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7.연중 제31주간 수요일                                                                                     필리2,12-18 루카14,25-33

 

 

주님의 제자가 되기 위한 조건

-자발적 사랑의 버림과 따름-

 

 

어제도 여러 지인들과 아름다운 수도원 가을 단풍 사진을 나눴습니다. 수도원 주차장 윗길에 깔린 은행나무 노오란 단풍잎들이 참 환상적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바로 그 자리의 단풍잎들을 보고 써놨던 18년 전 ‘님 맞을 준비는 끝났다’라는 시가 생각났습니다.

 

-하늘향해/쭉쭉뻗은

 은행나무/님맞을 준비는 끝났다

 마침내/사랑 잎들

 다 쏟아/노오란 길 만들어 놓고

 님기다리는 은행나무

 참/깊고 아름다운

 고요한/노오란 단풍잎길

 묵묵히/님기다리는/은행나무

 님맞을 준비는 끝났다/나 이런 사랑 본적 없다-2000.11.15.

 

흡사 노오란 단풍잎들 고운길 내놓고 늘 그 자리에서 님 기다리는 은행나무처럼 보였습니다. 님 그리움과 기다림의 사랑에 외로움은 완전히 사라진 느낌이었습니다. 얼마전 써놨던 행복기도중 한 대목도 생각납니다.

 

-주님/당신은/저의 전부이옵니다

 저의 생명/저의 사랑/저의 기쁨/저의 행복이옵니다

 하루하루가/감사와/감동이요/감탄이옵니다

 날마다/새롭게/시작하는 아름다운 하루이옵니다-2018.10.16.

 

주님 사랑이 답입니다. 제자직의 우선적 조건이 주님 향한 열렬하고도 항구한 사랑입니다. 예외없이 예나 이제나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주님의 제자가 되기 위한 세가지 조건입니다.

 

1.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제자의 조건이 참 단호합니다. 그 누구도, 심지어 자기 목숨도 주님 사랑보다 앞세워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히브리 말에는 ‘덜 사랑하다’라는 비교급이 없기에 부득이 ‘미워하다’로 표현하기에 ‘미워하다’의 본뜻은 ‘덜 사랑하다’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누구도 주님보다 덜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주님을 사랑할 때 순화되는 이기적 불순한 사랑에, 이탈의 초연한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비로소 이웃에 대한 집착없는 순수한 사랑, 자유롭게 하는 사랑, 생명을 주는 사랑도 가능해짐을 깨닫습니다. 베네딕도 성인 역시 규칙에서 ‘그 무엇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앞세우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십니다.

 

2.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누구나 고유의 제 십자가입니다. 제 운명의 십자가, 제 책임의 십자가입니다. 제 십자가 없이는 구원도 없습니다. 천국의 열쇠가 각자 고유의 제 십자가입니다. 바로 제 십자가를 질 수 있는 힘이 주님 향한 사랑입니다. 

 

주님을 일편단심 갈림없는 마음으로 사랑할 때 자발적 기쁨으로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항구히 충실히 따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제 십자가의 짐을 덜어 달라고 기도할 것이 아니라 주님 향한 사랑을 더해 달라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3.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참으로 주님을 사랑할 때 사람들은 물론 소유물로부터의 자발적 이탈입니다. 끊임없는 버림과 따름의 원동력이 주님 향한 사랑입니다. 주님이란 참 보물을 지녔기에 자발적 이탈과 가난, 내적 기쁨과 부요, 내적 자유의 삶입니다. 

 

사람들로부터, 자기로부터, 소유물로부터 이탈하여 참으로 자유롭게 하는 주님 향한 사랑입니다. 주님을 사랑하여 참으로 자유로워진 영혼의 확신에 넘친 고백이 바로 화답송 시편입니다.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 나 누구를 두려워하랴? 주님은 내 생명의 요새, 나 누구를 무서워하랴?”(시편27,1)

 

주님은 나의 목자, 두려울 것 없습니다. 무서울 것 없습니다. 아쉬울 것 없습니다. 부러울 것 없습니다. 걱정할 것 없습니다. 우리의 모두를 충족시켜 주는 주님 향한 사랑입니다.

 

바로 이런 주님의 제자로서의 완벽한 조건을 지닌 빛나는 모범이 오늘 제1독서 필리비서의 바오로 사도입니다. 사도는 고맙게도 우리에게 주님의 제자로 살기 위한 구체적 지침을 더 주십니다. 참으로 주님을 사랑하는 이들 누구나 공감하는 가르침입니다.

 

1.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여러분 자신의 구원을 위하여 힘쓰십시오.

2.무슨 일이든 투덜거리거나 따지지 말고 하십시오. 하여 비뚤어지고 뒤틀린 이 세대에서 허물없는 사람, 순결한 사람, 하느님의 흠없는 자녀가 되어, 이 세상에서 별처럼 빛날 수 있도록 하십시오.

3.생명의 말씀을 굳게 지니십시오.

 

이어지는 바오로 사도의 순교의 봉헌까지 내다보는 주님 사랑의 절정의 고백이 감동입니다.

 

“내가 설령 하느님께 올리는 포도주가 되어 여러분이 봉헌하는 믿음의 제물 위에 부어진다 하여도, 나는 기뻐할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와 기뻐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로 기뻐하십시오. 나와 함께 기뻐하십시오.”

 

주님의 제자가 되는 조건에 하나 더 추가되는 ‘기쁨’입니다. 억지로, 마지못해, 의무적으로 버리고 주님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 사랑의 기쁨’으로 버리고 따르는 삶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하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완벽하게 보완해 주는 사도 바오로입니다. 주님의 참 제자라면 바오로 사도를 통한 다음 주님 말씀 또한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1.언제나 기뻐하십시오.

2.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3.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자발적 사랑의 기쁨으로 버림과 따름의 주님의 제자직을 항구히, 충실히 수행할 수 있게 하십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18.11.07 07:46
    주님, 저희가 주님을 향해
    끊임없는 기도와 주님사랑을 통해 항상 감사를 드릴수 있도록
    깨어 있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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