대로 파스카의 삶을 상징하는 듯 했습니다. 

 

담쟁이를 봤을 때 문득 23년전 썼던 ‘담쟁이’란 시가 생각났습니다. 당시 수녀원 담벼락에 줄기차게 타오르던 담쟁이를 보며 쓴 글인데 지금도 여전히 한결같이 타오르고 있는 거기 그 자리의 담쟁이입니다. 마음에 드는 시를 썼을 때의 감동은 그대로 구원 체험이기도 합니다.

 

-“절망은 없다

죽음보다 강한 생명이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작년가을

붉게 타오르다 사라져 갔던 담쟁이

어느 새 다시 함께 타오르기 시작했다

 

초록빛 열정으로

힘차게 하늘 향해

담벼락, 바위, 나무 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붉은 사랑으로 타오르다

가을 서리 내려 사라지는 날까지

또 계속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제자리 삶에도

지칠줄 모르는 초록빛 순수와 열정

 

다만 오늘 하루

하늘 향해 타오를뿐

내일은 모른다

 

타오름 자체의 과정이

행복이요 충만이요 영원이요 구원이다

오늘 하루만 사는 초록빛 영성이다

 

늘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파스카의 삶이다”-1998.6.3

 

흡사 치열한 영적 전투의 삶을, 영원한 현역 주님의 전사들을 상징하는 담쟁이들 같습니다. 수도원 주변에도 이렇게 한결같이 수십년을 살아 온 주님의 여장부같은 자매들이 많습니다. 이런 어머니들의 한결같은 분투奮鬪의 기도와 노력의 삶보다 위력적인 삶도 없을 것입니다. 

 

영원한 하느님의 전사의 모범이 우리 파스카의 예수님입니다. 함께 했던 제자들도 뿔뿔히 흩어져 떨어져 나갈 것을 예감한 오늘 주님의 복음 말씀이 신선한 감동에 큰 위로와 격려가 됩니다.

 

“그러나 너희가 나를 혼자 버려두고 저마다 제 갈 곳으로 흩어질 때가 온다, 아니, 이미 왔다.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다.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너희가 내 안에서 평화를 얻게 하려는 것이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특히 후반부 말씀,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이자 평생 화두로 삼아야 할 말씀입니다. 파스카의 예수님과 하나된 삶일 때 말그대로 영육의 건강에 천하무적의 삶입니다. 건강관리에 으뜸 비결이 파스카의 예수님과 하나된 삶입니다.

 

주님을 배신하여 혼자 떨어져 나가는 것보다 큰 재앙은 없습니다. 배신이 아니더라도 주님을 오래 떠나 냉담하며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괴물이 될 수 있습니다. 가톨릭 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어제 읽은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해설 일부를 인용합니다.

 

“사람이 짓는 죄 가운데 가장 큰 죄는 하느님을 배신하는 것이다. 프란시스 톰슨이 <하늘의 사냥개>에서 노래하였듯이 하느님을 배신하는 자, 모든 것이 그를 배신할 것이다. 신곡의 각편은 모두 ”별들stelle“이라는 말로 끝난다. 이 별들은 이제부터 상승하는 여정의 길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리고 독자들이 각자의 인생길에서 부단히 하늘을 올려다 보며 살아가라고 권고한다.”

 

하여 늘 하늘 보고 살라고, 넘어지면 곧장 하늘 보고 일어나라고 눈들면 언제 어디서나 하늘이요 밤하늘의 별들입니다. 참으로 해서는 안될 일이 ‘사람 배신’은 물론 ‘하느님 배신’이며, 늘 분투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주님과 신뢰와 사랑의 우정관계입니다.

 

결정적 회심 이후의 바오로의 주님과 날로 깊어지는 우정관계가 참 놀랍습니다. 주님의 영원한 전사의 모범이, 파스카 삶의 모범이 바로 오늘 사도행전의 3차 전도 여행중인 바오로 사도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자발적 치열한 분투의 노력이 약여躍如한 마지막 대목입니다.

 

‘바오로는 석 달 동안 회당에 드나들며 하느님 나라에 관하여 토론하고 설득하면서 담대히 설교하였다.’

 

한결같은 삶이 바로 파스카의 삶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이 바로 파스카 예수님과 하나된 파스카의 삶뿐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당신과 일치를 굳건히 해 주시어 오늘도 파스카 승리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복음 환호송이 오늘 말씀을 요약합니다.

 

“너희는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천상의 것을 추구하여라. 거기에는 그리스도가 하느님 오른쪽에 앉아계신다.”(콜로3,1)

 

이렇게 살 때 저절로 이탈의 자유롭고 초연한 삶입니다. 저 위에 늘 하느님 곁에 계시며 동시에 오늘 지금 여기 늘 우리와 함께 계시는 중재자요 구원자인 파스카의 예수님이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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