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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7. 수요일 묵주 기도의 동정 마리아 기념일                                                                      요나4,1-11 루카11,1-4


                                                                                                주님의 기도


오늘 새벽 깨어나는 순간 ‘감사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또 새날을 선물받은 감사한 느낌이었습니다. 하루하루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이런 깨달음 역시 분명 기도의 은총입니다. 며칠전 방문했던 어느 자매의 말도 생생합니다. 


“아, 영세받고 기도생활하다 보니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이 모두 '감사하게' 생각되는 겁니다. 모두가 감사합니다.”


이 또한 분명 기도의 은총입니다. ‘감사’할 때 저절로 찬미하게 되고 ‘찬미’할 때 저절로 샘솟는 ‘기쁨’입니다. 눈만 열리면 모두가 기도의 소재입니다. 얼마전 선물받은 교황님의 회칙 ‘찬미받으소서’ 란 책 표지 재목 옆에 요셉수도원의 로고를 붙였습니다. 제가 피정지도나 면담성사중 모든 이들의 휴대폰에 붙여주는 것이 바로 아름답고 단순한 수도원의 로고입니다. 


“수도원의 로고입니다. 하늘과 산, 하느님과 인간, 기도와 일, 관상과 활동을 상징합니다. 하늘은 하느님이요 태양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성체를 상징합니다. 배나무 양가지는 양팔벌려 기도하는 모습이요, 배꽃 다섯송이는 5대륙 세계를 상징합니다. 온 세계를 위해 기도하는 수도자를 상징합니다. 이 로고를 삶의 이정표로 삼으세요. 통화할 때 마다 이 로고를 보며 하느님을 생각하세요. 이 로고를 보는 자체가 화살기도입니다.”


신신당부합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분들에게 붙여드렸는지 모릅니다. 며칠전에는 ‘찬미받으소서’ 책 표지 제목옆에 붙이고 보니 참 잘 어울렸습니다. 로고의 하늘, 산, 태양, 나무, 꽃, 피조물 모두가 그대로 하느님 찬미로 빛나는 듯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수확의 기쁨 가득한 아름다운 가을의 자연 모두가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기도하는 자연입니다.


기도해야 삽니다. 살기위해 기도합니다. 기도하는 만큼 살고 사는 만큼 기도합니다. 삶과 기도는 하나입니다. 기도없는 삶은 반쪽 불구의 삶입니다. 기도하는 사람, 이 또한 사람의 정의입니다. 기도하지 않고 사람이 되는 길은 없습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본능적 욕망의 야수가 될 수 있고 악마도 될 수 있습니다. 어제 밤 어느 음식점을 하는 분의 하소연에서도 기도의 절박성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이 소젖을 먹고 자라서 그런지 거칠고 참을성이 없고 충동적입니다. 인스턴트 음식만을 좋아합니다. 시골은 또 노인들이 많습니다. 노인들이 차를 타도 젊은 학생들은 눈을 감고 있습니다. 노인들도 아예 자리를 양보받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밥 먹으로 오는 노동자들도 너무 거칩니다. 맵고 짜고하지 않으면 숟가락을 던집니다. 모두가 맛있는 것만 찾습니다. 조미료를 많이 넣어야 좋아합니다. 정말 먹는 맛으로 사는 사람같습니다. 식탁옆에 고춧가루를 놓아둬야 합니다. 사람들이 너무 거칠고 험합니다. 예전에는 가난해도 소박하고 순수했습니다만 사람의 인성도 변질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점점 자극적으로 충동적으로 변하는 현실같습니다. 자포자기 본능적 욕망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보고 배워 생활화, 습관화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새삼 기도의 생활화가, 습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신자 부모가 자녀들에게 우선적으로 가르쳐야 할 의무이자 책임이 기도임을 절감합니다. 아니 가르치기 이전에 보고 배울 수 있도록 부모가 우선 기도하는 것입니다. 기도하는 부모를 보고 배워 큰 아이들이 잘 되는 것을 수없이 목격합니다.


“주님,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기도하고 계신 스승 예수님을 보고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달라 겸손히 청하는 복음의 제자들입니다. 사랑뿐 아니라 기도에 있어서도 역시 영원한 초보자인 우리들입니다. 평생 배워 실행해야 할 기도입니다. 심장의 맥박처럼, 폐의 호흡처럼 영혼의 맥박이, 호흡이 끊임없는 기도입니다. 사람과의 소통에 앞서 하느님과의 소통인 ‘하느님의 일’인 기도가 잘 되어야 ‘함께 사는 일’도, ‘소임상의 일’도 원활할 수 있습니다. 


바로 주님과의 대화가 기도입니다. 격식을 갖춘 대화만의 기도가 아니라 오늘 1독서에서 요나와 주님과 대화도 일종의 기도입니다. 사실 이런 주님과의 기탄없는 대화의 기도를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느님은 대화의 기도를 통해 요나에게 자애를 깨우쳐 주십니다.


기도중의 기도가 주님이 친히 가르쳐 주신 오늘 복음의 주님의 기도입니다. 주님의 기도는 성경의 모두가 담겨있습니다. 복음의 요약이자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가 분명히 들어나며 사람이 되는 진리가 다 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공동전례 시 세 번 함께 바치는 주님의 기도입니다. 새삼 주님의 기도의 자리는 함께 바치는 공동전례기도시간임을 깨닫습니다. 왜 주님의 기도입니까?


우리의 신원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없이 막 행동하는 이들을 가리켜 ‘후레자식’이라 하는 거친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느님을 우리의 아버지로 부르며 시작되는 주님의 기도가 우리의 신원을 분명히 해 줍니다.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를 때 우리는 아버지의 자녀가 되고 우리는 모두 아버지를 중심한 한 가족의 형제요 자매가 됩니다. 저절로 아버지 중심의 공동체의 일치도 이뤄집니다. 아, 바로 이게 우리의 신원이요 공동체 일치의 원리입니다. 주님의 기도의 은총입니다.


주님의 기도가 우리 삶을 단순화합니다. 복잡해 보이는 삶도 다섯가지 청원으로 요약됩니다. 마태복음이 일곱의 청원임에 비해 루가의 청원은 다섯이지만, 이 안에 우리 영적 삶의 모두가 담겨 있습니다. ‘날마다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구절중 ‘날마다’를 강조하는 루카입니다. 


날마다 평생 바치고 살아가야 할 주님의 기도입니다. 이런 주님의 기도가 우리 삶의 꼴을 단순하고 진실하고 순수하게 만듭니다. 우리의 무질서한 욕망을 정화하고 성화하여 자비로운 사람, 거룩한 사람으로 만들어 줍니다.


주님의 기도는 우리에게 끊임없는 도전입니다. 기도는 일방적 소통이 아니라 서로 주고 받는 상호소통입니다. 전적으로 하느님께 책임을 떠넘기는 주님의 기도가 아니라 우리의 책임을 상기시키고 하느님께 협력하게 합니다.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드러내도록,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도록 우리 또한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얻기 위해 스스로 충실히 일해야 한다는 것이며, 하느님께 죄를 용서 받기 위해 용서를 위한 노력을 다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끊임없는 기도와 회개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주님의 기도에 따라 우리의 의무와 책임을 다함으로 주님과 협력이 잘 이루어 질 때 주님의 기도는 우리 삶의 자리에서 실현되어 하느님의 나라를 살 수 있게 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 중 온 마음으로 주님의 기도를 바친 우리 모두에게 하루의 일용할 양식 모두가 내포된 당신의 성체로 우리 영혼을 치유하시고 배불리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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