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금 여기-광야의 고독, 회개, 겸손-2016.2.28. 사순 제3주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Feb 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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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28. 사순 제3주일 

                                                                             탈출3,1-8ㄱㄷ.13-15 1코린10,1-6.10-12 루카13,1-9


                                                                                 오늘 지금 여기

                                                                        -광야의 고독, 회개, 겸손-


지난 2월 23일 오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필리버스터, 무제한 토론이 놀라운 감동입니다. 진정성이 없으면 아예 이런 토론은 불가능합니다. 국회의원이 이렇게 자랑스럽게 느껴지기는 처음입니다. 


‘아, 혼자서는 살 수 없구나!’ 평범한 진리를 확인합니다. 혼자라면 이렇게 장시간의 무제한 토론은 상상도 못합니다. 2월28일  새벽 강론을 쓰는 02:46분에도 잠시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더불어 민주당의 열화와 같은 토론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오늘 지금 여기를 살아야 합니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 지금 여기입니다. 오늘 강론 제목입니다. 수도원의 여러 자랑중 하나는 아마 일출 장면일 것입니다. 매일 봐도 매일 새롭고 좋습니다. 하느님은 이런 분입니다. 떠오르는 태양처럼 늘 새롭게 시작하는 하느님입니다. 하느님을 뵙듯이 떠오르는 동녘의 태양을 바라봅니다. 얼마전 써놓은 자작시가 생각납니다.


-아침마다/보고 또 봐도

 여전히/새롭고 좋은 얼굴


 일출日出시/해의 얼굴

 아, 하느님 얼굴을/보고 있었네!


 세월 흐를수록/영혼은 

 더욱 사랑에 불타는/청춘이어라.   -2016.2.7. 생일 아침에-


세월 흘러도 하느님을 닮아 날마다 영원한 청춘의 영혼으로, 마음으로, 살고 싶은 것은 믿는 이들 누구나의 소망일 것입니다. 오늘 바로 그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 ‘오늘 지금 여기’라는 주제로, ‘광야의 고독, 회개, 겸손’의 세 측면에 걸쳐 나눕니다.


첫째, 광야의 고독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광야의 고독을 살아야 합니다. 광야의 고독에서 주님을 만나는 신비체험입니다. 정말 살기위하여, 영혼이 깨어 살기위하여 하느님과의 시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예수님 친히 날마다 일과가 끝난후 외딴곳에 머물렀듯이 말입니다. 이제는 고독이 사치품이 아닌 필수품이 된 시대입니다. 광야의 고독은 축복입니다. 주님과 함께 하는 고독입니다. 이런 고독과 더불어 깊어지는 삶이며 그 깊이에서 샘솟는 맑은 기쁨, 밝은 행복입니다.


예수님과 쌍벽을 이루는, 예수님의 예표와도 같은 구약의 모세입니다. 두분 다 하느님을 대면하여, 얼굴에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한 분이십니다. 오늘 탈출기에서 하느님과 모세의 만남의 장면은 늘 읽어도 신선한 감동입니다. 


모세는 미디안의 사제인 장인 이트로의 양 떼를 몰고 광야를 지나 가던 중 하느님의 산 호렙에서 놀랍게도 주님을 만납니다. 광야의 외딴곳을 상징하는 하느님의 산 호렙은 오늘 지금 여기입니다.


“모세야, 모세야!”

“예, 여기 있습니다.”

“이리 가까이 오지 마라.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다. 네 발에서 신발을 벗어라.”


‘모세’ 대신 여러분 이름을 넣어도 그대로 통합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가 거행되는 오늘 지금 여기 주님의 집 성전이 거룩한 땅이라 우리 모두 신발을 벗고 있습니다. 이어 주님은 모세에게 친절히 사명을 부여하신후 자기의 정체와 이름을 알려 주십니다. 광야의 고독속에서 인내와 겸손의 수련을 훌륭히 마친 모세를 참으로 신뢰했던 주님이심을 깨닫습니다.


오늘 지금 여기가 언제나 ‘있는 나’인 하느님을 만나는 거룩한 땅입니다. 지금 여기가 거룩한 땅 성지이니 새삼 무슨 성지순례요, 여기 일상의 삶이 끝없는 '하느님 산'에로의 등산 여정인데 여기 하느님의 산, 호렙을 놔두고 무슨 산을 오르겠는지요. 그러니 오늘 지금 여기 광야순례여정중, 하느님의 산 호렙에서 주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둘째, 회개가 이뤄져야 합니다.

