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연중 제34주간 금요일 다니7,2ㄴ-14 루카21,29-33
하느님 나라의 여정
-“하루하루 날마다,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하느님, 내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내 안에 굳센 정신을 새로 하소서.”(시편51,12)
성지(聖地)가 있어 성인(聖人)이 아니라, 성인이 있어 성지입니다. 명당明堂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품이 명당이요, 주님 안에서 착하게 살다가 죽은 이가 묻힌 곳이 명당입니다. 하늘나라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주님과 일치하여 복음(福音)을 사는 이들의 삶의 자리, 바로 거기가 하늘나라입니다.
감동적인 실화를 나눕니다. 지난 주일 저녁기도부터 내일 토요일 아침까지 수도원 형제들은 연피정중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녜스 자매님은 매일 13시간 주방봉사를 합니다. 오전 새벽4시-12:30분까지, 그리고 쉬었다 오후 3-7:30분까지 무려 도합 13시간 봉사하는데 전례기도에 꼭 참석하면서 기쁘게 웃으며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이 또한 저에겐 자발적 하느님 사랑의 표현이자 생생한 하늘나라의 표지입니다.
오늘은 12월 1일 첫날입니다. 어제의 11월 30일 끝은 오늘의 12월 새로운 시작임을 알립니다. 제대 앞에 준비된 대림초 장식이 주님이 오시기 시작됐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 또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알리는 표지입니다. 참으로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즐비합니다. 이 또한 깨어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느님의 나라를 살라는 표지들입니다.
불교계의 전 총무원장이었던 자승 스님이 분신 공양에, 일세를 풍미했던 미국의 키신저가 100세로 타계했다는 소식입니다. “겨우 0.1도 남았다, 파리 약속까지” 두바이서 어제부터 12.2일까지 전세계 198개국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COP28(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열리고 있으며, 총회가 열린 이날 유엔 상임기구는 “올해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4도 상승해, 2015년 파리협정에서 설정한 목표치 겨우 0.1도만 남겨놓았다.”는 전망을 발표했습니다. 이래저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위기의 시대입니다. 회개의 시대요, 오늘 지금 여기서 깨어 하느님의 나라를 살라는 표지들의 연속입니다.
지난 수요일 일반 알현시간에 교황님은 “사도적 열정은 결코 구태(舊態)의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복음이 오늘 여기서 살아 있도록 하는 증거임”을, “교회는 발코니에서 예수님의 이름을 소리치기보다는 세상의 거리 한복판에 나가 만남과 일치를 촉진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작은 형제회 규칙 반포 800주년을 맞이하여 보낸 축하서신에서 엊그제 교황님은 프란치스코회 형제자매들에게 “세상밖으로 나가 가난의 축복을 나누는데 주저하지 말고 복음(Gospel)이 참으로 인간에게 기쁜소식(good news)임”을 알리라고 촉구했습니다. 수도자 성직자뿐 아니라 믿는 이들 모두가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복음을 살라는 촉구입니다.
더불어 교황님은 “참으로 믿는 이들은 비관주의에 물든 사회를 복음의 기쁨으로 가득 채워야 한다”(Christians truely must fill pessimistic societies Gospel joy)고 말씀하셨습니다. 희망과 꿈이 사라진 어둠의 비관주의 사회를 밝힐 수 있는 것은 복음의 희망과 기쁨뿐이라는 것입니다. 복음적 삶을 펼치며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느님의 나라를 살라는 촉구입니다. 새삼 복음만이 우리의 희망이자 기쁨임을 깨닫습니다.
21현대판 예언자 프란치스코 교황입니다. 세계 그 누구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예언적 사명 수행을 능가할 자는 없어 보입니다. 눈만 열리면 온통 하느님의 나라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표지들입니다. 마치 대림초 장식이 주님 오심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표지처럼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무화과나무의 교훈을 통해 하느님 나라의 임박함에 깨어 살 것을 촉구합니다.
“무화과나무와 다른 모든 나무를 보아라. 잎이 돋자마자 너희는 그것을 보고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을 저절로 알게 된다. 이와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시공을 초월하여 그대로 오늘날에도 현실성을 띄는 예언적 말씀입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일들이나 불가해한 사건들이 흡사 종말의 때를 알리듯 우리의 회개를 촉구하면서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느님의 나라를 앞당겨 살 것을 촉구합니다. 오늘 제1독서 다니엘 예언서 말씀 역시 깨어 있는 이들에게는 회개의 표지이자 하느님 나라의 표지가 됩니다.
영원한 것은 없고 모두가 지나는 현실임을 깨닫게 합니다. 첫 번째 사자같은데 독수리의 날개를 달고 있는 짐승은 바빌론 제국을, 둘째 곰처럼 생긴 짐승은 메디아 제국을, 셋째 표범처럼 생긴 짐승은 페르시아 제국을, 넷째 쇠 이빨을 지닌 짐승은 그리스제국을 상징합니다. 이 모두가 사라진 자리에 하느님 나라의 도래입니다. 말그대로 우리가 지향해야할 영원한 희망, 영원한 구원의 표지인 하느님의 나라, 그리스도의 나라입니다.
“내가 이렇게 밤의 환시 속에서 앞을 내다보고 있는데, 사람의 아들 같은 이가, 하늘의 구름을 타고 나타나, 연로하신 분께 가자, 그분 앞으로 인도되었다.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분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
바로 사람의 아들, 그리스도 그분을 이미 모시고 사는 우리들이요, 내일부터는 그분의 도래를 기다리는 희망과 기쁨의 대림시기입니다. 우리의 영원한 꿈과 희망, 비전이 그리스도 예수님과 그분의 나라요, 바로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살아야 할 그분의 나라,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바야흐로 다음 고백 그대로 하느님 나라를 살 때입니다. .
“주님 눈이 열리니 온통 당신의 선물이옵니다.
당신을 찾아 어디로 가겠나이까
새삼 무엇을 청하겠나이까
오늘 지금 여기가 하느님의 나라 천국이옵니다.”
요즘 날마다의 체험이 저에겐 신선한 충격입니다. 수도원 숙소 “자비의 집” 문을, 또 집무실 문을 열었을 때마다 늘 한 눈 가득 들어오는, 가슴 가득 안겨오는 초겨울 푸른하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잠시 황홀하게 합니다. 지상의 아름다움이 이럴진 대 천국의 하늘문이 열렸을 때 그 아름다움은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눈만 열리면 바로 오늘 지금 여기가 하느님의 나라 꿈의 실현임을 깨닫습니다. 저절로 "이 행복에 산다"는 고백이 나옵니다. 마침 어제 써놓은 글을 나눕니다.
“밤마다, 잠깨어
임생각나, 임그리워, 임보고 싶어
눈들어
바라보는 하늘
한 눈 가득 들어오는, 가슴 가득 안겨오는
흰구름, 푸른 하늘, 빛나는 별들
한 눈 가득 들어오는, 가슴 가득 안겨오는
그리운 임
보고싶은 임, 바로 당신입니다
이 행복에 삽니다
나는!”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늘 깨어 회개의 여정을, 하느님 나라의 여정을, 주님의 말씀과 하나되어 오늘 지금 여기서 영원한 하느님 나라의 삶을 살게하십니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루카21,33). 아멘.