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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1. 금요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316-397) 축일

                                                                                                                       이사61,1-3ㄱ 마태25,31-40


                                                                                최후심판

                                                                          -자비하신 하느님-


오늘 강론 주제는 복음의 소제목 그대로 ‘최후심판’입니다. 가슴 철렁하게 하는 명쾌한 말마디 최후심판입니다. 우리의 죽음을 묵상하는 11월 위령성월에도 알맞은 주제입니다. 하느님의 미래를 향해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꾸로 미래에 있을 최후심판의 빛으로 현재를 조명하며 사는 것은 더욱 중요합니다.


자비하신 하느님입니다. 인간이 물음이라면 하느님의 자비가 답입니다. 하느님의 이름은 자비입니다. 최후심판도 각자의 자비행으로 결정된다는 것이 오늘의 복음입니다. 제 좋아하는 시편 화답송 후렴 둘이 생각납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영원토록 노래하리라.”

“주님께 감사하여라. 그 좋으신 분을 영원도 하시어라. 그 사랑이여.”


사부 성 베네딕도 역시 ‘하느님의 자비에 대해 절대로 실망하지 말라.’고 그의 규칙서에서 수도승들에게 말합니다. 이런 하느님께 바칠 마지막 기도는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자비송 하나뿐일 것입니다. 자비송을 바치기만 할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를 살아야 합니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예수님을 통해 계시된 우리 모두를 향한 하느님의 당부입니다. 하느님을 닮은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바로 우리 필생의 과제입니다. 거룩한 사람, 완전한 사람이 되는 것은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으로 수렴됩니다.


오늘 제1독서 이사야서 말씀은 바로 예수님의 공적활동에 앞서 출사표出師表처럼 인용한 말씀입니다. 이 말씀을 통해 예수님은 자신의 사명을 크게 깨달았고 평생 이 말씀대로 복음 선포와 더불어 자비행의 삶을 사셨습니다.


“주 하느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 주며,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갇힌 이들에게 석방을 선포하게 하셨다.”(이사61.1)


그대로 예수님의 평생 자비로운 삶을 요약합니다. 바로 똑같은 주 하느님의 영이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위에 내려 우리 또한 자비행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최후심판의 기준은 아주 간명합니다. 복잡하지 않습니다. 구체적 자비의 실천입니다. 최후심판의 기준은 신앙과 종파도 아니고 기도와 예배도 아니며 자비행 하나뿐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주님은 곤궁에 처한 모든 가련한 이들을 당신의 형제로 여기시고 당신 자신을 그들과 동일시합니다. ‘내형제’란 말에서 보다시피 제자들만 아니라 곤궁에 처한 모든 사람이 바로 예수님의 형제임을 선포합니다. 종파와 인종, 국적을 초월하여 곤궁중에 있는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녀이며 당신의 형제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구체적으로 열거하신 자비행의 조목입니다.


“너희는 내가 1.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2.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3.내가 나그네 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또 내가 4.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5.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6.감옥에 갇혀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마태25,35-36).


최후심판의 조목은 모두 여섯입니다. 주목되는 것은 모두가 영적인 것이 아닌 육적인 것, 즉 인간의 몸에 관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우선 몸의 결핍을 채워주라는 것입니다. 


먹을 것을 주고, 마실 것을 주고, 입을 것을 주고, 몸이 고단한 나그네를 따뜻이 맞아 들이고, 몸이 병든 이들을 돌보아 주며, 감옥에 갇힌 불쌍한 몸들의 사람을 찾아 주라는 것입니다. 곤궁한 이들의 영성화靈性化가 아니라 몸의 현실로써의 구체화具體化입니다.


과연 주님 앞에 섰을 때 이 여섯 중 내가 실천한 항목들은 몇이나 될까요. 우리 정주定住의 분도 수도승들에게는 나그네처럼 수도원에 피정차 찾아오는 모든 이들을 따뜻이 맞이하는 환대가 가장 적절한 자비행일 것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 말씀에 근거한 성 베네딕도 규칙 53장 1절 말씀입니다.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그리스도처럼 맞아들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분께서는 ‘내가 나그네 되었을 때 너희는 나를 맞아 주었다’라고 말씀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환대만 아니라 '자비의 눈'만 열리면 곳곳에서 우리의 도움을 청하는 곤궁한 이들을 발견할 것입니다. 오늘 축일을 지내는 성 마르티노 주교의 유명한 일화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어느 추운 겨울날 마르티노는 문밖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거지를 보자 자기 외투를 둘로 잘라서 반을 거지에게 주었다. 그날 밤 마르티노는 꿈 속에서 자기의 외투를 걸치고 있는 그리스도를 보았고, 그리스도는 마르티노에게 말씀하셨다. “마르티노야, 네가 나에게 옷을 입혀 주었구나.”-


마르티노를 결정적 회심으로 이끈 영적체험입니다. 마르티노는 즉시 세례를 받았고, 세상 군대를 떠나 마침내 ‘그리스도의 군인(a soldier of Christ)’인 수도승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자비행의 삶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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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희망 2016.11.11 20:51
    왜 독서와 복음 내용이 다르죠?
    요한 2서 4-9
    루카복음 17,26-37
    인데 베네딕도회에서는 다른 말씀으로 지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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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2016.11.12 03:49

    베네딕도회 수도원 전례력은 성 마르티노 수도승 교부의 영향력이 지대하기에 기념이 아닌 축일로 지내며 따라서 독서와 복음도 오늘 것으로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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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희망 2016.11.12 15:18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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