요즘 사순시기 들어 가장 많이 접하는 말이 회개입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가 회개의 자리입니다. 영성생활의 출발점이 회개입니다. 하느님을 향한 방향전환입니다. 내 본래의 제자리에로의 귀환이 회개입니다. 


제자리를 떠나 자기를 잃고 순례자가 아닌 방랑자로 떠도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하느님을 우리 삶의 목표, 삶의 방향, 삶의 중심, 삶의 의미입니다. 바로 이런 하느님께 돌아오는 것이 회개인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주제도 회개입니다. 예수님의 진정성 넘치는 말씀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


너나할 것 없이 모두 회개하여 살라는 충격요법의 표현입니다. 강조점은 ‘멸망’에 있는 것이 아니라 ‘회개’에 있습니다. 죄가 없어서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은혜로 살고 있는 것이며, 우리의 날이 연장되는 것은 회개를 위한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바로 무화과 나무의 비유가 의도하는 바입니다. 무화과 나무가 상징하는 바, 내 삶의 나무입니다. 포도밭 주인이 하느님이라면 포도 재배인은 예수님입니다. 다음 말씀은 하느님께 우리를 위해 변호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들립니다


“주인님,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 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그러지 않으며 잘라 버리십시오.”


하느님은 날마다, 평생 끝없이 인내하시며 우리 삶의 나무에 회개의 열매들이 맺기를 원하십니다. 믿음의 열매, 사랑의 열매, 희망의 열매, 찬미의 열매, 감사의 열매, 겸손의 열매등 참 좋은 회개의 열매들입니다. 하여 우리는 날마다 주님과 함께 우리 삶의 나무 둘레를 파서 기도와 말씀, 선행의 거름을 주는 것입니다. 


우리 인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 즉 인생사계人生四季로 나눌 때 여러분은 지금 어느 계절에 와 있는 지요? 중년 넘어 인생 가을에 들어섰다면 삶의 열매들은 잘 익어가고 있는지 이젠 서서히 관리해야 할 때입니다. 중년이후 영적 주관심사는 ‘관리영성 및 내적성장과 성숙’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 겸손해야 합니다.

겸손 또한 회개의 열매입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가 겸손의 자리입니다. 모세의 인도를 받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두가 구름과 바다 속에서 세례를 받아 모세와 하나가 되었다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결코 구원의 보장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들 대부분이 하느님의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들은 광야에서 죽어 널브러졌습니다. 다음 대목이 그 이유입니다.


“그들이 악을 탐냈던 것처럼 우리는 악을 탐내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들 가운데 어떤 자들이 투덜거린 것처럼 여러분은 투덜거리지 마십시오. 그들은 파괴자의 손에 죽었습니다.”


그대로 인생광야여정중에 있는 우리 모두에게 주는 주님의 경고 말씀입니다. 악을 탐내지 말고 투덜거리며 불평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바로 겸손하라는 말씀입니다. 겸손에서 분별의 지혜가 나옵니다. 하여 악을 탐내지도 않고 애당초 악의 유혹에 빠지지도 않습니다. 투덜거림은 흔적없이 사라지고 찬미와 감사가 끊임없이 샘솟는 겸손한 이들의 영혼입니다. 바로 2독서의 마지막 대목이 겸손을 요약합니다.


“그러므로 서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섰다하면 넘어지니 방심은 금물입니다. 겸손할 때 서 있고 교만할 때 넘어집니다. 겸손으로 무장하여 넘어지지 않도록 깨어 조심하는 것이 영적 삶의 요체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가 구원의 자리입니다. 사순시기 오늘 여기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요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 흘러간 어제에 아파할 것도 없고 오지 않은 내일을 걱정할 것도 없습니다. 


주님은 사순 제3주일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에게 오늘 지금 여기서 광야의 고독과 회개와 겸손의 삶을 훌륭히 살아낼 것을 당부하시며 그에 맞갖은 은총을 주십니다.


“저의 하느님! 행복하옵니다. 당신 집에 사는 우리들! 우리는 영원토록 당신을 찬양하렵니다(시편84,5).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그분의 온갖 은혜 하나도 잊지 마라(시편103,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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