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카의 삶, 의인의 삶 -지혜, 섬김, 환대-2021.9.19.연중 제25주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Sep 1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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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9.19.연중 제25주일                                                 지혜2,12.17-20 야고3,16-4,3 마르9,30-37

 

 

파스카의 삶, 의인의 삶

-지혜, 섬김, 환대-

 

 

첩첩산중疊疊山中이란 표현이 어울립니다. 하루하루의 삶이 그렇습니다. 하루하루가 넘어야 할 산이요 산을 넘듯이 하루하루 강론을 씁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믿는 이들 하나하나의 삶은 나름대로 길게 뻗어있는 살아있는 산맥처럼 보입니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평전을 쓴 분 고백이 생각납니다.

 

“밖에서는 큰 산처럼 보였는데 가까이 수 차례 만나 인터뷰 하니 하나의 산山이 아닌 살아있는 거대한 산맥山脈같은 대통령의 생애였습니다.”

 

끝나지 않은 살아있는 산맥같은 우리의 삶입니다. 그러니 하루하루 넘어야 할 산들입니다. 좌우명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라는 자작시도 이런 점을 고백했습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언제나 그 자리에 불암산이 되어

가슴 활짝 열고

모두를 반가이 맞이하며 살았습니다.

 

있음 자체만으로 넉넉하고 편안한 산의 품으로

바라보고 지켜보는 사랑만으로

행복한 산이 되어 살았습니다.

 

이제 내적으로는 장대長大한 

하느님의 살아있는 산맥山脈이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첩첩산중 하루하루 넘어야 할, 넘어지면 곧장 일어나 늘 새롭게 시작해야 할 파스카의 삶, 의인의 삶입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바 넘어지는 게 죄가 아니라 자포자기 절망으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 죄라는 것입니다. 넘어지면 곧장 다시 일어나 늘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바로 파스카의 삶입니다.

 

삶은 영적전쟁입니다. 밀과 가라지가, 의인과 악인이 공존하는 엄연한 현실입니다. 인류가 존속하는 한 영원히 계속될 영적전쟁의 현실입니다. 바로 오늘 지혜서가 그 현실을 보여줍니다.

 

‘악인들이 말한다. “의인에게 덫을 놓자. 그의 말이 정말인지 두고 보자. 의인이 정녕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하느님께서 그를 도우시어, 적대자들의 손에서 구해 주실 것이다. 그러니 그를 모욕과 고통으로 시험해 보자. 그러면 그가 온유한지 알 수 있을 것이고, 그의 인내력을 시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자기 말로 하느님께서 돌보신다고 하니, 그에게 수치스러운 죽음을 내리자.”’

 

그대로 예수님께서 겪으셨던 현실이자 우리가 겪는 영적전쟁의 현실입니다. 흡사 삶의 여정은 모욕과 고통의 ‘장애물 경기’와도 같고 온유와 인내력의 시험장試驗場과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현실에서 하루하루 넘어야 할 산같은 삶입니다. 바로 이것이 파스카의 삶입니다. 오늘 복음 서두는 예수님의 2차 수난과 부활의 예고입니다.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그들 손에 죽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죽임을 당하였다가 사흘만이 다시 살아날 것이다.”

 

당시 제자들은 주님 부활을 체험하기 전이라 당황했고 두려워했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우리는 주님 파스카의 삶이 무엇인지 배워 익히 압니다. 죽음이 마지막이 아니고 부활의 희망으로 열린 하늘 나라가 궁극의 답이라는 것입니다. 아니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늘 새로운 시작의 파스카의 삶, 영원한 생명의 삶, 하늘나라의 삶, 의인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바로 위에서 오는 주님의 지혜 은총이 이런 파스카의 삶을 가능하게 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시기와 이기심이 있는 곳에는 혼란과 온갖 악행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오는 지혜는 먼저 순수하고, 평화롭고 관대하며 유순하며, 자비와 좋은 열매가 가득하고, 편견과 위선이 없습니다. 의로움의 열매는 평화를 이루는 이들을 위하여 평화속에서 얻어집니다.”

 

바로 이런 위로부터의 지혜 은총이 하루하루 파스카의 삶을, 내적 평화와 영적 승리의 삶을 살게 합니다. 첩첩산중의 산을 넘게 합니다. 참된 자기비움의 겸손과 섬김도 파스카 주님의 은총입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 예고에도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 다투던 동상이몽의 오합지졸의 제자들 공동체에 대한 주님 말씀은 그대로 오늘 우리를 향한 말씀입니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파스카의 영성은 자발적 꼴찌의 겸손의 영성이자, 종과 섬김의 영성임을 깨닫습니다. 이 모두가 주님의 파스카 은총입니다. 종들의 종이라 정의되는 교황님의 신원이 또한 우리에게는 좋은 깨우침이 됩니다. 섬김의 영성에 이어 환대의 영성입니다. 

 

깊이 들여다 보면 사람은 누구나 내적으로 한계를 지닌 약한 어린이들입니다. 그러니 환대의 정신으로 어린이를 받아들이듯 만나는 모든 이들을 환대의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파스카 영성의 진위는 환대의 영성으로 드러납니다. 예수님 역시 이를 분명히 합니다.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고,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깊고 건강한, 온전한 신비주의입니다. 어린이 하나를 받아들이듯 만나는 모든 이를 주님의 이름으로 환대할 때, 바로 예수님을, 하느님을 환대하는 것이라는 놀라운 진리를 말씀하십니다. 사람환대를 통해 예수님을, 하느님을 환대하는 우리들입니다. 

 

평생 배워 살아야 할 파스카의 삶, 의인의 삶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위로부터 하사되는 주님 지혜의 은총이 우리 모두 하루하루 지혜와 섬김과 환대의 삶을, 늘 새롭게 시작하는 영적 승리의 파스카 삶을 살게 합니다.

 

“보라, 하느님은 나를 도우시는 분, 주님은 내 생명을 떠받치는 분이시다.”(시편54,6).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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